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살상무기(WMD)를 찾지 못한 것은 대단히 실망스러웠다.”

오는 20일 퇴임하는 조지 부시 대통령은 12일 백악관에서 열린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임기 8년동안의 최대 실책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그는 2003년 5월1일 항공모함에서 “이라크 전쟁에서 미국과 동맹군이 압승을 거뒀다”고 선언할 당시, “임무 완수”라고 적힌 펼침막을 걸었던 것은 실수라고 인정했다. 부시 대통령은 대량 살상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며 이라크를 침공해 아무런 증거도 찾지 못했으며, 이라크 전쟁은 실패로 끝나고 있다. 현재까지 이라크에서 4천명 이상의 미군이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그는 2007년 3만명을 추가로 파병해 이라크를 안정시킨 것은 옳았다고 주장했다. 또 미국의 대외 이미지가 이라크 전쟁 등으로 나빠졌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그런 평가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부시는 이날도 국가안보를 강조했다. 그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의 최대 위협으로 “조국에 대한 공격”이라며, “미국인들에 피해를 입히려는 적들을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시는 특히 북한에 대해 고농축우라늄(HEU) 핵프로그램 개발 가능성을 지적하며 “여전히 문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고농축우라늄 핵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을 수 있다는 게 나의 걱정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이란에 대해서도 “여전히 위험하다”고 말했다. 부시는 북한이 미국과 관계개선을 원한다면 북핵 6자회담 합의사항을 이행, HEU 핵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입증하라고 촉구했다. 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의회에서 비준이 이뤄지지 않아 “매우 실망스럽다”며, 한미 FTA의 조속한 비준동의을 촉구했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침공에 대해서는 “이스라엘에 스스로 방어할 권한이 있다”는 주장을 되풀이 했지만, 이스라엘도 민간인 희생자를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부시는 오바마가 요청해야 7천억달러의 구제금융 가운데 쓰지 않은 3500달러의 집행을 승인해달라고 의회에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8년의 임기 뒤 퇴임하는 개인적 심정도 밝혔다. 부시는 미국 사상 첫 흑인 대통령이 탄생하는 “역사적 순간을 맨 앞줄에서 보게 돼 행운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퇴임 뒤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은 아내 로라를 위해 커피를 타는 것이라고 밝혔다. 부시는 “여기서 나가면 무대를 벗어난다”며 “내게 주어진 화려한 조명을 누렸다”고 말했다. 2001년 1월 취임한 부시는 지지율 24%로, 미국 역대 대통령 사상 최저라는 오명을 남기고 물러난다.

김순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