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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하얀 그린란드, 한때는 초록빛 땅이었다

등록 :2021-03-16 15:43수정 :2021-03-16 16:07

[애니멀피플] 1400m 얼음 밑에서 ‘초록의 흔적’ 발견
지난 100만년 동안 한 번 이상 완전히 녹은 직접 증거
그린란드 전체 얼음 녹으면 지금보다 해수면 6m 상승
고래 뼈 뒤로 떨기나무가 자란 그린란드 동부의 여름 풍경. 이곳처럼 그린란드 전체의 빙상이 사라진다면 해수면이 6m 높아져 뉴욕, 마이애미, 다카 등 해안의 인구밀집 대도시가 물에 잠긴다. 한네스 그로브,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고래 뼈 뒤로 떨기나무가 자란 그린란드 동부의 여름 풍경. 이곳처럼 그린란드 전체의 빙상이 사라진다면 해수면이 6m 높아져 뉴욕, 마이애미, 다카 등 해안의 인구밀집 대도시가 물에 잠긴다. 한네스 그로브,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두께 3000m 이상의 얼음으로 덮인 그린란드가 한때는 초록빛 땅이었다는 직접 증거가 발견됐다. 또 지난 100만년 사이 그린란드가 적어도 한 번은 완전히 녹았던 것으로 드러나 기후변화로 인한 대규모 해수면 상승과 관련해 주목된다.

앤드루 크라이스 미국 버몬트대 지질학자 등 국제연구진은 그린란드 북서부의 미군 기지 캠프 센튜리에서 1966년 1.4㎞ 깊이로 빙상과 그 밑 퇴적층을 굴착해 얻은 시추 코어를 분석해 이런 결과를 얻었다고 16일 과학저널 ‘미 국립학술원 회보(PNAS)’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그린란드 캠프 센튜리에서 미 육군 핵기지를 건설하기 위해 심층 시추를 하는 모습. 미 육군 제공.
그린란드 캠프 센튜리에서 미 육군 핵기지를 건설하기 위해 심층 시추를 하는 모습. 미 육군 제공.

미 육군이 냉전 시대 소련을 겨냥한 핵미사일 기지를 짓는 과정에서 부산물로 남은 시추 코어의 얼음 부분은 그동안 그린란드 빙상 연구에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얼음층 아래서 발굴한 3.44m 길이의 퇴적층과 14m의 진흙 얼음층 시초 코어는 가치를 몰라 반세기 동안 이리저리 냉동고를 옮겨 다녔다.

캠프 센추리 위치(노란 원). 앤드루 크라이스트 외 (2021) PNAS 제공.
캠프 센추리 위치(노란 원). 앤드루 크라이스트 외 (2021) PNAS 제공.

2017년 덴마크에서 ‘재발견’된 이 퇴적층 코어를 분석한 결과 놀랍게도 잘 보존된 식물의 가지와 잎 등이 들어있었다. 지질학적으로는 최근인 지난 100만년 또는 수십만 년 사이에 그린란드의 빙상이 녹아 이끼와 풀, 키 작은 나무가 자라는 툰드라 지역이 펼쳐졌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크라이스트는 “보통 빙상이 깔린 곳에선 모든 것이 파괴되어 가루가 되는데 이곳에서는 식물의 형체까지 고스란히 보존돼 있어 화석이라기보다 어제 죽은 것 같았다”며 “다른 어디서도 볼 수 없는 그린란드의 타임캡슐”이라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그린란드 빙상이 모두 녹고 툰드라 생태계가 펼쳐졌던 당시의 식물 잔해가 시추 코어에서 발견됐다. 진달래 과 극지식물인 시로미(B), 뻐꾹이끼(D), 선태식물(I) 등이 보인다. 앤드루 크라이스트 외 (2021) PNAS 제공.
그린란드 빙상이 모두 녹고 툰드라 생태계가 펼쳐졌던 당시의 식물 잔해가 시추 코어에서 발견됐다. 진달래 과 극지식물인 시로미(B), 뻐꾹이끼(D), 선태식물(I) 등이 보인다. 앤드루 크라이스트 외 (2021) PNAS 제공.

퇴적물에서는 진달래 과의 툰드라 떨기나무인 시로미와 뻐꾹이끼, 선태식물 등의 잔해가 들어있었다. 연구자들은 “이런 식물은 툰드라 생태계였음을 보여 주지만 침엽수림이 함께 펼쳐졌을 수도 있다”고 논문에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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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에 민감한 빙상

북극에서 1280㎞밖에 떨어져 있지 않고 해안에서 120㎞ 떨어진 곳에 이처럼 녹지가 펼쳐졌다는 건 무얼 의미할까. 연구자들은 퇴적층의 산소동위원소를 분석해 현재 얼음이 쌓인 캠프 센튜리의 고도(1890m)보다 퇴적 당시 해발고도가 훨씬 낮았다는 결론을 얻었다. 빙상이 쌓이지 않았음을 가리킨다. 고위도가 그렇다면 그린란드 대부분도 얼음에 덮이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빙상이 녹은 그린란드 동부 해안의 모습. 조수아 브라운, 버몬트 대 제공.
빙상이 녹은 그린란드 동부 해안의 모습. 조수아 브라운, 버몬트 대 제공.

연구자들은 또 퇴적층 속의 석영을 분석해 언제 우주선에 노출됐는지를 계산했다. 얼음에 덮이면 우주선에 노출되지 않는다. 분석 결과 플라이스토세(250만년 전∼1만2500년 전) 기간 늘 얼음에 덮여있던 그린란드가 지난 110만년 동안 적어도 한 번은 완전히 녹았음이 드러났다.

이런 결과는 기후변화를 가장 심각하게 겪고 있는 그린란드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연구자들은 “그린란드가 ‘최근’ 완전히 녹은 적이 있다는 것은 고통스러운 깨달음”이라며 지적했다. 그린란드를 덮은 빙상이 모두 녹으면 지구의 해수면은 6m 상승해 해안의 주요 도시들이 물에 잠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자들은 “이번 연구는 그린란드의 빙상이 얼마나 빨리 녹을지 이해하는 단서를 줄 것”이라며 “그린란드는 우리가 이해했던 것보다 기후변화에 훨씬 민감해 돌이킬 수 없이 녹아버릴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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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 유치하려 지은 이름 그린란드

초록 땅이란 뜻의 그린란드란 이름은 이곳에 처음 정착한 노르드인 에릭 토르발드손(일명 붉은 머리 에릭)이 아이슬란드에서 이민자를 끌어모으기 위해 지었다. 이렇게 모인 이민자들은 985년 25척의 배를 타고 그린란드 남서해안에 정착해 한때 인구가 5000명으로 번성했지만 전염병으로 에릭이 사망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15세기 소빙하기 때 몰락했다.

1960년대 캠프 센튜리의 얼음 속 핵 기지 건설 모습. 미 육군 제공.
1960년대 캠프 센튜리의 얼음 속 핵 기지 건설 모습. 미 육군 제공.

심층 시추작업이 이뤄진 미 육군 캠프 센튜리 기지는 1966년 극지 과학기지로 위장한 ‘아이스 웜 프로젝트’에 착수해 핵미사일 600기를 소련에서 가까운 빙상 속 3200㎞ 길이의 터널 속에 숨기는 공사에 나섰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거대한 빙상이 흘러가는 등 움직임이 잦아 터널이 변형되고 붕괴하는 일이 잦자 이듬해 사업을 포기했다. 기초공사를 위해 시추한 얼음은 살아남아 여러 연구소의 냉동고를 옮겨 다녔고 퇴적층 시추 코어는 1993년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으로 옮겨져 방치되다가 2018년 쿠키 단지에 담긴 상태로 재발견됐다.

인용 논문: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DOI: 10.1073/pnas.2021442118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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