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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코끼리가 사람처럼 서로에게 ‘이름’을 붙이고 상대를 부를 때 사용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위키피디아코먼스
아프리카코끼리가 사람처럼 서로에게 ‘이름’을 붙이고 상대를 부를 때 사용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위키피디아코먼스

코끼리도 사람처럼 서로에게 ‘이름’을 붙이고 상대를 부를 때 사용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돌고래나 앵무새가 다른 개체의 소리를 모방해 서로를 부르는 것은 관찰된 적이 있지만, 독특한 울음소리를 이름처럼 사용하는 것은 비인간동물 가운데 코끼리가 처음이다.

10일(현지시각) 영국 가디언 등 외신은 미국 콜로라도주립대 마이클 파르도 박사와 연구진이 케냐의 국립공원에서 녹음된 36년 치 아프리카코끼리 울음소리를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이용해 분석한 결과, 코끼리들이 이름과 같은 개별적인 울음소리로 서로를 부른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은 국제학술지 ‘네이처 생태학 및 진화’에 실렸다.

보도를 보면, 연구진은 코끼리 무리 내의 의사소통 방식을 알아보기 위해 케냐 삼부루와 암보셀리 국립공원에서 1986년부터 2022년까지 녹음된 아프리카코끼리의 울음소리를 분석했다. 이번 논문의 공동저자이자 코끼리 울음소리 데이터를 제공한 코끼리 연구단체 ‘엘리펀트보이스’(ElephantVoices)의 조이스 풀 박사는 “몇 년 전부터 코끼리 한 마리가 접촉 신호를 보내면 무리 내의 다른 한 마리가 고개를 들어 대답하는 것을 발견했는데, 대답한 코끼리 이외에는 소리를 무시하는 것처럼 보였다”며 “우리는 그 호출이 특정 개체를 향한 것인지 궁금했다”고 과학잡지 ‘뉴사이언티스트’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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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는 코를 이용한 큰 울음소리부터 으르렁거리는 소리, 사람 귀에는 들리지 않을 정도로 낮은 울음소리까지 다양한 소리를 낼 수 있다. 엘리펀트보이스가 콜로라도주립대에 제공한 600개 이상의 녹음 파일에는 코끼리가 서로 멀리 떨어져 있을 때의 울음소리, 한 코끼리가 동료에게 다가갈 때 들리는 인사 소리 등 다양한 울음소리가 포함돼 있었다.

연구진은 녹음 데이터에서 총 469개의 독특한 울음소리를 식별해냈고, 인공지능 머신러닝(많은 양의 데이터를 이용해 패턴을 분석하거나 상황을 예측하는 기술)을 통해 울음소리의 발신자와 수신자를 특정할 수 있었다. 이렇게 얻은 데이터로 17마리의 코끼리에게 자신의 이름에 해당하는 울음소리를 들려줬더니, 코끼리들은 자신을 부르는 호출음에 더 강하게 반응했다. 이름을 들은 코끼리들은 스피커에 더 빨리 다가오면서 응답 소리를 내는 등 더 많은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같은 코끼리에게 다른 코끼리의 이름에 해당하는 울음소리를 들려줬을 때는 반응이 훨씬 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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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코끼리가 사람처럼 서로에게 이름을 붙이고 상대를 부를 때 사용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위키피디아코먼스
아프리카코끼리가 사람처럼 서로에게 이름을 붙이고 상대를 부를 때 사용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위키피디아코먼스

코끼리들이 항상 호출음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었다. 주로 어른 코끼리가 먼 거리에 있는 어린 코끼리를 부를 때나 어른 코끼리들이 서로를 부를 때 사용됐다. 이를 두고 연구진은 이름을 부르는 것도 몇 년간의 학습이 필요하기 때문일 거라고 추측했다. 논문의 주저자인 파르도 박사는 “이번 연구는 코끼리가 개체마다 특정한 발성을 사용할 뿐 아니라 다른 코끼리를 부르는 소리와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구별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가디언에 설명했다.

다만, 여러 코끼리가 특정 개체에 대해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지 여부까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코끼리마다 상대를 부르는 이름이 각각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풀 박사는 “각 코끼리마다 서로를 부르는 독특한 별명이 있을 수도 있다”며 “아직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