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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천덕꾸러기’ 비둘기, 불임모이로 개체 수 줄인다

등록 :2021-06-11 14:56수정 :2021-06-11 17:29

[애니멀피플]
인천 남동구동물보호연대, 비둘기 불임모이 급여 사업
“먹이금지 현수막은 효과 제한적…모이 통해 개체 조절”
도시의 ‘천덕꾸러기’가 된 집비둘기에게 불임모이를 급여해 개체 수를 조절하는 사업이 진행된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도시의 ‘천덕꾸러기’가 된 집비둘기에게 불임모이를 급여해 개체 수를 조절하는 사업이 진행된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한때 평화의 상징으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혐오를 받고 있는 비둘기의 개체 수를 불임모이를 통해 조절하는 사업이 진행된다.

11일 ‘인천남동구동물보호연대 INAC’(이하 남동구 동물보호연대)는 2021년 남동구청 평생학습관 사업의 일환으로 ‘비둘기 개체 수 조절을 위한 불임모이 공급 및 AI를 활용한 통계자료 제작 사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단체는 현재 본격적인 불임모이 보급에 앞서 인공지능(AI) 딥러닝 기술을 이용한 비둘기 개체 수 조사와 습성·생태 조사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들의 설명에 따르면, 비둘기 불임사료 급여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스페인 바르셀로나, 대만 등에서도 시행됐던 개체 조절법이다. 국내에서는 2018년 경남 김해시 한 지역에서 진행된 바 있으나 시행 뒤 구체적 통계는 없는 상태다. 남동구 동물보호연대는 불임모이 공급뿐 아니라 모이 급여 뒤 개체 조절 효과까지 추적하겠다는 목표다.

‘비둘기 불임모이 공급 사업’은 지역 시민들의 아이디어로 시작됐다. 지난 5일 인천 남동구 모래내시장 인근 공원에서 INAC 회원 및 지역 주민들이 프로젝트의 시작을 기념하고 있다. 인천남동구동물보호연대 제공
‘비둘기 불임모이 공급 사업’은 지역 시민들의 아이디어로 시작됐다. 지난 5일 인천 남동구 모래내시장 인근 공원에서 INAC 회원 및 지역 주민들이 프로젝트의 시작을 기념하고 있다. 인천남동구동물보호연대 제공

이지현 남동구 동물보호연대 대표는 “지역 내에서 관리 중인 길고양이를 위한 급식소에 비둘기가 찾아오기 시작해, 비둘기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고민하다가 불임모이 급식소와 개체수 추적 관찰을 생각해 내게 됐다”고 밝혔다.

집비둘기는 잘 알려진 바와 같이,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올림픽에서 각각 비둘기 3000마리를 날려 보내면서부터 개체가 폭증했다. 평균 연 2회 번식을 하고 한 번에 두 개의 알을 낳는게 보통이지만 도심에 적응하면서 번식력은 높아졌다. 천적이 없고 먹이공급이 원활한 탓에 번식 횟수가 연 5~6회까지 늘어났기 때문이다. 대한조류협회는 전국에 서식하는 비둘기를 약 100만 마리로 추정했으며, 이중 절반인 50만 마리가 수도권에 분포한다고 추정하고 있다.

인천남동구동물보호연대는 비둘기의 생태를 조사해 시간과 장소를 제한해 불임사료를 공급할 예정이다. 한겨레 자료사진
인천남동구동물보호연대는 비둘기의 생태를 조사해 시간과 장소를 제한해 불임사료를 공급할 예정이다. 한겨레 자료사진

도심에서 집비둘기의 신세는 처량 맞다. 목욕을 좋아하고 금슬이 좋아 ‘부부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새지만, 씻을 곳이 없고 개체 수가 늘게 되자 청결하지 못하다는 인상을 주게 됐다. 2009년 환경부가 비둘기의 악취와 배설물이 시민과 건물에 피해를 준다며 유해동물로 지정한 뒤로는 먹이주는 행위가 시비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관련 법상 비둘기에게 먹이를 제공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지, 환경부의 ‘유해 집비둘기 관리업무 처리지침’은 공원 지역에 인위적 먹이제공 금지 안내판 및 현수막 설치를 허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환경부가 먹이 제공을 제한한 비둘기는 인간에게 피해를 입히는 ‘유해 비둘기’에 한한 것으로 사람이나 시설물의 피해와 무관한 일반 비둘기는 해당되지 않는다.

이번 프로젝트에 제공되는 불임모이는 미국에서 사용됐던 제품이다. 이지현 대표는 “현재 미국의 사료회사와 협의 중이며 사료 및 급식기를 수입할 예정이다. 불임모이의 성분은 원래 닭의 구충제로 사용되는 약품으로 캐나다 거위와 비둘기의 개체군 관리를 위한 피임약으로도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불임모이로 다른 새가 피해를 입을 우려가 있지 않을까. 남동구 동물보호연대는 비둘기의 생태를 면밀히 조사해 급여 시간을 제한하고 관리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비둘기들은 귀소본능이 강한 동물이다. 지금까지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서 사료를 먹는 모습이 관찰됐고, 식사시간이 최대 10~15분 정도였다. 불임사료는 급여시간에 한해 비둘기에게 제공하고 그 이후에는 먹지 못하도록 관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불임모이의 효과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할 계획이다. 급식소에 야생동물관찰 카메라를 설치해 비둘기들의 이동, 개체 수 감소 등 모든 과정을 촬영하고, 이미지 인식 딥러닝을 활용해 감소 추이나 통계를 기록·분석할 계획이다.

오보현 인천시수의사회 부회장(인천 삼산종합동물병원장)은 “선진국에서는 이미 불임모이 보급으로 비둘기 개체 수를 조절하고 있다. 기존의 단순 먹이금지 현수막으로는 개체 수 조절이 제한적이었는데, 비둘기와 공생하는 방안이 국내에 도입돼 매우 기쁘다. 이번 프로젝트가 전국 보급의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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