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는 가끔 해안가로 밀려와 좌초한다. ‘스트랜딩’이라고 불리는 이 현상의 원인에 대해서 아직 과학자들 사이에 분분하다.
개체 한 마리의 좌초는 대부분 혼자 길을 잃거나 건강 상태가 악화해 해안가에 밀려오는 경우다. 수십~수백 마리가 집단 좌초하는 경우는 무리의 길잡이가 길을 잃어 얕은 바다에 좌초했다는 가설, 지구 자기장의 변화 때문에 길을 잃었다는 가설, 잠수함이 쏘는 소나(음파) 때문에 좌초한다는 주장 등이 있다.
이유가 무엇이든 무리 생활을 하는 고래 종의 경우 강력한 ‘사회적 유대’가 상황을 더 악화시키곤 한다. 들쇠고래는 이유를 알 수 없이 해변에 몰려와 ‘집단 자살’한다고 알려졌는데, 아픈 동료를 떠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추정이 있다.
지난 13일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 북부 아체 해안가에 향고래 10마리가 좌초했다. 해군과 주민의 노력으로 7마리를 바다로 돌려보냈고, 3마리가 여전히 해안가에서 죽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바다로 향한 7마리 중 1마리가 다시 해안가로 돌아왔다. 결국 기존에 남아있는 3마리와 함께 4마리가 죽었다.
과거에는 고래가 좌초하면 지역 공동체의 구경거리가 되거나 단백질을 보충하기 위한 고기 잔치로 기능했다. 그러나 지금은 지역 공동체가 똘똘 뭉쳐 고래를 다시 바다로 되돌려보내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다. 지난 8월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의 한 해변에 떠밀려온 새끼 혹등고래는 포크레인 등 중장비까지 동원에 바다로 나가는 데 성공했다.
국내에서는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가 이와 관련하여 유·무선 직통 연락망을 구축했다. 해안가에 좌초됐거나 그물에 걸린 고래를 발견할 경우 직통 전화(052-2700-911)와 카카오톡 플러스친구 고래연구센터로 24시간 연락이 가능하다. 현장 상황을 담은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내주면 궁금증을 해결할 수도 있다.
영상 박선하 피디 salud@hani.co.kr, 글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