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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생태와진화

1억년 전 한반도 메뚜기, 물 박차고 날아올랐다

등록 :2021-04-19 15:41수정 :2021-04-21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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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뒷다리에 노 형태 박차 2열로 달려 물 밀어내…진주 정촌 산단 터서 발견
여치와 메뚜기 특징 두루 갖춰, 어린 육식공룡 등 포식자 회피에 썼을 것
중생대 원시 메뚜기가 수각류의 공격을 피해 호수로 뛰어들었다. 박차를 이용해 물을 밀어내고 날아오르는 모습을 그린 상상도. 김도윤(갈로아) 제공.
중생대 원시 메뚜기가 수각류의 공격을 피해 호수로 뛰어들었다. 박차를 이용해 물을 밀어내고 날아오르는 모습을 그린 상상도. 김도윤(갈로아) 제공.
산업단지가 들어서 있는 경남 진주시 정촌면 일대는 1억1000만년 전 길이가 100㎞가 넘는 큰 호수였다. 간식거리를 찾던 어린 육식공룡이 출현하자 놀란 메뚜기들이 호수 안쪽으로 날아 도망쳤다.

물에 빠진 메뚜기는 당황해 허우적거리거나 헤엄치지 않았다. 특이하게도 뒷다리의 박차로 물을 힘껏 걷어차 물 위로 뛰어오른 뒤 날개를 펴 날아갔다.

중생대 백악기 때 경남 일대에 살았던 메뚜기의 독특한 생태와 신체구조가 밝혀졌다. 박태윤 극지연구소 박사(고생물학) 등은 과학저널 ‘백악기 연구’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지금은 멸종한 엘카니드 그룹에 속하는 신종 메뚜기(학명 파노르피디움 스피카)를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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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리처럼 투명 날개

경남 진주층에서 발견된 잘 보존된 중생대 메뚜기 화석. 긴 산란관 등은 여치와 비슷하지만 날개의 구조는 메뚜기 형태이다. 김도윤 외 (2021) ‘백악기 연구’ 제공.
경남 진주층에서 발견된 잘 보존된 중생대 메뚜기 화석. 긴 산란관 등은 여치와 비슷하지만 날개의 구조는 메뚜기 형태이다. 김도윤 외 (2021) ‘백악기 연구’ 제공.
이 화석이 발견된 진주층은 백악기 때 한반도 남부의 대규모 호수지대에 쌓인 퇴적층으로 공룡과 익룡, 새, 도마뱀, 거북, 개구리 등 포유류와 곤충, 거미 등 무척추동물 화석이 다양하게 발견된 곳이다. 이번에 분석한 메뚜기 화석은 남기수 공주교육대 교수가 정촌 산업단지가 들어서기 직전 발견한 3개체이다.

몸길이 약 2㎝인 이 원시 메뚜기는 몸은 여치와 비슷하지만 날개는 메뚜기에 가까운 특징을 지녔다. 현생 메뚜기는 계통학적으로 여치·귀뚜라미 무리와 메뚜기 무리로 나뉜다. 이 화석 메뚜기는 더듬이와 산란관이 길어 여치의 모습이었지만 날개는 메뚜기와 비슷했다.

흥미롭게도 이 메뚜기의 날개는 잠자리처럼 투명하고 곳곳에 짙은 무늬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여기엔 ‘파장 분산형 엑스선 분광 분석’(WDS)이란 첨단기술을 활용해 화석에서 잘 구분이 안 되던 겹친 날개 맥 구조 등을 밝혀낸 것도 작용했다.

잠자리 날개 가장자리의 짙은 반점(Pterostigma)은 비행에 큰 영향을 주는 기관이다. 메뚜기에는 없는 이 부위가 원시 메뚜기에서 발견됐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잠자리 날개 가장자리의 짙은 반점(Pterostigma)은 비행에 큰 영향을 주는 기관이다. 메뚜기에는 없는 이 부위가 원시 메뚜기에서 발견됐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이 기술로 원시 메뚜기의 날개 가장자리에 잠자리 등에서 보이는 네모난 짙은 반점이 난 사실도 발견했다. 날개 다른 부위보다 무겁고 강한 재질로 이뤄진 이 반점은 무게추로 작용해 곤충이 나는 속도, 각도, 회전 등에 영향을 끼친다. 주 저자인 김도윤 서강대 학부생은 “현재 날개에 이런 반점이 있는 메뚜기가 없는데 비춰 화석 메뚜기는 현생 메뚜기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날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장 분산형 엑스선 분광 분석으로 겹쳐진 앞날개와 뒷날개의 구조(위)와 원시 메뚜기의 날개 가장자리 짙은 반점(RA)을 밝혔다. 김도윤 외 (2021) ‘백악기 연구’ 제공.
파장 분산형 엑스선 분광 분석으로 겹쳐진 앞날개와 뒷날개의 구조(위)와 원시 메뚜기의 날개 가장자리 짙은 반점(RA)을 밝혔다. 김도윤 외 (2021) ‘백악기 연구’ 제공.
무엇보다 이 메뚜기 뒷다리의 가시가 변형돼 관절로 연결된 나뭇잎 또는 노 형태로 변형된 ‘박차’가 뒷다리에 두 줄로 나란히 달린 모습이 특이했다. 연구자들은 진주층이 형성되던 옛 환경에 비춰 이런 구조가 원시 메뚜기가 포식자를 피해 호수로 도망치기 위해 진화했을 것으로 보았다.

박 박사는 “원시 메뚜기는 작은 수각류 공룡 같은 포식자가 오면 짧은 거리를 날면서 호수 안쪽으로 도망쳤을 것”이라며 “착륙할 때마다 뒷다리 박차를 이용해 추진력을 얻어 짧은 거리를 반복적으로 날아 포식자를 회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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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쌀메뚜기도 박차 보유

진주층이 퇴적한 지역의 옛 환경 복원도. 백인성 외 (2019) ‘지질학회지’ 제공.
진주층이 퇴적한 지역의 옛 환경 복원도. 백인성 외 (2019) ‘지질학회지’ 제공.
현생 메뚜기 가운데는 유일하게 좁쌀메뚜기가 비슷한 박차 구조를 지닌다. 물가에 주로 사는 길이 4㎜인 이 메뚜기는 위협을 받으면 물에 뛰어들어 박차의 넓은 표면적을 이용해 물을 밀어내고 뛰어 달아난다.

좁쌀메뚜기는 메뚜기 가운데 가장 원시적인 무리에 속한다. 그렇다면 박차는 원시 메뚜기의 일반적인 형질일까. 연구자들은 “원시 메뚜기에 항상 나타나는 구조는 아니어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좁쌀메뚜기는 날개가 없어 유충 시절의 원시 메뚜기와 비슷하다. 연구자들은 “물속에도 포식자가 득실거렸기 때문에 날개가 없는 원시 메뚜기 유충에게 박차가 성체보다 더 유용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도윤 씨는 “수천 개의 공룡 발자국 화석이 나오는 지층에서 공룡의 먹이였던 메뚜기가 포식자를 피해 물을 박차고 달아나는 구조까지 갖춘 사실이 흥미롭다”고 말했다. 박 박사는 “진주층에서 발굴된 물고기와 곤충, 거미 등 다양한 동물 화석에 관한 중요한 연구들이 현재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인용 논문: Cretaceous Research, DOI: 10.1016/j.cretres.2021.104843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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