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초 경기 화성시의 합법 번식장에서 발견된 병든 모견. 카라 제공
지난 9월 초 경기 화성시의 합법 번식장에서 발견된 병든 모견. 카라 제공

동물학대 혐의를 받는 화성 번식장 사업자가 국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각종 불법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그러나 불법적인 의료 행위, 냉동고 사체 보관, 사육 두수 규정 위반 등에 문제가 없다는 태도를 보여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동물단체는 해당 번식장의 불법 행위가 여럿 드러났음에도 반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서 사업자의 ‘엄벌 탄원’ 서명을 받고 있다.

화성 번식업자 “냉동고 사체 보관, 당연한 일”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5일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화성 번식장 유아무개씨에게 마취제 등 약물 주사를 직원에게 지시한 적이 있는지, 어떻게 100여 마리의 동물 사체를 냉동고에 보관하게 되었는지 등을 질의했다.

지난달 25일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화성 번식장 사업자가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국회방송 갈무리
지난달 25일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화성 번식장 사업자가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국회방송 갈무리

그러자 유씨는 “주사를 놓으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은 맞지만, 앞뒤 정황을 빼고 물어보는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면서 주사는 내부고발자가 투여했다는 식의 답을 내놨다. 냉동고에 사체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날씨가 더운 여름날, 냉동고에 사체를 보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개 사체가 20~30㎏이 될 때까지 모았다가 처리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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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모견을 대상으로 투자를 받은 정황과 허가받은 사육 마릿수를 훨씬 뛰어넘는 개들을 사육한 정황에 대한 질의가 이어졌다. 위성곤 의원은 “동물보호법상 400마리를 사육하기로 되어 있음에도 1400여 마리가 발견됐다. 위법한 것이 아닌가. 또 모견을 대상으로 투자를 받은 일이 있냐”고 물었다.

지난 9월 초 동물학대 정황이 드러난 화성시 번식장은 사육 두수를 400마리로 허가 받았으나 실제 현장에서는 1420여 마리가 발견됐다. 카라 제공
지난 9월 초 동물학대 정황이 드러난 화성시 번식장은 사육 두수를 400마리로 허가 받았으나 실제 현장에서는 1420여 마리가 발견됐다. 카라 제공

그러자 유씨는 “공개된 메시지만 보고 다른 내용으로 해석되는 게 굉장히 억울하다”면서 반복적으로 “내 얘기를 들으셔야 한다”고 했다. 그는 “우리가 악의적으로 사육 두수를 늘린 게 아니다. 법적으로 12개월 미만과 새끼를 낳지 못하는 개의 수는 세지 않는다. 14년 전 400마리로 허가를 받아 사업을 시작했지만 5~7살이 넘어 상품성을 잃어버린 노견이 생겨나며 개체 수가 늘었다”고 해명했다. 이에 위성곤 의원은 “국민께 죄송하다, 미안하다 말씀을 듣고자 했는데 사과나 반성의 말이 전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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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아가 하나도 없는 10살 모견도 번식 동원

그러나 이러한 유씨의 주장은 동물단체가 확인한 현장 상황과는 배치된다. 동물권행동 카라 김현지 정책실장은 “당시 현장에서 발견된 자료에는 이들이 모견만 2000마리로 불려, 투자를 받을 계획을 세웠던 자료가 발견됐다. 또 실제로 체중 2㎏에 치아가 하나도 없는 10살 모견이 뱃속에 죽은 새끼를 품고 있다가 호흡 곤란을 일으켜 응급 수술을 받아야 했다”고 말했다. 

7~10살로 추정되는 모견들이 번식에 동원된 정황이 드러났다. 이외에도 카라는 “현장에서 발견된 노트에는 개들이 폐사한 기록도 남아 있었는데, 죽은 개들 옆에는 ‘전사’라는 단어를 써놓았다. 이런 ‘전사’ 표기는 한 페이지만 해도 기록이 빼곡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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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식장 현장에서 발견된 자료에서는 폐사된 개체를 ‘전사’라고 표기해놓은 노트가 발견됐다. 카라 제공
번식장 현장에서 발견된 자료에서는 폐사된 개체를 ‘전사’라고 표기해놓은 노트가 발견됐다. 카라 제공

단체는 유씨의 주장이 현행 동물보호법의 허점을 이용해 위법 행위를 모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현지 실장은 “현행 법령은 동물생산업의 사육 허가 두수, 인력 기준을 전체 사육 마릿수로 정하지 않고 ‘번식이 가능한 12개월령 이상 개·고양이 50마리당 1명’으로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관리 인원만 늘리면 얼마든지 동물을 대규모로 번식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현지 실장은 “그렇다고 할지라도 해당 번식장에서 발견된 개들의 수는 허가된 관리 두수를 훌쩍 뛰어넘는다”고 지적했다.

현재 유아무개씨는 동물보호법과 수의사법 위반 혐의 등으로 경찰에 고발된 상태다. 카라는 현재 이들의 엄벌을 요구하는 탄원 서명을 모집하는 한편, 대규모 동물 번식을 제한하고 펫숍의 아기 동물 매매를 금지하는 ‘루시법’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