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진아 ㅣ 커뮤니티 서비스 ‘빌라선샤인’ 대표

나는 커뮤니티 서비스를 만드는 스타트업 빌라선샤인을 운영하고 있다. 빌라선샤인은 일하는 밀레니얼 여성들을 커뮤니티로 연결하고, 필요한 정보와 네트워크, 그리고 나만의 프로젝트를 시작해볼 기회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이들이 사회적 자본을 쌓으며 지속 가능한 일과 삶을 꾸려나갈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이다. 사업을 기획하고 시작했던 2019년에는 서로를 연결하고, 끈끈함을 느낄 방법은 오프라인에서 자주 만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른 조건은 없거나 부수적이라고 생각할 만큼, 오프라인을 중심에 두고 서비스 설계를 했다. 이것이 내가 살아온 시대에 익숙한 문법이었고, 누구에게나 당연한 상식이었다.

올해 하반기쯤 안정적으로 온라인 커뮤니티를 운영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서 서비스를 확장하려 했던 계획은 갑자기 시작된 코로나19 국면과 맞물려 빠르게 앞당겨졌다. 지난 2~3월, 빌라선샤인은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에도 고객들에게 계속 커뮤니티 서비스를 제공해야 했고, 서로가 든든하게 연결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모든 오프라인 모임과 강의를 온라인으로 돌리고, 이 콘텐츠들을 최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온라인 도구들을 찾아 테스트했다. 오프라인에서 얼굴을 확인하고 안전하다는 감각을 느끼며 나누던 대화가 온라인에서도 가능할 수 있도록 매뉴얼 등을 빠르게 만들어서 서비스에 적용해야 했다. 이전에는 모르는 것이 있을 때 이미 정리된 레퍼런스를 찾으면 되었지만, 코로나19 시대를 먼저 살아본 사람은 없어서 레퍼런스 자체가 없었다. 우리의 감과 경험, 가장 가까이에 있는 고객들의 빠른 피드백에 의지해 결정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했다.

이 기간을 지나면서 빌라선샤인의 모든 프로그램과 서비스는 온라인으로 전환되었다. 덕분에 4월에 다시 모집한 커뮤니티의 회원은 이전 시즌보다 오히려 늘었고, 서울이 아닌 지역에 있는 여성들도 커뮤니티 활동을 함께하게 되었다. 매주 토요일 오전 11시에 진행되는 프로그램은 오프라인에서 진행될 때보다 참석자 수가 1.5배 이상 늘었다. 늦게 일어나도, 외출을 위한 특별한 준비를 하지 않아도, 어디에 있든 참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개별 프로그램의 운영 방식과 참여도도 변했다. 강의 프로그램의 경우, 채팅 기능을 사용해서 강의 중에도 활발하게 피드백하고 정보를 나눌 수 있는 여지를 두었더니 일방적인 강좌가 아닌 상호 배움이 있는 새로운 형식의 프로그램으로 변형되었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코로나19 이후에도 커뮤니티 서비스가 존재할까?’라는 비관적인 질문은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커뮤니티를 단단하게 유지할 수 있는 좋은 콘텐츠와 플랫폼은 어떤 모습일까?’라는 질문으로 바뀌었다. 비대면의 시대라고 해서 커뮤니티가 필요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 자리에서 더 확실하게 연결될 수 있는 커뮤니티를 찾게 된다는 것을 배웠기 때문이다. 물론 온라인에서는 가지고 있는 콘텐츠의 질과 팀이 가진 노하우가 금방 드러난다는 것도, 그래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변해야 한다는 것도 함께 배웠다.

코로나19 시대, 그리고 이후의 커뮤니티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과거의 경험보다는 지금 여기를 사는 우리의 감각과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연결 방식을 발견해야 한다. 우리에겐 언제나 연결되고, 함께 문제를 해결할 커뮤니티가 필요하다. 어디선가 이 일을 해내며 새로운 참조점이 되고 있는 사람들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