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전을 빼앗긴 동물이 멸종위기에 처했고 야생에서 멸종된 종도 한둘이 아니다. 동물원에는 멸종위기종이 수두룩하고
터전을 빼앗긴 동물이 멸종위기에 처했고 야생에서 멸종된 종도 한둘이 아니다. 동물원에는 멸종위기종이 수두룩하고

모든 동물의 고향은 자연이다. 가축도 원래는 자연에서 살았었다. 사냥에서 허탕 칠 때가 많아 아예 잡아 와 뒤뜰에 가둬 기르기 시작한 게 가축의 시작이다. 가축은 수렵 생활을 하던 사람들이 최고로 꼽는 사냥감이기도 했다. 수천 년 동안 사람 손에 커서 고향인 자연으로 돌아가도 스스로 살기 어렵다.

가축과 달리 야생동물은 야생에서 환경을 극복하면서 산다. 조상 대대로 그렇게 살아와서 이미 적응돼 있다. 적응하지 못한 개체의 가문은 대가 끊겼다. 적응한 개체의 후손이 현재 살고 있고, 자연이 선택한 결과다. 사람이 돌보지 않아도 혹독한 추위나 더위에도 종마다 나름대로 생존비법이 있어 까딱없다.

조류는 좋아하는 환경을 찾아다니며 산다. 그게 철새다. 우리나라 여름 철새로 제비, 백로와 물총새가 대표적이다. 겨울 철새로 독수리, 두루미, 청둥오리 등이 있다. 봄에 독수리는 몽골에서, 두루미는 러시아에서 번식한 후에 추워지면 남쪽으로 내려온다. 추위를 피했다가 다시 번식지로 돌아가는 생활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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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양은 몇 마리씩 가족을 이뤄 무리로 산다. 여럿이 함께 살면 누가 습격하려는지 망볼 때 좋고 얕잡아 볼 만한 놈이 쳐들어오면 떼뭉쳐 몰아낼 수 있어서 좋다. 발굽이 덧버선을 신은 것처럼 도톰해서 바위 절벽에 버티고 서 있기에 안성맞춤이다. 절벽 난간에 서 있는 걸 보면 간당간당 떨어질 것 같아도 꿈쩍 않고 밤을 새운다. 바위 절벽 끝에서 잠을 자야 편히 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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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벌이’ 안 되는 동물원

동물은 먹이를 찾거나 짝을 찾아 헤맨다. 예를 들면 수달은 하루에 3.5㎞를 이동할 정도다. 동물마다 활동반경이 있다. 활동반경이란 자기 영역이기도 하고 평소에 쉬고, 먹이를 구하거나 짝을 찾으려고 들락날락하는 곳이다. 먹이와 천적에 따라 다르나 보통 얼룩말은 평균 9.4㎢, 하마는 0.4~0.6㎢, 흰코뿔소 암컷은 2~20㎢로 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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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동물을 서식지에 자유롭게 살게 두면 될 텐데 왜 동물원에 가둬 놓고 기를까? 동물원에서 야생동물이 맘 편하게 살게 제대로 갖춰 줄 수 있을까? 이런 논리를 들어 동물원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도 모든 나라에 동물원과 수족관이 있다. 미국은 230여 개, 일본은 170여 개 있다. 긍정적인 측면보다 부정적인 측면이 많았다면 이미 없앴을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오스트리아의 쉔브룬 동물원도 1752년 이래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다. 경제적인 측면으로 보면 솔직히 동물원은 돈벌이가 안 된다. 먹이값과 잡다한 관리비용을 대려면 만만치 않다. 적자를 보면서까지 운영하는 걸 보면 존재 할 이유가 분명히 있다.

 외국동물원에는 야생에서 멸종한 종도 있다. 이놈들을 번식시켜 복원하면 멸종을 막을 수 있다. 동물원이 존재해야 할 이유 중 하나다. 클립아트코리아
외국동물원에는 야생에서 멸종한 종도 있다. 이놈들을 번식시켜 복원하면 멸종을 막을 수 있다. 동물원이 존재해야 할 이유 중 하나다. 클립아트코리아

야생동물이 동물원에 살려면 온갖 것이 불편할 것이다. 야생과 비교하면 턱없이 좁은 곳에 산다. 변명할 여지가 없다. 매일 마주치는 관람객 시선도 괴로울 것이다. 이런 걸 동물원에서도 알고 있어 불편하지 않게 하려고 늘 노력하고 있다. 동물원에 사는 놈들이 야생보다 약15~20% 오래 사는 걸 보면 동물원이 형편없이 나쁘진 않다는 증거다. 예로서 야생에서 얼룩말은 20살 하마는 40살까지 산다. 동물원에서는 얼룩말이 최고 28살까지 하마는 최고 50살까지 산다. 자유롭지 못해 매우 안타깝지만 수명만 보면 그렇단 얘기다.

서식지에서 야생동물을 잡아 동물원으로 데려오지 않은 지 오래됐다. 다쳐서 구조된 야생동물이 완치 후 서식지로 돌려보낼 수 없을 땐 동물원으로 보내는 경우는 있다. 동물원에 있는 동물은 자기 동물원 또는 국내·외 다른 동물원에서 태어난 놈들로 넓은 세계를 경험하지 못했다. 그럴지라도 야생처럼 해 주려고 은신처, 그늘, 언제든지 마실 수 있는 물과 추위나 더위를 피하는 시설을 해 놨다. 산양이 사는 곳엔 바위를 넣어 놨고, 늑대나 오소리에게는 굴을 팔 수 있게, 물놀이를 즐기는 코끼리나 하마네 집엔 수영장이 있다. 이런 게 동물행동풍부화 프로그램(Animal Behavioral Enrichment Program)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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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마다 생태교육을 한다. 훗날 사회를 이끌어 갈 어린 학생이 주 대상이다. 서식지에서 어떻게 살고 있고, 왜 멸종위기에 처했고, 어떻게 해야 멸종위기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을지 질문과 답을 준다. 전국적으로 치면 일 년에 수 천 명씩 교육 받는다. 동물원에 와서 휴식하면서 자연스럽게 공부한다. 동물원 곳곳에 있는 설명판도 한 몫 한다. 자연과 동물을 보호하려는 마음이 싹트게 해서 실천가로 만드는 게 궁극적인 목적이다. 교육으로 동물원에서 현재 떠안고 있는 적자보다 훗날 더 많은 이득이 생기게 한다. 동물원은 국가적 차원에서 거시적인 투자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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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마지막 희망

동물원이 없다면 서식지에 가야 볼 수 있다. 고릴라나 기린은 아프리카에, 오랑우탄은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에 가야 한다. 갈 때마다 볼 순 없고 운이 좋아야 볼까 말까 한다. 수많은 사람이 찾아갈 테니 서식지가 지금보다 더 망가질 것은 뻔하다. 개인이 서식지를 찾아가는 비용과 사회적 비용도 엄청나게 많이 든다.

 외국동물원에는 야생에서 멸종한 종도 있다. 이놈들을 번식시켜 복원하면 멸종을 막을 수 있다. 클립아트코리아
외국동물원에는 야생에서 멸종한 종도 있다. 이놈들을 번식시켜 복원하면 멸종을 막을 수 있다. 클립아트코리아

인구 증가로 동물의 서식지가 택지와 경작지로 바뀌고 있다. 터전을 빼앗긴 동물이 멸종위기에 처했고 야생에서 멸종된 종도 한둘이 아니다. 동물원에는 멸종위기종이 수두룩하고, 외국동물원에는 야생에서 멸종한 종도 있다. 이놈들을 번식시켜 복원하면 멸종을 막을 수 있다. 멸종위기에서 벗어나게 한 대표적인 사례가 몽고야생말과 아라비아오릭스다. 동물원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했다. 동물원이 존재해야 할 이유 중 하나다. 동물원을 폐지하자는 카드를 꺼내는 것보다 동물원이 제대로 역할을 하고 있는지 따져 묻는 게 자연과 동물을 보호하는 지름길이다. 동물원도 단순 전시에서 벗어나 기능과 역할을 제대로 해야 존립할 명분을 얻을 것이다. 멸종위기에 처한 종을 살리는 마지막 희망이 동물원이다.

노정래 전 서울동물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