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 수컷의 크고 화려한 꼬리 깃털은 날기에 거추장스럽고 포식자의 눈길을 끌며 유지관리도 힘들다. 그러나 암컷의 눈을 사로잡기 때문에 이런 형질은 살아남았다. 이른바 다윈이 제기한 성 선택이다.
1억2000만년 전 중국 동북부에 살던 멸종한 고대 새에서도 성 선택이 작동했다는 증거가 발견됐다. 왕민 중국 과학아카데미 고생물학자 등은 17일 과학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실린 논문에서 자기 몸보다 긴 꼬리를 지닌 새로운 고대 새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 새는 중국 신화에 나오는 봉황의 일종인 위안추에서 따온 ‘위안추아비스’라는 이름을 얻었다. 이름 대로 이 새는 부채처럼 펼치는 짧은 꼬리 깃털에 더해 두 개의 긴 꼬리 깃털이 몸의 1.5배 이상 길이로 뻗은 독특한 구조를 지녔다. 공동저자인 징메이 오코너 미국 시카고 필드박물관 고생물학자는 “두 종류의 꼬리 깃털을 모두 갖춘 화석 조류는 처음 본다”고 이 박물관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연구자들은 부채 모양의 꼬리 깃털을 비행에 썼지만 긴 꼬리 깃털은 공기저항이 커 거추장스럽기 때문에 짝짓기 때 암컷의 눈길을 끄는 용도였을 것으로 추정했다. 왕민 교수는 “이번 발견은 자연선택과 성 선택이 새 진화 역사의 초기부터 어떻게 새 꼬리의 형태를 결정하는 데 밀접하게 작용했는지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이 새의 꼬리 깃털이 현생 태양새와 비슷하다고 밝혔다. 이 새는 멸종한 중생대 새 계통인 에난티오르니테스에 속한다. 당시 세계 전역에서 번성한 이 새들은 부리에 이가 달리고 날개 끝에 발톱이 나 있지만 대체로 현대 새와 외모는 비슷했다.
날기에도 불편하고 포식자의 눈에도 잘 띄는 이런 과시형 깃털이 발달한 이유를 오코너는 수컷이 자신의 가치를 내보이는 ‘솔직한 표시’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암컷 새가 이토록 거추장스러운 꼬리 깃털을 지닌 수컷을 보면 ‘그러고도 살아남은 걸 보니 유전자 하나는 훌륭하겠네’라고 판단할 것 같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이런 장식 깃털이 발달한 배경으로 이 새의 서식지가 울창한 숲이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현재의 열대림에도 수풀 사이로 짝을 찾는 데 도움이 되는 과장된 장식 깃을 지닌 새들이 많다. 반대로 탁 트이고 거친 환경에서 사는 바닷새의 꼬리는 대개 짧아 유선형 몸매를 이룬다.
연구자들은 또 “포식자의 눈에 띄는 깃털 때문에 이 새는 새끼 기르기를 평범하게 생긴 암컷에게 모두 맡겼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 새를 포함한 에난티오르니테스 계통의 고대 새는 공룡과 함께 6600만년 전 모두 멸종했다.
인용 논문: Current Biology, DOI: 10.1016/j.cub.2021.08.044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