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초 지인으로부터 전북 김제시 광활면에 제비물떼새가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제비물떼새는 4월 하순에 우리나라에 도래해 5월 중순까지 관찰되고, 가을에는 9월 초순에서 하순까지 관찰되고 통과하는 나그네새다. 우리나라에선 매우 드물게 만날 수 있는 희귀조류다.
6월18일 이른 새벽 김포에서 출발해 4시간을 달려 광활면 창제리 평야에 도착했다. 그곳엔 드넓은 평야가 펼쳐져 있었다. 초여름인데도 30℃를 웃도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주변을 둘러보며 제비물떼새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얼마 뒤 제비물떼새 50여 마리가 무리를 지어 빠르게 날아갔다. 50여 마리가 함께 나는 모습은 필자도 처음 보는 모습이다. 마음이 설렜다.
살펴보니 제비물떼새가 이곳저곳에서 포란 중이었다. 제비물떼새의 국내 번식이 처음 확인된 것은 2022년 7월 전남 신안군 흑산도에서였다. 이번이 국내 두 번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광활평야는 서해로 이어지는 동진강과 만경강 사이에 자리하고 있다. 삼면이 바다와 강에 접해있어 생태적으로 우수한 조건이다. 번식 조건이 훌륭하니 앞으로도 번식을 위해 이곳을 찾는 제비물떼새가 해마다 늘어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비물떼새는 시베리아 동북부, 몽골 북동부, 중국 동북부, 인도차이나 반도, 인도, 필리핀, 대만 등에서 번식하고, 동남아시아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월동한다. 새들은 기존 서식지의 환경이 안 좋아지면 분포가 넓어지는 경향이 있다.
창제리 평야에는 드넓은 연꽃밭이 자리하고 있다. 무더운 날씨에 연꽃밭은 새들에게도 중요한 공간이다. 그곳에 고인 물을 먹고 목욕도 즐긴다. 연꽃밭 둑방은 제비물떼새의 쉼터가 되기도 하고, 땅에 알을 낳는 녀석들의 번식지가 된다.
비행을 위한 깃털 손질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제비물떼새가 깃털을 자주 손질하는 이유는 빠른 비행과 사냥을 위한 것이다. 제비물떼새는 물새로 분류되지만, 물에서뿐 아니라 공중과 땅에서도 사냥을 한다. 아침저녁으로 많은 활동을 하는데, 주로 저녁에는 물가에서 곤충을 잡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창제리 평야에서도 곤충들이 풍부한 장소에 잘 나타난다. 보리 수확이 끝나 밭을 갈아놓은 곳에서는 땅 위로 올라온 풍뎅이를 사냥한다. 간혹 풀줄기에 앉아있는 곤충도 잡는다. 경쾌하고 빠르게 날아가며 하늘에서 사냥하는 모습은 제비와 유사하다.
온종일 알을 품던 제비물떼새가 해질 무렵 둥지 밖으로 나온다. 잠시 주변을 살피더니 다시 둥지로 돌아가 알을 품는다. 마침내 석양이 내리자 제비물떼새 무리는 내일을 기약하며 한두 마리씩 잠자리로 돌아간다.
제비물떼새는 작은 무리를 이루어 생활을 하며 온순한 성격과 의연한 자태로 기품 있는 행동을 한다. 서로 다툼이 없는 평화로운 새다. 사람을 경계하지 않고 친숙하게 행동한다. 이런 특성을 일부 사진가들이 알고, 지나친 접근으로 사람을 경계하게 될까 염려될 정도다. 번식지에 가까이 접근하는 것은 절대 삼가야 할 일이다.
■ 윤순영의 탐조 사전 : 제비물떼새는?
제비물떼새가 앉아있을 때는 폭이 좁고 뾰족한 긴 날개가 꼬리 뒤로 돌출된다. 부드러운 깃털을 가졌다. 멱은 황백색이며 가장자리에 가늘고 검은 선이 있다. 몸 윗면은 어두운 회갈색, 가슴과 배는 연황색이며 아랫배는 흰색이다. 부리 기부(부리가 시작되는 부위)의 붉은색이 눈에 띈다. 날아갈 때 흰색 허리가 두드러지게 보이고, 아랫날개덮깃은 귤껍질 빛깔 같은 붉은색이다. 다리가 짧고 검다. 2~3개의 알을 땅에 낳는다.
어린 새는 몸 윗면의 깃 가장자리가 흰색이며 그 안쪽에 검은 무늬가 있다. 멱은 때 묻은 듯한 흰색이다. 목 옆과 가슴에 불명확한 흑갈색 무늬가 흩어져 있다. 겨울깃은 몸 윗면이 어두운 흑갈색이며 깃 가장자리는 폭이 좁고 때 묻은 듯한 흰색 또는 갈색으로 비늘무늬를 이룬다. 부리 기부의 붉은색이 흐리다. 멱은 황백색이고 주변에 검은 반점이 흩어져 있다. 가슴과 배의 연황색이 매우 연하다.
글·사진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촬영 디렉터 이경희, 김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