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문소리씨가 15년 간 반려해온 진돗개 달마와 보리의 이야기를 담은 책 ‘세 발로 하는 산책’을 펴냈다. 마음산책 제공
배우 문소리씨가 15년 간 반려해온 진돗개 달마와 보리의 이야기를 담은 책 ‘세 발로 하는 산책’을 펴냈다. 마음산책 제공

반려동물을 만나고 삶이 바뀌었다는 사람들이 많다. 동네 길고양이에게 관심이 가고, 개 식용을 반대하게 되고, 채식을 지향하며 유기견과 소외된 동물들을 돕고 싶어졌다는 사연들이다. 이런 진심 어린 반려인들의 고백은 때로 듣는 이를 감동시키기까지 한다. 새 책 ‘세 발로 하는 산책’을 “서투른 반려인간의 부끄러운 고백”이라 소개한 배우 문소리씨의 이야기도 그렇다.

‘세 발로 하는 산책’.
‘세 발로 하는 산책’.

‘세 발로 하는 산책’은 문소리씨 가족과 15년 넘게 함께하고 있는 반려견 ‘달마’를 주인공으로 한 책이다. 전남 장성군의 백양사라는 절에서 처음 진돗개 남매 보리와 달마를 입양한 사연부터 달마가 다리 하나를 잃고 난 후의 이야기까지 생생하게 담고 있다.

책은 ‘가족 동화책’에서 출발했다. 이야기의 뼈대는 문씨의 올케이자 유치원 특수교사인 류영화씨가 아들 수영이와 문소리씨의 딸 연두를 위해 A4용지를 척척 접어 만들었던 그림동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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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마는 왜 다리가 세 개냐’는 아이들의 물음에 답하기 위해 시작된 이야기는 최근 달마의 나이들고 약해진 모습까지 더해져 새롭게 완성됐다.

전남 장성의 백양사에서 태어나 문소리씨의 가족이 된 반려견 ‘달마’. 어느 날 교통사고를 당해 앞발을 잃게 됐다.
전남 장성의 백양사에서 태어나 문소리씨의 가족이 된 반려견 ‘달마’. 어느 날 교통사고를 당해 앞발을 잃게 됐다.

“무엇보다 가족의 이야기여서 부끄러운 마음이 컸다”는 지은이의 서문처럼 책은 반려견 보리와 달마를 키우며 달라진 반려가족의 기록이기도 하다. 반려견이 처음이었던 문씨 가족은 보리와 달마를 입양할 당시 두 진돗개를 감당할 지식도 체력도 부족한 상태였다. ‘옛날 시골에서는 다 그렇게 키웠다’는 말처럼 개들을 풀어 키웠고, 덩치가 커질수록 개들은 천방지축이 되었다. 이런 두 녀석을 반려견 훈련센터에 보내며 가족들은 비로소 산책과 훈련의 중요성을 익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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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산책을 나간 달마가 며칠째 집으로 돌아오지 않자 온 집안에 비상이 걸렸던 에피소드도 눈에 띈다. 한때 여러 이유로 개고기를 먹었던 문소리씨도 가족들도 달마가 개장수에게 잡혀 갔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에 “사람들이 개를 먹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울음을 터뜨린다. 몇해 뒤 달마가 불의의 사로고 다리를 잃게 되자 ‘조금 다른 동물’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에서 소외된 동물들의 현실에 더욱 공감하게 된다.

책 ‘세 발로 하는 산책’은 처음 반려견을 키우던 가족이 점점 동물권에 가까워지는 과정을 잔잔하게 그리고 있다. 마음산책 제공
책 ‘세 발로 하는 산책’은 처음 반려견을 키우던 가족이 점점 동물권에 가까워지는 과정을 잔잔하게 그리고 있다. 마음산책 제공

많이 특별할 것 없는 이 가족의 이야기는 그러나 책을 덮는 순간 코끝 찡한 감정을 선사한다. 네 발이어도, 세 발이어도, 이제 종일 누워만 지내야 하는 늙은 개여도 가족에게는 “모두가 멋진 모습”이라는 깨달음이 주는 울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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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소리씨는 서문에서 책 출간 동기를 “더 많은 이야기, 더 아름다운 생각을 나누기 위해서”라고 밝히고 있다. 책의 인세도 어려운 동물들을 위해 쓰인다. 온 가족을 ‘동물권 가족’으로 이끈 반려견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의 수익금은 동물권행동 카라와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 ‘곰 생츄어리 건립’에 기부된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