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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두 달 키운 내가 봐도 심한 정도였다”

등록 :2020-06-16 13:00수정 :2020-06-16 21:12

[애니멀피플] 최초 제보자가 본 ‘동묘 길고양이 학대 논란’
“바닥에 누런 똥, 구토 자국 같은 것도 남아
상습적인 거 아니라면 지금 반응은 너무 날 선듯”
12일 오후 폐회로티브이(CCTV)에 찍힌 당시 상황. 목줄에 고양이가 걸려있고, 고양이가 몸부림을 칠수록 목줄이 더 조이는 것처럼 보인다.
12일 오후 폐회로티브이(CCTV)에 찍힌 당시 상황. 목줄에 고양이가 걸려있고, 고양이가 몸부림을 칠수록 목줄이 더 조이는 것처럼 보인다.

서울 종로구 동묘시장에서 벌어진 길고양이 학대 의혹 사건을 두고, 동물학대냐 아니냐를 두고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이 사건은 6월12일 오후, 서울 동묘시장에서 두 남성이 길고양이를 목줄로 잡아 끌어당기고 상자 안에 넣는 장면이 인터넷에 퍼지면서 확산됐다. 같은 날 ‘동묘시장 임신한 고양이 학대사건 고발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랐고, 16일 오전까지 7만7000여명이 이 청원에 참가했다.

당시 현장을 목격한 뒤 맨 처음 고양이 커뮤니티에 글을 올린 제보자가 있다. 제보자는 15일 <애니멀피플>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살면서 보기 힘든 장면”이었다며 “고양이를 키운 지 두 달밖에 안 된 내가 딱 봐서도 심한 정도였다”고 밝혔다. 다만, 이들이 비난의 대상이 된 것에 대해 “그 분이 상습적으로 (학대를)했으면 벌 받아야겠지만, 일회성이었다면 지금의 반응은 너무 날이 서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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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제보자 “살면서 처음 보는 장면”

―당시 상황이 어땠나?

“12시 좀 넘어서였다. 동묘시장을 지나가는데 사람들이 모여 있더라. 업주분께서 다른 남성 한 명과 안에서 무얼 하는데, 밖에서 상인분들이 쳐다보면서 보고 있었다. 목줄로 고양이를 잡으려고 하는데 “저걸로 어떻게 잡아” 걱정하는 소리도 들렸다.”

―고양이가 임신묘였다고?

“엄청 컸다. 보통 고양이의 세 배 정도 되어 보였다. 가게 안에서 (고양이를 잡으려고) 실랑이를 벌였다. 고양이가 목줄에 걸려서 당겨져 나오는데, 푹 날아오는 느낌이 들었다. 경찰에서 전화 왔을 때는 그렇게 진술했는데, 나중에 시시티브이(CCTV) 보니까 질질 끌려왔다. 상황이 아주 긴박했다. 임신한 고양이라고 하는 말도 얼핏 들었다.” (이 고양이는 구조 뒤 임신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고양이는 저항하지 않았나?

“발버둥을 엄청 쳤다. 나중에 긴 막대기 같은 것을 쓰고 결박했을 때, 피도 흘리는 거 같았고.(긴 막대기는 신발을 잡는 집게와 셔터를 내리는 도구인 것으로 보인다.) 고양이를 밖으로 끌고 와 실랑이를 하다가 박스에 넣었다. 바닥에 누런 똥도 있고, 오바이트한 자국 같은 것도 있었다. 다 끝나고 나서 ‘바닥 닦으라’는 얘기도 들었다. 찰나에 지나간 순간이긴 한데, 내 기억에는 그렇다.”

―사람들은 이 사건을 사진으로만 접했다. 그래서 오해할 수도 있다는 주장도 있는데.

“고양이 키운 지 두 달 됐는데, 내가 딱 봐도 심한 정도였다. 살면서 보기 힘든, 처음 보는 장면이었고, 여기가 미개한 나라도 아니고…. 신고는 못 해도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올리자 했다. (이 사진은 고양이 커뮤니티 ‘고양이라서 다행이야’에 게시되면서, 일파만파 커졌다)

―뭐가 문제였다고 보나?

“어떻게든 툭툭 치면 고양이가 가게 밖으로 나갈 거 아닌가. 그런데, 굳이 목줄을 걸어 조이고, 당기고….”

―사진을 올린 뒤 국민적 관심사가 됐다.

“그 분이 해코지를 하려고 한 게 아니고, 가게 안에 들어온 고양이를 잡아 멀리 갖다놓으려고 한 거 같다. 그런 측면에서 이해되는 부분이 있다. 그 분이 상습적으로 (학대를) 했으면 벌 받아야겠지만, 일회성이었다면 지금 반응이 너무 날이 서 있는 거 같기도 하다. 경찰서에서 전화가 와서 기억나는 대로 말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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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 살펴보니, 고양이 빼내는 과정서 벌어진 일

15일 <애니멀피플>은 5GB 분량의 가게 안 CCTV 동영상을 입수해 살펴봤다. 고양이를 학대한 것으로 지목된 상인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주장한 대로 길고양이가 가게 안으로 들어와 내쫓는 과정에서 일어난 사건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CCTV 영상을 보면, 12시4분께 상인이 담요를 들고 와 고양이를 빼내려고 시도한다. 누군가에게 전화하는 장면도 있는데, 인터뷰에서는 고양이 포획을 도와달라고 하기 위해 다산콜센터에 전화했다고 밝힌 바 있다.

가게 안으로 들어온 길고양이를 목줄에 매어 데리고 나가고 있다.
가게 안으로 들어온 길고양이를 목줄에 매어 데리고 나가고 있다.
12시13분께 신발을 집는 집게를 들고 오고, 긴 줄로 매듭을 지어 올가미 모양을 만든다. 그 뒤 목에 줄이 묶인 고양이는 가게 밖으로 끌려 나간다. 고양이는 데구루루 구르며 저항하고, 다른 남성이 양손에 든 긴 막대기로 고양이를 톡톡 친다. 고양이가 저항할수록 목줄이 더 조이는 것처럼 보인다.

고양이는 목줄에 걸린 채 끌려가다가 진열대 아래로 숨고, 두 남성은 목줄에 걸린 고양이를 공중에 들어 상자 안에 넣는다. 상자 위를 발로 밟는 장면도 포착된다. 그 뒤 고양이가 저항했던 오염된 아스팔트를 물티슈 등으로 닦고 종이상자를 펴서 올려놓는다. 상황이 종료된 건 12시20분이다.

동물단체 ‘나비야 사랑해’ 등은 시민들을 모아 두 남성을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수사기관에 고발한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사건은 ‘도구·약물 등 물리적·화학적 방법을 사용하여 상해를 입히는 행위’(동물보호법 8조2항)로, 정당한 사유 없이 고양이에게 신체적 고통을 준 동물학대에 해당한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이들은 사전에 작성한 고발장에서 고양이가 공격했던 정황도 없었고, 고양이를 다른 방법으로 다른 곳으로 옮겨놓을 수도 있었던 점, 또 목줄로 묶어 결박한 후 쇠꼬챙이로 공격한 점 등을 들어 동물학대라고 밝혔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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