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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생태와진화

오늘 마신 녹차, 그 차밭에 곤충 400종이 다녀갔습니다

등록 :2022-06-22 09:51수정 :2022-06-25 19:37

[애니멀피플]
식물 방문한 다양한 곤충과 거미의 침과 배설물이 유전자 지문으로 남아
보관 중인 식물표본은 과거 절지동물의 ‘타임캡슐’…곤충감소 측정 대안
차나 허브 티백 하나에 적어도 200종 이상의 곤충이나 거미의 흔적이 발견됐다. 미량의 디엔에이 조각이 검출됐다는 것이어서 비위생적이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만큼 다양한 동물이 식물과 관련을 맺는다는 걸 보여준다. 픽사베이 제공.
차나 허브 티백 하나에 적어도 200종 이상의 곤충이나 거미의 흔적이 발견됐다. 미량의 디엔에이 조각이 검출됐다는 것이어서 비위생적이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만큼 다양한 동물이 식물과 관련을 맺는다는 걸 보여준다. 픽사베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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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와 허브 티백에 든 말린 식물체에서 곤충과 거미 등 1200종이 넘는 절지동물의 디엔에이(DNA)가 발견됐다. 티백뿐 아니라 말린 식물표본에서도 식물이 자라던 당시 어떤 절지동물이 방문했는지 알아내는 길이 열렸다.

녹차 티백에서 벌레가 나왔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녹차나 허브차의 말린 식물체에서 식물을 찾아왔던 다양한 절지동물이 식물체를 물어뜯고 긁고 배설하는 과정에서 남긴 디엔에이를 유전자 분석으로 확인했다는 뜻이다. 최근의 유전자 분석기술은 극미량의 디엔에이도 증폭해 어떤 종의 것인지 가려낸다.

식물체를 말려 어두운 곳에 보관하면 디엔에이가 손상되지 않고 보존된다. 티백이 식물이 살았던 당시의 곤충상을 간직하는 이유이다. 픽사베이 제공.
식물체를 말려 어두운 곳에 보관하면 디엔에이가 손상되지 않고 보존된다. 티백이 식물이 살았던 당시의 곤충상을 간직하는 이유이다. 픽사베이 제공.

헨릭 크레헨빈켈 독일 트리어대 생태유전학자 등 독일 연구자들은 과학저널 ‘바이올로지 레터스’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티백에 든 차와 허브의 가루에서 환경 디엔에이(eDNA)를 추출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식품점에서 산 녹차, 민트, 카모마일, 파슬리 등의 티백 시료 40점에서 절지동물에는 공통으로 존재하지만 식물체에는 없는 디엔에이 조각을 가려내는 방식으로 분석해 어떤 곤충이나 거미가 이 식물을 방문해 침과 배설물 등을 남겼는지 조사했다.

녹차, 민트, 카모마일, 파슬리 티백에서 검출된 절지동물의 종수. 녹차가 1142종으로 가장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헨릭 크레헨빈켈 외 (2022) ‘바이올로지 레터스’ 제공.
녹차, 민트, 카모마일, 파슬리 티백에서 검출된 절지동물의 종수. 녹차가 1142종으로 가장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헨릭 크레헨빈켈 외 (2022) ‘바이올로지 레터스’ 제공.

그 결과 벌, 나비, 파리, 딱정벌레, 거미 등 모두 1279종의 절지동물을 확인했다. 연구자들은 티백 하나당 적어도 200종 이상의 절지동물의 유전자를 발견했으며 녹차에서 가장 많은 종이 나왔다고 밝혔다.

주 저자인 크레헨빈켈 박사는 “티백 하나에는 0.1∼0.15g의 말린 식물체가 들어있는데 녹차 티백 하나에서 400종 가까운 곤충 디엔에이를 확인해 깜짝 놀랐다”며 “그 이유는 아마도 곱게 갈린 티백의 식물체가 특정 차나무가 아닌 차밭 전체를 찾은 곤충의 디엔에이를 나타내기 때문일 것”이라고 과학 매체 ‘더 사이언티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식물에 유전자를 남긴 절지동물은 초식, 육식, 기생, 찌꺼기 분해 등 다양한 생태적 기능을 하는 종류로 밝혀졌으며 녹차는 동아시아, 민트는 북미 서해안 등 식물 원산지에 고유한 종이 유전자 지문의 주인으로 드러났다.

전남 보성의 차밭. 독일의 녹차 티백을 분석했더니 동아시아 고유 곤충이 주로 나왔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전남 보성의 차밭. 독일의 녹차 티백을 분석했더니 동아시아 고유 곤충이 주로 나왔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디엔에이는 매우 불안정해서 고온에 가열하거나 자외선을 쏘이면 쉽게 변질한다. 식물 표면에 곤충이 침과 함께 디엔에이를 남기더라도 비가 오면 쉽사리 씻겨 사라진다.

그러나 식물체를 고온에 가열하지 않고 마른 상태로 어두운 곳에 보관하면 디엔에이가 장기간 보존된다. 연구자들은 식물표본이나 그와 비슷한 상태인 티백 속의 차나 허브가 절지동물의 디엔에이가 보존될 이상적인 상태라는 데 착안했다.

크레헨빈켈 박사는 연구 동기를 “애초 우리 대학이 지난 35년 동안 액체질소에 냉동 보관하던 다양한 나뭇잎에서 과거 곤충의 디엔에이를 검출할 생각이었다”며 “그런데 거창한 보관소가 아니더라도 티백도 곤충의 유전자가 잘 보존될 건조하고 어두운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식물에 어떤 종류의 곤충과 거미가 찾아오는지 알기는 쉽지 않지만 이 방법을 이용해 간단히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며 “식물을 채집해 건조제 실리카겔을 조금 넣고 비닐에 밀봉한 뒤 연구실에 돌아와 분석하면 끝”이라고 덧붙였다.

논문은 “식물을 말려 보관하는 일은 단순하고 많은 수의 곤충을 죽일 필요도 없고 유해 화학물질을 쓰거나 냉동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학생들과 함께 작업해 볼 만한 이상적인 방법이다.”라고 적었다.

연구자들은 말려 보관한 식물표본이 절지동물 다양성과 변화 양상을 알아보는 유력한 환경 디엔에이 기법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최근 세계적인 곤충감소가 문제로 떠올랐지만 장기간의 곤충 데이터가 부족한데 이 방법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애벌레가 식물 잎을 갉아먹으면 그 과정에서 곤충의 침방울이 식물 표면에 남아 마른다. 햇볕과 빗방울에 손상되기 전에 표본으로 만들면 어떤 곤충이 왔는지 알 수 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애벌레가 식물 잎을 갉아먹으면 그 과정에서 곤충의 침방울이 식물 표면에 남아 마른다. 햇볕과 빗방울에 손상되기 전에 표본으로 만들면 어떤 곤충이 왔는지 알 수 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연구자들은 또 티백의 유전자 지문 연구가 해충관리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은밀하게 침투한 외래 해충이 모습을 드러낼 때는 이미 번성한 뒤이기 때문이다.

생태조사 방법으로 최근 주목받는 환경 디엔에이는 물을 떠 수생생물을 조사하거나(▶물 한 병 뜨면 생물지도 나온다…놀라운 디엔에이 검출법) 공기 속의 디엔에이를 검출해 어떤 생물이 사는지를 알아내기도 한다(▶숨어도 찾는다…공기 속 DNA 검출해 무슨 동물 사는지 안다).

인용 논문: Biology Letters, DOI: 10.1098/rsbl.2022.0091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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