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에서 음주운전 사고가 2만4043건 발생해 592명이 목숨을 잃었다. 사망자 수가 전년도보다 많이 줄었다. 하지만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중 12.4%에 이른다. 음주운전 단속 건수(25만1788건)도 여느 해와 비슷하다.

음주 불안운전이 아닌 날숨으로 단속호흡측정으로 혈중 알코올 양 추정시간경과 따른 체내 대사량도 계산날숨과 혈중농도 차로 판정 바뀌기도측정기 표준가스로 더 자주 교정해야

한국에서 음주운전은 도로교통법상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운전하는 것’, 곧 주취운전을 말한다. 하지만 음주운전 단속과 처벌의 근거 규정은 ‘술에 취한 상태의 기준은 운전자의 혈중알코올농도가 0.05% 이상인 경우로 한다’로 돼 있다. 술에 취해 운전을 불안하게 하는지와 상관없이 술기운이 있는지, 곧 주기운전을 했는지로 단속을 한다. 혈중알코올농도를 산출하지 못하면 만취운전을 해도 처벌하지 못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경찰은 단속 현장에서 주사기를 들고 피를 빼 즉석에서 혈중알코올농도를 재는 게 아니라 호흡기에 숨을 뿜게 해 음주 여부를 가린다. 날숨으로 혈액 속의 알코올 양을 추정하는 것인데, 이는 술을 마신 뒤 몸속에서 일어나는 알코올 대사 과정과 관련이 있다.

우리가 술을 마시면 일단 위나 장에서 흡수돼 간으로 옮겨진 뒤 일부는 분해되고 나머지는 혈액을 통해 심장으로 이동한다. 심장에서 동맥을 통해 각종 조직으로 퍼져나간 혈액은 산소를 잃고 이산화탄소를 포함하게 되는데 이 혈액이 폐로 보내져 산소를 공급받는다. 폐포를 통해 산소와 이산화탄소의 교환이 일어날 때 ‘헨리의 법칙’에 따라 휘발성 화학물질인 알코올과 액체인 혈액 사이에 평형 상태가 유지된다. 날숨의 온도 34도에서 실험한 결과 혈액 1㎖와 폐의 공기 2100㎖에 녹아 있는 알코올의 양이 같은 것으로 보고, 이 ‘혈액-호흡 분배비율’을 이용해 호흡기알코올농도로 혈중알코올농도를 계산해내는 방식이다.

마신 술의 양이나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있는지가 아니라 혈중알코올농도로 위법 여부를 가리는 방식은 1936년 노르웨이에서 처음 도입했다. 미국은 1939년, 영국은 1967년에 도입했다. 한국은 1961년 도로교통법에 호흡 및 혈액검사법을 규정해놓았지만 실제 음주측정기를 도입한 것은 1980년부터다.

하지만 혈액-호흡 분배비율은 조건과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어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 한국이 적용하는 1:2100 비율은 미국·스웨덴·노르웨이·독일 등에서도 도입하고 있지만, 프랑스와 오스트리아는 1:2000을, 영국·네덜란드·이탈리아는 1:2300을 쓰고 있다. 개인에 따라서는 1:1100에서 1:3400까지 편차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진춘 한국표준과학연구원(표준연) 대기환경표준센터 책임연구원은 “현재 쓰이는 혈액-호흡 분배비율은 미국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을 통해 산출된 수치여서 우리나라 사람한테 맞지 않을 수 있다. 그만큼 측정의 불확도(오차범위)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내 한 연구팀이 한국인을 대상으로 호흡기알코올농도와 혈중알코올농도를 음주 뒤 시간대별로 비교 조사해보니 술을 마신 지 30분 안에 호흡기로 측정한 값과 혈중알코올농도 사이에 차이가 많았다. 음주 뒤 30분 이후에는 호흡 측정과 혈액 측정 값이 비슷해지지만 아주 일치하지는 않는다. 경찰의 음주단속 때 호흡 측정과 혈액 측정 수치가 다른 사례가 98%에 이른다.

호흡 측정에는 전기화학식 센서 측정기가 쓰인다. 측정기 안에는 날숨의 알코올이 산화환원되도록 전기화학적 전극이 들어 있다. 유기화합물 종류에 따라 전기가 흐르는 양이 다르기 때문에 에탄올만 측정할 수 있다. 혈액 측정에는 액체크로마토그래피(LC) 분석법이 쓰인다. 백묵 맨 밑에 두가지 색의 잉크를 떨어뜨리고 물에 담그면 두 잉크가 올라가는 속도가 다르다. 이런 원리를 이용해 핏속에 들어 있는 에탄올만 분리해 밀도를 측정한다.

우리가 마신 술은 시간당 평균 0.015%씩 감소해 2시간30분 뒤면 95%는 물과 이산화탄소로 완전 분해되고 5% 정도는 호흡과 침, 오줌으로 빠져나간다. 술을 마시고 30분 뒤 운전하다 사고를 내고 달아났다가 2시간 뒤 자수를 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한국은 ‘위드마크’ 공식을 이용해 운전 당시의 혈중알코올농도를 추정하는 방식을 쓰고 있다. 이 공식은 1932년 스웨덴 과학자 위드마크가 의대생 40명한테 술을 먹이며 54일 동안 반복 실험을 해 만들었다. 마신 술의 종류, 양, 운전자 체중, 성별 등과 시간을 변수로 넣으면 사고를 냈을 당시의 혈중알코올농도를 추정할 수 있다.

문제는 호흡측정기와 혈중알코올농도측정기가 얼마나 정확한 데이터를 생산해주는지이다. 2002년 1월 대법원은 호흡 측정으로 음주 단속에 적발된 ㄱ씨에 대해 “ㄱ씨의 혈중알코올농도 측정치가 0.048~0.052%까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음주 측정에서 오차범위, 곧 불확도를 고려해 내려진 최초의 판결로 알려져 있다.

이런 오류를 미리 막으려고 경찰 쪽에서는 음주측정기를 6개월 단위로 주기적으로 교정하고 있다. 교정을 하는 데는 표준가스가 쓰인다. 표준연은 질소 속에 정밀한 저울로 무게를 측정한 에탄올을 넣어 농도가 일정한 표준가스를 만들어 도로교통공단 등 음주측정기 교정기관에 공급한다. 우진춘 책임연구원은 “측정기마다 교정이 필요한 시기가 다를 수 있어 일률적으로 교정주기를 정하는 것은 위험하다. 6개월 주기를 좀더 당기되 교정기관이 측정기별로 유연하게 주기를 책정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덕연구단지/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