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사추세츠공대(MIT)의 생체공학 전문가 휴 헤어는 1980년대에 등반 중 사고로 두 다리를 잃었지만 ‘진짜처럼 움직이고 기능하는’ 스마트 의족을 직접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그가 올해 3월 열린 테드(TED) 강의를 하기 위해 무대로 오르고 있다. 스티브 저벗슨
매사추세츠공대(MIT)의 생체공학 전문가 휴 헤어는 1980년대에 등반 중 사고로 두 다리를 잃었지만 ‘진짜처럼 움직이고 기능하는’ 스마트 의족을 직접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그가 올해 3월 열린 테드(TED) 강의를 하기 위해 무대로 오르고 있다. 스티브 저벗슨

▶ 영화 <로보캅>은 1987년 작품입니다. 최근 다시 리메이크되기도 했지요. 이처럼 ‘재생’은 늘 사람들의 꿈이었습니다. 팔이나 다리를 잠시 다쳐도 일상은 불편해집니다. 몸의 일부를 잃은 사람들에게 과거의 움직임을 되돌려주는 것을 많은 이들이 바라왔죠. 그 꿈이 현실로 성큼 다가왔습니다. 보스턴 폭탄 테러로 두 다리를 잃은 무용수는 어떻게 다시 춤을 추게 되었을까요?

네버랜드의 악당이자 피터 팬의 천적인 후크 선장의 원래 이름은 후크가 아니었다. 피터 팬과 싸우다 잃은 오른손 대신 날카로운 갈고리(hook)를 달았기에 붙여진 별명이었다. 단지 위험하고 뾰족한 갈고리가 무시무시한 악당의 이미지와 꼭 들어맞았기에 후크 선장이라는 별명이 본명보다 더 유명해진 것뿐이었다. 정말로 제임스-후크 선장의 이름-가 자신을 유명하게 만들어준 갈고리 손에 만족하고 살아갔을까?

아마도 그렇진 않았을 듯싶다. 만약 그가 갈고리 손이 주는 ‘해적다움’에 만족했다면 그렇게 기를 쓰고 악어를 피하려고 한다거나-악어가 그의 오른손을 먹어버렸다-, 피터 팬을 그처럼 죽기 살기로 괴롭히진 않았을 테니까.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어쩐지 후크 선장이 불쌍해져버렸다. 그에게도 평범하게 기능하는 오른손이 있었더라면 해적질은 계속하더라도 허구한 날 어린애나 쫓아다니는 낯 뜨거운 짓을 계속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살다 보면 누군가는 예기치 못했던 사건들로 신체의 일부를 잃곤 한다. 사람의 몸은 플라나리아나 도롱뇽 꼬리처럼 재생 능력이 활발하지 못하기에 이는 영구적인 손실로 남게 된다. 아무리 간절하게 빌어도 잃어버린 신체는 절대로 다시 돋아나지 않으니까.

등반 중 두 다리 잃어야 했던 MIT 생체공학전문가 휴 헤어 자신을 위해 진짜 다리 같은 스마트 의족을 만들어낸 뒤 슬픔에 빠진 무용수 구원하다 신체에 덧붙여 근육 증폭시키는 ‘착용로봇’ 연구도 활발히 진행 ‘아이언맨’만큼은 아니더라도 휠체어 대신 착용로봇을 달고 걷는 사람들 볼 날 머지않아 ‘600만불의 사나이’ ‘로보캅’이 곧 현실화

예쁜 분홍신을 탐내던 카렌은 춤을 추다 지친 나머지 나무꾼에게 두 발을 잘라 달라고 부탁한다. 분홍신은 카렌의 두 발을 담은 채 홀로 춤을 추며 어두운 숲 속으로 사라졌고, 두 발을 잃었지만 나머지 신체의 자유를 되찾은 카렌은 힘겹게 몸을 끌며 집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언젠가 카렌은 다시 그리워하지 않을까. 분홍신을 신고 마음껏 춤추던 그 시간을.

카렌의 경우와는 조금 다르지만, 자신만의 분홍신을 잃어버리고 절망에 빠진 사람이 하나 있었다. 23살의 아드리안 하슬렛데이비스는 2013년, 우연히 보스턴 마라톤 대회가 열리는 코스 근처에 있었고, 폭탄 테러에 휘말려 다리 하나를 잃게 된다. 그녀가 잃은 것은 다리만이 아니었다. 무용수였던 그녀에게 다리는 좀 더 특별했다. 그녀에게 다리를 잃었다는 것은 춤을 추며 살아왔던 시간들뿐 아니라, 춤을 추며 살아갈 날들에 대한 꿈마저도 잃어버린 것과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녀는 19세기가 아니라 21세기에 살고 있었고 그녀에게는 잃어버린 다리 대신 부드럽고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는 ‘새로운 다리’를 얻게 되었다. 사고 뒤 1년, 그녀는 ‘21세기형 분홍신’을 신고 무대에 올라 멋지게 춤을 추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자신의 꿈만큼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음을 보여주었다.

그녀에게 새 삶을 선물한 ‘21세기형 분홍신’의 정체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의 생체공학 전문가인 휴 헤어 교수팀이 개발한 생체공학 의족, 일명 ‘스마트 의족’이었다. 헤어 교수는 기존의 단순히 공간적인 대체재였던 의족이나 의수를 실제 신체와 같이 기능할 수 있도록 하는 연구를 통해 ‘진짜처럼 움직이고 기능하는’ 팔과 다리를 만들어내는 인물이다. 본인 스스로가 자신이 만든 스마트 의족의 최초 및 최고의 소비자이기도 한 헤어 교수는-그는 1980년대 등반 중 사고로 두 다리를 잃었다- 아드리안에게 현대판 분홍신을 선물하기 위해 6개월 동안 진짜 무용수의 움직임을 관측해 프로그래밍했고 그 정보를 의족에 삽입함으로써 의족이 뻣뻣한 ‘금속 지팡이’가 아니라 부드럽게 움직이는 ‘인조 다리’이자 춤추는 분홍신의 역할을 훌륭히 해내도록 만들었던 것이다.

기계로 잃어버린 사지의 기능을 대신하는 사람들은 또 있다. 이보다 전인 2012년, 고압 전류에 감전되어 한쪽 손을 잃은 요리사 에두아르도 가르시아는 영국의 터치바이오닉스사가 개발한 생체공학 의수의 도움을 받아 다시 주방으로 복귀할 수 있었다. 이 생체공학 의수는 단순한 잡기 기능뿐 아니라 대상을 쥐고 누르고 주무를 수도 있는데 그 강도도 조절할 수 있어서 가르시아는 자신이 이름 붙인 ‘다스베이더 팔’ 덕분에 요리를 더욱 즐길 수 있게 되었다고 농담까지 했다고 한다. 다스베이더 팔은 날카로운 칼날에 베일 염려도 없고 뜨거운 기름이 튀어 화상을 입을 염려도 없기에 이전보다 더욱 도전적인 요리를 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하면서 말이다. 이처럼 최근에는 단순히 외형만 흉내낸 것이 아니라 기능까지도 대체하는 신체 보조장비의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여기에 좀더 기술이 더해진다면 어릴 적 텔레비전으로 보던 <600만불의 사나이> 속 스티브나 제이미, <로보캅>의 머피가 가까운 시일 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물론 이런 인공 팔다리를 장착하기 위해서 일부러 사지를 잘라낼 필요는 없다. 현재는 주로 군사용으로 개발되지만, 신체에 덧붙여서 근육의 힘과 기능을 증폭시키는 ‘착용 로봇’(wearable robot)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언맨>의 토니 스타크만큼은 아니더라도-설사 개발된다 하더라도 그 슈트는 너무 비싸서 대중화되긴 어려울 것 같다- 휠체어 대신 착용 로봇을 달고 걷는 사람들을 보는 날은 그다지 머지않을 것 같다.

잃어버린 인간의 감각 대신할 다양한 방법들

기계로 만든 신체가 팔다리의 물리적 기능만을 흉내내는 것은 아니다. 이미 전세계의 많은 연구자들은 잃어버린 인간의 감각을 대신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찾아내고 있다. 손상된 망막을 대체하기 위해 망막에 직접 삽입하는 인공망막뿐 아니라, 디지털카메라와 동작인식 감지기가 달린 선글라스와 정보 변환기, 대뇌 시각 피질 자극 장치로 구성되어 감지된 시각 정보를 디지털 스팟들로 바꾸어 직접 후두부에 위치한 대뇌 시각 피질에 전달하는 바이오닉아이 등의 시각 대체 기계들이 개발되고 있다. 또한 듣지 못하는 이들에게 청신경에 직접 전기자극 장치를 연결해 소리를 듣게 하는 인공와우 장치는 1988년 국내에 처음 도입된 이래 2013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만 7500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소리를 전달하는 보조장치로 기능하고 있다. 이밖에도 아직은 생체 내부에 삽입할 만큼 작아지지는 않았지만, 심장과 폐, 신장의 기능을 대신하는 인공심폐기, 혈액투석기 등은 이미 수많은 병원에서 사용되는 중이며, 그만큼 더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살려내고 있다.

잃어버린 신체를 되찾기 위한 열망은 다른 사람이나 동물에서 채취한 생명체 기반의 대체물을 이용하는 것을 넘어서 신체의 기능을 대체하는 기계들의 개발로 이어지고 있다. 생명체란 수십억년의 진화 과정을 통해 시간과 자연이 빚어낸 정교한 존재이므로 이를 당장에 완벽하게 대체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사람들은 조직과 기관의 특성과 기능을 분석하여 이를 물리적으로 대체하는 방법을 찾아내고 있으며, 기계로 만들어내기 어려운 다양성을 지닌 조직들-예를 들어 거미줄같이 얽힌 조직내 혈관이라든가 신경망-은 3D 프린터와 바이오잉크를 통해 통째로 찍어내는 방식으로도 접근하고 있다. 늘 그랬듯이 인간의 강렬한 욕망과 자유롭게 움직이는 두 손의 합작품은 꽤 많은 것을 해낼 수 있기에 미래가 궁금해진다. 자신의 손으로 스스로의 몸을 스스로 디자인해 만들어내는 인간이라니.

이은희 과학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