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유대인과 이스라엘에 대한 비판은 금기사항이다. 내용의 타당성을 떠나 당장 ‘반유대주의자’로 낙인이 찍히고, 비판한 사람이 유력한 인물이라면 사회에서 거의 매장되다시피 한다.

지난 3월 존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교수와 스티브 월트 하버드대 교수가 ‘이스라엘의 로비와 미국의 대외정책’이란 논문에서 미국의 대외정책이 이스라엘 정부와 유대인의 로비에 종속되고 있다고 비판해 엄청난 파문과 논란이 일어난 바 있다. 인터넷과 언론에는 이들이 ‘반유대주의’라는 비난이 끊이지 않았다. 학술논문에 대해서 이 정도이니 정치인들이 이스라엘과 유대인을 비판하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런데 미국의 전직 대통령이 미국 내 유대인들의 로비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은 지난 8일자 미국 <로스앤젤레스타임스>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 대해 솔직히 말하라’라는 글을 통해 “이스라엘 정부의 정책들에 대한 비판을 꺼려하는 것은 미국-이스라엘정치행동위원회의 비정상적인 로비 행태와 이에 반대되는 어떠한 목소리도 없기 때문이다”고 비판했다. [카터 대통령 기고 번역 전문]

그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을 위한 평화의 길을 놓고 많은 논쟁적인 이슈들이 이스라엘인 사이에서, 그리고 다른 국가들에서 치열하게 토론되고 있으나 미국에서는 그렇지 않다”며 “지난 30년동안 나는 사실에 대한 자유롭고 균형적인 토론을 심각하게 억누르는 것을 목격하고 경험했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중동평화 협상 경험과 이에 바탕해 지난달 자신이 출간한 <팔레스타인:평화가 아닌 아파르트헤이트>라는 저서의 홍보과정에서 겪은 반응을 통해 이같은 비판을 제기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서 균형된 입장을 취해 이스라엘의 국제법 준수를 제안하고, 정의를 수호하고,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인권을 옹호해야 할” 의회 의원들 중에서 팔레스타인 도시들을 방문해 포위당한 주민들과 얘기할 의도를 가진 의원들은 거의 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그는 “더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미국의 주요 신문과 잡지들의 의견란이 (이스라엘 문제에 대해) 그와 유사한 자기검열을 시행하며, ‘홀리랜드’(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 파견된 특파원들이 강력하게 표출하는 개인적 평가와는 반대되는 의견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출간된 자신의 저서와 관련해 케이블텔레비전 등에서 흥미로운 인터뷰를 했으나, 주요 신문들에서는 자신의 책에 대해 거의 새로운 얘기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주요 언론의 서평은 이스라엘이 점령한 영토를 방문하지 않는 유대인단체의 대표들에 의해 거의 쓰여졌으며, 그들의 주된 비판은 그 책이 반이스라엘이라는 것”이라고 카터 전 대통령은 논평했다.

그는 특히 “차기 하원의장인 낸시 펠로시가 그 책이 출간되기 전에 ‘그(카터)는 이스라엘에 관해 민주당의 입장에서 말하지 않고 있다”는 논평을 냈다”는 사례도 상기시켰다.

인터넷 서점인 아마존에 올라온 일부 서평들은 자신을 “반유대주의”라고 지칭했고, 다른 평은 그 책이 거짓말과 왜곡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고 카터는 아쉬워했다. 카터는 특히 “가장 곤혹스런 경험은 유대인 학생들이 많은 대학의 캠퍼스에서 그 책에 관해 자유롭게 말하고, 학생과 교수들의 질문에 대답하려는 나의 제안이 거절된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카터는 현실에서 반응은 압도적으로 긍정적이었다며 책 서명회 장소에서마다 1천명 이상의 독자를 만났다고 기뻐했다. 또 유명한 유대인들과 의원들이 자신에게 새로운 사실과 아이디어를 전해줬다며 개인적으로 감사해 한 것에 고무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현재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사는 가자지구와 서안지구를 분리하고 봉쇄하는 이스라엘의 조처를 겨냥해 “엄청난 감옥의 벽이 현재 공사중이다”며 “이는 아파르트헤이트 체제의 남아공에서 흑인들이 살았던 것보다 더 억압적인 것이다”고 이스라엘의 정책을 강력히 비난했다. 정의길 기자 Egil@hani.co.kr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 대해 솔직히 말하라”지미 카터 <로스앤젤레스타임스> 기고문 전문지미 카터 미국 39대 대통령은 지난달 <팔레스타인:평화가 아닌 아파르트헤이트>는 저서를 출판했다. 그는 이 책의 출간에 즈음해 지난 8일 <로스앤젤레스타임스>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 대해 솔직히 말하라’라는 글을 쓰고, 이스라엘 정부의 정책과 유대인들의 미국 내 로비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아래는 그 전문이다. 편집자 나는 2년 전 출판사 ‘사이먼 앤 슈스터’와 중동에 대한 책을 쓰기로 계약했다. 이 책은 카터센터가 팔레스타인의 3차례 선거를 감시하며 격은 나의 개인적 관측, 나와 이스라엘 정치지도자 및 평화활동가들과의 자문에 바탕한 것이다. 우리는 1996년, 2005년, 2006년 (선거 때)에 팔레스타인의 모든 마을들을 돌아다녔다. 그 때 선거에서 야세르 아라파트, 마두드 아바스가 수반으로 당선됐고 의회 의원들이 당선됐다. 그 선거들은 거의 흠이 없었고, 투표율도 높았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심한 억압 하에 있던 동예루살렘은 예외였다. 그곳에서는 등록 유권자의 2%만이 투표를 했을 뿐이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을 위한 평화의 길을 놓고 많은 논쟁적인 이슈들이 이스라엘인 사이에서, 그리고 다른 국가들에서 치열하게 토론되고 있으나 미국에서는 그렇지 않다. 지난 30년동안 나는 사실에 대한 자유롭고 균형적인 토론을 심각하게 억누르는 것을 목격하고 경험했다. 이처럼 이스라엘 정부의 어떤 정책들에 대해서도 비판을 꺼려하는 것은 미국-이스라엘정치행동위원회의 비정상적인 로비 행태와 이에 반대되는 어떠한 목소리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서 균형된 입장을 취해 이스라엘의 국제법 준수를 제안하고, 정의를 수호하고,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인권을 옹호해야 할 의회 의원에게는 정치적으로 거의 자살행위이다. 라말라, 나불루스, 헤브론, 가자시티, (예수가 태어난) 베들레헴 조차 방문하려는 의원들은 거의 없으며, 그곳에서 포위된 주민들을 만나 얘기하지 않는다. 더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미국의 주요 신문과 잡지들의 의견란이 (이스라엘 문제에 대해) 그와 유사한 자기검열을 시행하며, ‘홀리랜드’(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 파견된 특파원들이 강력하게 표출하는 개인적 평가와는 반대되는 의견을 보인다는 것이다. 내 책이 어떤 평판을 받을지 불확실하고 못마땅한 반응을 고려해, 나는 지도, 원문, 자료들을 활용해 상황을 정확히 묘사하고 유일하게 가능한 평화의 길을 분석하려 했다. 이스라엘인과 팔레스타인인들은 국제적으로 인정된 그들의 경계 안에서 나란히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선택은 미국, 이스라엘이 지지하는 유엔의 주요 결의안, 1967년 이후 공식적인 미국의 정책, 1978년과 1993년 이스라엘 지도자들과 정부에 의해 완성된 협정들(이 협정으로 이스라엘 지도자들은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2002년 이스라엘을 인정하는 아랍연맹의 제안, 그리고 팔레스타인해방전선은 받아들였으나 이스라엘이 거부한 ‘인터내셔널쿼테트’의 ‘평화로드맵’과 부합하는 것이다. 이 책은 팔레스타인의 상황과 사건들을 다룬다. 민주주의가 시행되고 시민들이 공존하며 법적으로 평등권이 보장된 이스라엘의 상황과 사건들을 다룬 것은 아니다. 내가 지금까지 고작 일주일동안 이 책의 홍보활동을 했으나, 대중과 언론의 반응을 판단할 수는 있다. 책은 잘 팔리고 있으며, 나는 ‘래리킹 라이브’(의 토크쇼), ‘하드볼’(의 뉴스쇼), ‘언론과의 대화’(의 시사 토크쇼) ‘짐 레러의 뉴스아워’(미국 공영방송 의 간판 저녁 뉴스쇼), ‘찰리 로즈’ 쇼( 의 심야 인터뷰 프로그램) 등 텔레비전과 흥미로운 인터뷰를 했다. 그러나 나는 내가 썼던 것에 대해 새로운 얘기를 주요 신문들에서 거의 보지 못했다. 주류 언론들의 서평은 이스라엘이 점령한 영토를 방문하지 않는 유대인단체의 대표들에 의해 거의 쓰여졌으며, 그들의 주된 비판은 그 책이 반이스라엘적이라는 것이었다. 의회의 두 의원은 공개적인 비판까지 했다. 예를 들어 차기 하원의장인 낸시 펠로시는 그 책이 출간되기 전에 “그는 이스라엘에 관해 민주당의 입장에서 말하지 않고 있다”는 논평을 냈다. 아마존에 올라온 일부 서평은 나를 반유대주의자로 불렀다. 다른 논평은 그 책이 거짓말하고 있으며 왜곡됐다고 비난했다. 카터센터의 전 연구원은 이를 문제삼았고, 앨런 더쇼위츠는 이 책의 제목이 ‘추잡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 세계에 나와보면 반응은 압도적으로 긍정적이었다. 나는 다섯 서점에서 책 사인회를 가졌는데 각 서점마다 1천명 이상의 구매자를 만났다. 나는 ‘반역죄로 재판받아야 한다’는 단 한번의 부정적 언급을 들었고, <시-스팬>(미국의 의회·정치 전문 케이블 텔레비전)에 출현했을 때는 내가 반유대주의라는 한통의 전화 반응을 들었다. 가장 곤혹스러웠던 경험은 유대인 학생들이 많은 대학의 캠퍼스에서 그 책에 관해 자유롭게 말하고, 학생과 교수들의 질문에 대답하려는 나의 제안이 거절된 것이다. 저명한 유대인들과 의원들이 새로운 사실과 아이디어를 제공해줬다고 개인적으로 감사를 표명해 고무되기도 했다. 이 책은 경직된 통행절차와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 시민들과 유대인 정착민 사이의 엄격한 분리로, 점령당한 팔레스타인 영토들에서 벌어지는 비정상적인 억압과 박해를 묘사하고 있다. 엄청난 감옥의 벽이 현재 공사중이며, 이는 팔레스타인에게 남겨진 것들을 파고 들어가 이스라엘 정착민들을 위해 더욱더 많은 땅을 둘러싸고 있다. 여러 측면에서 이는 남아공에서 아파르트헤이트 하의 흑인들이 살던 것보다도 더 억압적이다. 나는 그 밑바탕의 동기는 인종차별주의는 아니나 팔레스타인에서 선택된 장소를 몰수해 식민화하려는 소수의 이스라엘인들의 욕구이며, 그래서 추방당한 시민들의 반대를 폭력적으로 억누르려고 하는 것임을 명확히 해왔다. 나는 이 책에서 무고한 시민들에 대한 테러와 폭력행위를 명백히 비난하며, 양쪽의 비참한 사상자들에 대한 정보를 제시하고 있다. 내 책의 궁극적 목적은 미국에 대부분 모르는 중동에 대한 사실을 제시하고, 토론을 촉진하며, 이스라엘과 그 이웃 국가들을 위한 영구평화로 이끌 평화회담(현재 6년동안이나 중단됐다)의 재개를 돕기 위한 것이다. 또 다른 희망은 이 공동의 목표를 공유하는 유대인과 다른 미국인들이 그들의 견해를 공개적으로, 그리고 조화롭게 표명하도록 하는 것이다. 나는 이런 노력을 기꺼이 도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