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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견·개농장이 있는 한…‘남양주 사고’는 언제든 반복된다

등록 :2021-08-04 17:10수정 :2021-08-04 17:37

[애니멀피플] 통신원 칼럼
남양주시 개물림 사고 원흉으로 드러난 불법 개농장
유기견은 어떻게 개농장으로 흘러가 사람을 죽였을까
지난 5월 남양주시에서 사망사고를 낸 사고견의 견주가 결국 인근 불법 개농장의 주인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사고견은 남양주시 유기견보호소에서 개농장으로 흘러간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5월 남양주시에서 사망사고를 낸 사고견의 견주가 결국 인근 불법 개농장의 주인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사고견은 남양주시 유기견보호소에서 개농장으로 흘러간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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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2일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산책 중이던 50대 여성이 한 대형견에게 팔과 목을 물려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사고견에게는 목줄도 반려동물 인식칩도 없었으므로 보호자를 찾는 것은 요원한 듯 보였지만, 경찰은 결국 두 달 만인 7월 20일 ‘견주’를 특정하는 데 성공했다. 견주는 다름 아닌 사고 현장 바로 앞에 있던 불법 개농장을 운영하던 농장주 ㄱ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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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개 혐오’에 가려졌던 사고견의 정체

사고 초기에 언론들은 사고견을 ‘풍산개’, ‘들개’라고 보도했다. 대형 들개가 또 사고를 일으켰다는 식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보기에 그 개는 풍산개라기보다는 그레이트 피레니즈 종에 가까웠다. 피레니즈는 한국 자연발생종이 아니다. 유기견이었다가 들개가 된 개들은 대개 산을 기반으로 생활하고, 단모에 날렵한 체형을 지녔다. 더군다나 개물림 사고는 소위 ‘들개’가 아니라 대부분 보호자가 있는 개, 그리고 드물게 개농장이나 방치학대를 당한 개들로부터 발생한다.

사고 현장 근처 개농장 모습. 개들은 죽지 않기 위해 마지못해 음식물쓰레기에 입을 대고 있었다.
사고 현장 근처 개농장 모습. 개들은 죽지 않기 위해 마지못해 음식물쓰레기에 입을 대고 있었다.

사고 현장 옆 개농장에서 사고견이 나왔을 것이라는 추론은 자연스러웠다. 추론만으로 주장을 할 수는 없었다. 현장 확인이 필요했다. 카라는 5월 27일, 남양주시 담당자와 함께 해당 개농장을 방문했다. 현장에는 45마리 개들이 뜬장에 갇히거나 오물더미 위에 짧게 묶여 방치학대를 당하고 있었다.

불법으로 음식물쓰레기를 급여하는 전형적인 개농장이었다. 방문 당시 개농장에는 사고견과 어울려 다니는 것이 시시티브이에 포착된 백구도 있었다. 그리고 그 곳에 보더콜리 ‘욱이’가 있었다. 욱이는 손, 앉아 등 기본적인 훈련이 되어 있는 개였다. 활동가들은 욱이를 비롯해 유실견이나 유기견으로 추정되는 구조가 시급한 개 네 마리를 구조했다.(▶관련기사: 그 개들은 왜 사람을 물 수밖에 없었을까)

한편 카라가 최초에 ‘견주’로 지목한 개농장주 ㄱ씨는 자신이 주인이 아니라고 강하게 부정하고 있었다. 경찰은 현장검증에서 ㄱ씨와 사고견을 대질시키고, 거짓말 탐지기 조사도 벌였다. 거짓말 탐지기 조사에서도 ㄱ씨는 ‘내 개가 아니라’고 주장했고, 조사 결과는 진실로 나왔다. 견주를 찾는 일은 요원해 보였다. 경찰이 곳곳에 견주를 찾는다는 포스터와 현수막을 내걸었지만, 그렇게 무책임하게 개를 방치한 사람이 ‘사람을 죽인 개가 내 개’라고 나설리도 만무했다.

상황을 급반전 시킨 것은 한 시민의 제보였다. ‘최근 남양주 개물림 사고 근처 개농장에 있던 보더콜리 말인데요. 너무 익숙한 아이라 생각돼서 어디서 본걸까 확인 하던 중에 예전에 유기견 공고에 올라왔던 아이와 너무 비슷한 걸 확인했습니다.’ 카라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라온 욱이 사진을 보고, 시민이 연락을 해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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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책임의 극치 보여준 남양주시

그가 올린 게시글 속 사진에는 욱이가 있었다. 지난해 9월 남양주동물보호협회에 공고되었고 ‘입양 완료’라고 표시되어 있었다. 체고와 무늬 위치 등을 보았을 때 욱이가 확실했다. 카라 활동가들은 곧장 2020년에 남양주 시보호소에 입소했던 동물들의 리스트와 남양주 개농장에서 보았던 개들을 대조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시보호소에 입소했던 개들 중 여섯 마리가 남양주 개농장에 있던 것으로 판단됐다. 심지어 사고견 또한 시보호소 공고에 버젓이 올라왔으며 ‘입양 완료’로 처리돼 있었다. 카라는 이 사실을 수사 중인 남양주북부서에 알렸다. 경찰은 유기동물로 입양처리된 사고견의 당시 이미지와 포획 이후 사진 분석을 영상분석 전문가에 의뢰했고, 감식 결과 ‘동일한 개가 맞다’는 결론이 나왔다.

욱이’는 지난 5월22일 남양주 개물림 인명사고가 난 현장 근처 개농장에서 구조된 개다. 카라 SNS에 올라온 욱이 사진에 대한 시민 제보가 이어지며 사고견의 정체가 밝혀지게 됐다.
욱이’는 지난 5월22일 남양주 개물림 인명사고가 난 현장 근처 개농장에서 구조된 개다. 카라 SNS에 올라온 욱이 사진에 대한 시민 제보가 이어지며 사고견의 정체가 밝혀지게 됐다.

이런 가운데 남양주시는 어떤 태도를 취했던가. 문제의 개농장은 ‘남양주축산농협’ 조합원 자격이 있는 곳이었다. 남양주시는 그것을 근거로 개농장에 경제적 혜택을 제공하고 있었다. 개농장 방문 당시 카라와 함께 갔던 공무원은 개들이 동물등록이 되어있는지조차 확인하지 않았다. 참혹한 현장을 보고도 ‘반려동물이 아니므로 동물학대로 볼 수 없다’며 동물보호법을 축소 해석하고 어떠한 행정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남양주시 보호소는 더욱 적극적으로 사건을 은폐했다. 보호소는 다섯 마리 개들이 모두 한 목장으로 입양 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남양주시의 유기동물보호소 위탁협약서 제4조 13항에는 개인의 경우 최근 2년간 최대 4마리의 개를 분양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더군다나 내장칩이 있던 욱이를 두고선 ‘키우던 집에서 아이를 물어 유기동물보호소의 중개로 입양을 보냈다’고 했지만, 최초 욱이의 보호자는 욱이가 보호소로 간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남양주 보호소는 사고견이 누구에게 입양을 갔는지조차 답변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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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견에게 최초로 기질평가가 실시된다

카라는 남양주시를 직무유기로 고발했고, 남양주시 보호소는 사기죄로 고발했다. 현재는 감사원에 공익감사청구까지 끝낸 상태다. 카라는 사고 이후 경찰과 긴밀히 소통하며 수사에 필요한 자료들을 공유했다.

마침내 경찰이 사고견과 유사한 개의 입양 기록과 ㄱ씨에게 개를 넘겼다는 개농장주 지인의 진술을 확보했다. 이후 ㄱ씨가 지인에게 “개를 태워버렸다고 경찰에 진술해 달라”거나 “개를 넘겨줄 때 장면이 블랙박스에 남아있을지 모르니 없애달라”고 하는 등의 추가 증거를 확보했지만 ㄱ씨는 여전히 자신이 견주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고 현장 근처 개농장 모습.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강아지들도 여러 마리 발견됐다.
사고 현장 근처 개농장 모습.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강아지들도 여러 마리 발견됐다.

누구도 관심 갖지 않았다면 이 사건은 단순히 ‘들개’ 에 의한 사고로 둔갑됐을 것이다. 들개들은 더 위험하고 통제 불가능한 존재처럼 여겨지며 사건은 그대로 묻혔을 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반려인에게 버려져 시보호소를 거쳐 개농장까지 팔려왔던 그 개, 목줄이 목을 파고들어가는 고통을 겪던 사고견은 “사람을 죽였기 때문에 안락사는 불가피하다”는 남양주시 담당자의 주장대로 이미 죽었을지도 모른다.

개물림 사고로 사람이 죽은 것은 너무나 비극적인 일이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개를 죽인다고 사람이 죽은 일이 해결되거나 앞으로의 사고 위험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개물림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해소해야 한다. 안락사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 왜 물림사고가 났는지 과학적으로 조사해야 한다는 것이 이번 사건으로 더욱 분명해졌다.

사고견은 현재 일반 훈련소로 거처를 옮겨 병원 검진도 받고 사료와 물을 급여 받으며 지내고 있다. 상처부위는 나아지고 있고 건강상에도 큰 이상이 없다고 한다. 다행히 경기도에서 본 사안을 엄중히 인지하고 개물림 기질평가를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할 수 있게 됐다. 들개가 아니라 유기견인 개, 마을을 떠돌아다니던 시절에는 ‘순하고 예쁘다’는 평을 받던 이 사고견은 정부에서 처음으로 개물림 사고로 인한 기질평가를 받는 개가 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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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방향이 옳바르게 놓이길

사고견이 사망사고를 냈을 때, 누군가는 오롯이 사고견에 대해서만 손가락질을 했다. ‘사람 무는(죽인) 개는 바로 죽여야 한다’고 매우 쉽게 분노했다. 하지만 이제는 많은 시민들이 개에 대한 혐오와 본질을 가리는 물타기가 진실 가릴 뿐이라는 것에 공감하고 있다.

이 인명사고는 제어 불가능한 동물의 독단이 아니라 지자체의 무능함이 낳은 인재(人災)다. 이번에 안타까운 사고를 당한 유가족들 또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고의 큰 원인은 불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개농장과 이를 제대로 관리, 처벌하지 않는 지자체에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우리는 사고견의 기질평가와 이후 관리에 대해서도 판단과 처우가 공정한지 계속 모니터링을 할 예정이다. 남양주시에서 사라진 40마리 개들의 행방을 밝히는 일도 남아 있다. 같은 사건이 반복되지 않는 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일로 남았다. 이제는 분노와 애석함의 방향이 올바른 곳에 놓이기를, 사건이 합리적으로 상식적으로 풀리기를 바란다.

글 김나연 카라 활동가, 사진 동물권행동 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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