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둘 와합
헬프시리아 사무국장

시리아 정부와 러시아가 시리아 반군의 마지막 거점 이들리브주를 불태우겠다는 위협을 하고 있다. 2011년 시리아 혁명이 발발하기 전 이들리브주 인구는 90만명이었는데 지금은 400만명에 이른다. 그중 100만명이 아동이다. 힘이 약해진 반군들과 몇년째 강제 이주 당한 시리아인이 모여 있는 것이다.

파이살 메크다드 시리아 외교부 차관은 굳이 화학무기를 사용하지 않아도 충분히 이들리브를 탈환할 수 있다고 했다. 시리아 정부 매체들은 이들리브 전투를 폐기물 처리에 비유하고 있다. 지금 이들리브는 분리를 지나 분쇄 단계이고 이제 소각만 남았다는 것이다.

반군들은 시민들의 안전을 고려하면서도 최선을 다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했다. 불안한 시민들이 안전하게 피할 곳은 이제 없다. 국경이 코앞이지만, 이미 400만 시리아 난민을 수용한 터키는 국경을 완전히 폐쇄했다. 시민들은 화학무기 공습에 대비하고 있다. 땅속에 숨을 토굴을 파거나 원시적인 방독면을 만든다. 일부는 터키 국경의 높은 콘크리트 벽을 넘거나, 지뢰밭과 저격수를 피해 탈출할 방법을 찾고 있다.

지난 7일 러시아, 터키, 이란 정상은 이란 테헤란에서 모여 이들리브 문제를 논의했다. 터키는 휴전 방안을 강조했지만, 이란과 러시아는 테러단체 제거를 명목으로 군사적인 방법의 이들리브 탈환을 강조했다. 터키는 “더는 난민을 수용할 수 없으니 이제 유럽으로 가는 난민 루트를 막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프랑스 등 유럽국가들은 시리아 정부에 화학무기를 사용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터키와 관계가 악화된 미국은 “아사드가 또 이들리브에 화학무기를 사용한다면 미국과 동맹국들은 즉각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사실 미국은 이들리브 사태를 이용해 터키를 압박하고 있다. 미국이 이들리브 전투를 통해 내심 기대하는 것은, 아사드를 도와 싸울 쿠르드군의 세력이 확장되는 것, 반군 사이에 섞여 있는 이슬람 무장단체의 제거, 그리고 이들리브에서 터키의 영향력이 감소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시리아 정부에 이 말들은 ‘화학무기를 사용하지 말고 일반 무기로만 빨리 전투를 하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한편, 스타판 데 미스투라 유엔 시리아 특사는 “민간인들을 위한 인도주의적 안전 회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리브 거주민 절반 이상은 외부의 구호물품으로 생존하고 있다. 외부 지원이 끊길 경우 기아가 발생할 것이다. 현지 활동가들에 따르면 현재 이들리브주에는 일주일 정도 버틸 만큼의 식량만 남아 있다.

야만적인 아사드 정권에 고통받아온 무고한 시리아인들은 무능력한 유엔과 야욕에 가득 찬 강대국, 무관심한 국제사회를 더는 신뢰하지도 기대하지도 않는다. 국제 정세에 따라 다가오는 속도만 다를 뿐 이들리브 최후의 날이 올 것은 분명하다.

이들리브 시민들은 두렵고 고통스러운 가운데 서로를 용서하고 관용하며 그날을 준비하고 있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기도를 요청하는 것뿐이다. 어쩌면 무기에 죽기 전에 공포로 죽을 수도 있겠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도 기도밖에 없다. 동알레포, 동구타, 락까 등을 구하지 못했던 그때처럼 기도라도 해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