‘민주화 투쟁의 열기 속에 행방불명된 이여! 이곳에 편히 잠드소서’
전두환 사망 이튿날 찾아간 광주광역시 북구 국립 5·18민주묘지, 당시 행방불명된 이의 넋을 위로하는 묘비 너머 영암 삼호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을 비롯해 참배객들의 방문이 간간이 이어졌습니다.
전두환씨가 역사 앞에 끝내 참회하지 않고 세상을 떠난 다음 날, 여느 때와 다름없어 보이는 광주의 풍경입니다. 5.18 시민단체들도 전씨의 사망 당일 성명을 내어 “전두환은 죽더라도 5·18 진실은 사라지지 않는다”며 “오월학살 주범들에게 반드시 책임을 묻고, 대역죄인 전두환의 범죄행위를 명명백백히 밝혀 역사정의를 바로 세워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뒤 다른 말과 행동을 더하지 않고 있습니다. 거리 어딘가 내걸릴 법한 펼침막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드러내지 않는다고 아프지 않을까요? 소리치지 않는다고 그 고통이 지워졌을까요?
전씨가 숨진 23일 광주에서 또 다른 부음이 전해졌습니다.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총탄에 맞아 하반신이 마비돼 후유증에 시달리던 이광영(68)씨가 23일 오후 고향인 강진의 한 저수지에서 숨진 채 발견된 것입니다.
이씨는 “계속 아팠는데 요즘 통증이 더 심해지고 있다. 5·18에 대한 원한, 서운함을 모두 잊고 가겠다”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관련기사: “헬기사격 관통상 여학생 이송” 전두환 재판 증인 숨진 채 발견 www.hani.co.kr/arti/area/honam/1020534.html) 평생을 고통에 힘들어했다는 그가 영정사진 속에서 웃고 있습니다. 그 웃음을 보며 남은 자들에게 지워진 책임을 다시 생각합니다.
광주/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