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귀 앞발 같은 날카로운 가시가 달린 두 개의 집게발과 날개 같은 지느러미, 그리고 한 쌍의 눈 자루에 더해 이마 한가운데 난 커다란 세 번째 눈… 이런 모습의 절지동물 스탄레이카리스는 5억년 전 고생대 캄브리아기의 얕은 바다 밑바닥에 살던 생물들이 가장 마주치기 싫은 포식자였을 것이다.
조지프 모이시우크 캐나다 토론토대 박사과정생 등 캐나다 연구자들은 과학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신종 라디오돈타인 스탄레이카리스 히르텍스(Stanleycaris hirpex)의 해부구조를 거의 완벽하게 재구성했다고 밝혔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세계적 고생대 화석 산지인 버지스 셰일의 월컷 채석장에서 1980∼1990년대 발굴한 이 고대 절지동물의 화석 268점을 분석했는데 84점은 뇌와 신경이 5억600만년이 지난 지금까지 온전히 보존돼 있었다.
모이시우크는 “심지어 우리는 커다란 눈에 달린 시각처리센터 같은 세부구조를 구분하고 부속지로 들어가는 신경의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며 “세부 모습이 너무 깔끔해 마치 어제 죽은 동물을 들여다보는 것 같았다”고 로열 온타리오 박물관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스탄레이카리스는 특이하게 한 쌍의 눈 자루와 함께 이마 중앙에 이보다 큰 눈이 하나 더 달려 있었다. 연구자들은 이런 모습은 라디오돈타에서 처음 나타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라디오돈타는 캄브리아기 세계적으로 분포하던 최초의 거대 포식자 절지동물로 이후 멸종한 계통이다.
공동연구자인 장-베르나르 카롱 로열 온타리오 박물관 학예사는 “커다란 세 번째 눈이 있을 줄은 몰랐다. 이 동물이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이상하게 생겼을 뿐만 아니라 최초의 절지동물도 현재의 후손에서 볼 수 있는 복잡한 시각 체계를 이미 진화시키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스탄레이카리스의 크기는 20㎝ 안쪽으로 어른 손바닥 크기였지만 당시 바다 동물 대부분이 손가락 크기여서 두드러진 포식자였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포식자는 세 개의 눈을 포함한 정교한 감각과 신경 체계를 갖추고 효과적으로 먹이를 사냥했을 것이다.
연구자들은 “커다란 겹눈, 이빨로 둘러싼 무시무시한 원형 입, 날카로운 가시가 달린 집게발, 옆구리에 난 일련의 덮개를 펄럭이며 유연하게 헤엄치는 몸을 갖춘 스탄레이카리스를 만나는 건 바닥에 살던 작은 동물에게 악몽이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곤충과 거미의 먼 조상인 스탄레이카리스는 17개의 체절로 이뤄져 있으며 현생 절지동물의 뇌가 3부분으로 나뉘어 있는데 견줘 2개로 나뉘어 있다.
연구자들은 “양쪽 눈 사이에 중간 눈을 갖춘 꼴은 초창기 무척추동물에 흔한 형태였으나 나중에 2개의 눈 형태로 진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인용 논문: Current Biology, DOI: 10.1016/j.cub.2022.06.027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