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스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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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 안 된 먹이까지 보존된 화석
중국 랴오닝성에서 발견
깃털공룡은 은밀한 사냥꾼임이 드러나

여러 조각의 땅덩어리가 모여 막 한반도의 꼴을 형성하던 중생대 백악기인 1억 2000만 년 전, 지금의 중국 동북부 랴오닝성은 당시의 한반도처럼 전형적인 공룡의 땅이었다. 날씨는 덥고 호숫가 숲에는 여러 종류의 공룡이 원시 새, 악어 등과 함께 돌아다녔다. 호수를 내려다보는 화산에서는 연기가 뿜어나오고 있었다.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온몸이 깃털 또는 머리털 같은 잔털로 덮인 육식 공룡 시노칼리옵테릭스 기가스는 배가 고팠다. 두 주일 전에 작은 공룡 한 마리를 잡은 뒤로 먹은 게 없었다. 호숫가엔 원시 새들이 먹이를 찾고 있었다. 공룡은 나무 그늘을 이용해 은밀하게 새떼에 접근했다. 위험을 눈치채고 날아오르는 새를 낚아챘다. 이 공룡의 새 잡는 솜씨는 호숫가에서 알아준다. 이렇게 새를 두 마리 먹고 느긋하게 쉬고 있는 포식공룡 머리 위로 갑자기 엄청난 굉음과 함께 화산재가 쏟아졌다. 화산 폭발과 함께 육식 공룡의 소화도 정지했다. 타임캡슐처럼.

고양이 크기의 깃털 공룡 시노르니토사우루스를 잡아먹는 육식 공룡 시노칼리옵테릭스 기가스의 상상도. 그림=치웅 충탓
고양이 크기의 깃털 공룡 시노르니토사우루스를 잡아먹는 육식 공룡 시노칼리옵테릭스 기가스의 상상도. 그림=치웅 충탓

이런 가상적인 상황을 떠올리게 하는 깃털 공룡의 마지막 식사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완벽하게 보존된 화석이 중국에서 발견됐다고 중국과 캐나다 고생물학자들이 29일 온라인 공개 학술지 <플로스 원>에서 밝혔다. 포식자와 먹이가 한꺼번에 화석으로 발견되는 일은 매우 드물다. 랴오닝성은 보존 상태가 뛰어난 깃털 공룡 등이 다수 발굴되고 있는 세계적인 공룡화석 산지이다.

연구진은 두 마리의 육식 공룡 시노칼리옵테릭스 기가스의 화석을 분석했다. 길이 2m 가량인 이 육식 공룡 한 마리의 뱃속에선 고양이 크기로 새처럼 깃털이 달린 공룡 시노르니토사우루스의 다리뼈 일부가 확인됐다. 또 한 마리의 육식 공룡의 배 부위에선 2마리의 까마귀 크기인 원시 새의 잔해와 함께 이미 소화가 진행된 공룡 뼈가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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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육식 공룡은 자신의 몸 크기의 3분의 1이 넘는 다른 공룡을 잡아먹었는데, 뼈의 표면이 강한 위산으로 부식된 상태였다. 먹이를 뼈째로 먹는 악어는 pH(수소이온농도 지수) 1.2의 강산을 띠는데, 이 정도의 소화상태가 되려면 13일이 걸린다고 연구진은 추정했다.

반면 새는 골격이 약해 쉽게 소화가 되는데도 거의 부식이 이뤄지지 않아 먹은 지 12시간 이내일 것으로 추정했다. 또 두 마리의 소화상태가 비슷해 잇따라 잡아먹었을 것으로 보았다.

 

뱃속의 내용물까지 완벽하게 보존된 육식 공룡 시노칼리옵테릭스 기가스의 화석. 사진=리다 칭 외
뱃속의 내용물까지 완벽하게 보존된 육식 공룡 시노칼리옵테릭스 기가스의 화석. 사진=리다 칭 외

연구진은 두 마리의 새를 연이어 잡아먹은 것은 우연이나 죽은 동물을 찾은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공격의 증거라고 판단했다. 또 나무 위에서 생활하지 않는 이 육식 공룡이 나는 동물을 잡은 것으로 보아 먹이에 은밀하게 접근하는 능숙한 사냥꾼이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물론 당시의 새는 현재의 새보다 잘 날지 못해 날아오르는데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연구진은 또 두 육식 공룡의 뱃속에서 소화를 돕기 위한 위석이 전혀 발견되지 않은 데 비춰 “위석 섭취는 모든 공룡에 일반적인 현상이 아니고 일부 공룡은 우연적인 일일 수도 있다”고 논문에서 밝혔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Xing L, Bell PR, Persons WS IV, Ji S, Miyashita T, et al. (2012) Abdominal Contents from Two Large Early Cretaceous Compsognathids (Dinosauria: Theropoda) Demonstrate Feeding on Confuciusornithids and Dromaeosaurids. PLoS ONE 7(8): e44012. doi:10.1371/journal.pone.0044012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