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일깨우는 ‘파워텍 드래그사고’ 동영상

지난 주말 서산 현대파워텍 성능시험장 드래그 레이스 도중 일어난 불의의 사고를 기억하시지요? 지난 2003년 드래그 레이스 도중 3명이 사망한 사고 이후 최악의 사건입니다. 개인적으로 정말 슬픈 일이기도 하고 재발을 막기 위해 꼭 짚고 넘어가야 하는 사항이 많은, 정말 중요한 일이기도 합니다. 특히 드라이빙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세계 최고의 레이스인 F1을 치룬 뒤 자동차 레이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시점에 일어난 이 불행한 사고가 자동차 스포츠에 끼칠 부정적 영향이 많이 걱정됩니다.

우선 이 사고 당시를 기록한 생생한 동영상을 보시죠. 드래그 레이스는 400미터 거리를 두 차가 함께 달려 빨리 결승점을 통과하는 차가 이기는 경주입니다. 이 동영상은 관람객 중 한 분이 보내 주셨는데 7초 가량의 아주 짧은 영상입니다. 경주차가 코스를 이탈해 관중석을 덮치고 그 순간 고성의 비명과 함께 비디오는 끊어집니다. 이후의 상황은…

전문가들 이야기를 전해드리면 토요타 수프라는 850마력에 시속 300km의 고성능으로 고마력과 높은 토크에서 오는 토크스티어를 주체하지 못 하고 벌어진 사고라 합니다. 차량 운동 특성으로 출력이 높을 수록 휘청거림 현상이 증가하죠. 기어 변속과 동시에 코스를 이탈 하는 것을 볼 때 고출력 머신 드래그 경기 중 발생할 수 있는 사고 중 일반적인 경우로 볼 수 있습니다.

850마력 정도하는 고출력 차량이라면 드래그 스타트 때 거동이 불안정한 경우가 많습니다. 후륜 두 바퀴로만 구동하기에 높은 출력을 그대로 노면에 전달하기 힘들고 차량 구동 특성 중 ‘토크 스티어(Touque Steer)’의 발생이 두드러지면서 좌-우로 휘청거리게 됩니다. 이는 출력이 높으면 높을수록, 동력 특성이 급작스러울수록, 타이어의 접지력이 낮을수록 심해집니다. 출력이 높은 이런 레이스 차량이 언제고 코스를 이탈할 수 있음은 레이스 관련자들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경기장에서 대형사고로 이어지는 비율이 그리 높지는 않습니다. 방호벽 때문이죠. 이번 사고는 일반도로 주행에서 벌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운전자 부주의로만 치부할 문제가 아닙니다. 경기를 추최한 프로모터측의 안전대책 미비에 촛점을 맞춰야 한다고 봅니다. 경기에서는 다양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한 안전대책이 확보되지 않아 일이 커진 것이죠.

지난 3월 1라운드 때 촬영 된 동영상입니다. 이번 경기 때에도 스타트 라인 근처의 짧은 방호벽만 설치되어 있을 뿐 경주로 주변의 안전 대책은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습니다. 안전 시설 즉 방호벽만 제대로 갖추어져 있었더라도 차량이 방호벽에 끌리며 감속하는데 도움을 주었을 겁니다. 추돌 하더라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코스 안에서 뒤집어지곤 합니다. 아래 동영상을 보십시오.

방호벽이 설치된 경기에서 일어나는 사고는 이렇게 수습이 됩니다. 경주로 안의 사고로 끝나는 것이지요. 자동차 자체는 전복사고에 강합니다. 방호벽이 설치돼 있다면 사고가 나더라도 차량 파손이나 전복과 같은 사고로 끝날 확률이 높은 것이죠. 코스를 이탈하는 순간 방호벽이 없으면 바로 관람객을 덮치는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아주 높아집니다.

사고 때의 상황은 보다시피 안전에 대한 그 어떠한 대책도 없었고, 경기를 관람하던 갤러리들은 주최측의 안일한 운영 속에 위험에 노출된 것 입니다.


수프라 사고 직전의 모습입니다. 250m지점에서 제어력을 잃은 수프라는 사진에 보듯 이미 코스를 이탈하고 있습니다. 수 초 후 형광색 수프라는 관중석을 덥쳤고 다섯 명이 부상을 입었죠. 그 중에서 두 명은 큰 부상을 입었고 그 중에 한 명은 결국 숨졌습니다. 안타깝고 슬프고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조끼를 입고 경광봉을 들고 통제를 하는 스탭이 있지만, 사고 당시 상황을 보면 스탭의 존재는 의미가 없습니다. 지난 경기 때 직접 보고 이야기해 본 바 스탭들은 갤러리들이 ‘안전(?) 선’을 벗어나지 않게 하는 목적으로 통제하는데 불과합니다. 갤러리들이 조금 더 가까이에서 보고 싶어서 주행선에 바짝 붙으려 하면 이를 통제하는 것이죠.

이번 사건으로 드라이빙을 즐기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논란이 많이 일고 있습니다. 그런 시설을 강조하다 보면 그렇지 않아도 척박한 우리나라 모터스포츠 환경에서 설 땅이 있겠는가 하는 것입니다. 분명히 이해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안전이 우선이죠. 안전을 외면하다가는 되레 우리나라 모터스포츠의 미래가 암담해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기본에 충실하지 않으면 결국 더 큰 문제에 부딛힐 뿐이죠. 가슴 아프지만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운전자의 책임도 책임이지만 이번 사고는 대회를 주최한 쪽에 문제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결국은 안전한 모터스포츠를 지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달릴 수 있는 환경이 거의 전무한 국내 상황이어서 답답하기 그지없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 길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강성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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