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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루돌이는 크다면 큰 개고 안 크다면 안 큰 개다. 대형견의 일반적 기준을 체중 20~25킬로그램 이상, 소형견의 기준을 체중 10킬로그램 미만이라고 본다면 말이다. 생후 23개월 차 현재 그의 체중은 약 15킬로그램. 살이 좀 붙었나 싶을 땐 16킬로그램. 즉 대형과 소형 어느 쪽에도 끼지 못하는 무게다. 중형견이라는 분류항목도 있긴 하지만 현실에서는 어쩐지 환영보다 배제를 위해 적용되는 때가 많은 듯하다는 건 내 기분 탓일까. 어렵사리 찾아간 반려견 동반 장소의 입구에 붙은 ‘중대형견 불가’라는 안내문을 발견하곤 맥없이 돌아서는 경험을 반복하다 보면 자격지심이라고 불러도 될 법한 묘한 감정을 저절로 느끼게 된다. 중형견주도 이럴진대 대형견주들의 일상은 도무지 어떨 것인가!
루돌이를 데려오기 전, 가족들이 마음속으로 아이를 점찍어두기만 했을 무렵 가장 걱정했던 것도 바로 이 부분이었다. 그의 모견은 6~7킬로그램 정도이나 부견의 크기를 알 방법이 없었다. 동배 남매들의 크기도 제각각이었다. 가장 작은 아이는 루돌이의 3분의 1에 불과해서 가계도에 의한 추측은 무의미했다. 그깟 체중 정도가 무슨 상관이냐는 내부 주장도 있었으니 역시 가족1이었다. 당시 내 귀에는 낙관주의를 넘어 무심하기 그지없는 소리로 들렸다. 물론 그의 시선으로 이 일을 재구성하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나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