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6·2 민심] 되짚어본 선거변수
북풍 위력|여, 보수결집 지렛대로 …야 ‘정교한 대응’ 못해
북풍 위력|여, 보수결집 지렛대로 …야 ‘정교한 대응’ 못해
‘블랙홀’이었다. 지방선거를 68일 앞두고 발생한 천안함 사건은 선거 내내 다른 쟁점을 모두 빨아들였다. 그러나 선거 막판 뜻밖에도 여당의 ‘천안함 특수 효과’가 떨어지는 등 ‘북풍’의 한계도 드러냈다. 햇볕정책 이후 정말 많은 게 달라졌음이 입증된 것이다.
한나라당은 천안함 사건을 통해 전통적인 보수 지지층을 결집해내면서 정권심판론 등 야당의 선거 쟁점을 가리는 효과적인 쟁점으로 활용했다. 사건에 대한 조사결과 발표와 주요한 대응 일정은 정확하게 지방선거 일정과 맞물렸다. 정부가 ‘결정적 증거’와 함께 북한의 소행이라고 조사결과를 발표한 5월20일은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첫날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강경한 대응 방침을 밝힌 대국민 담화 발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 1주기 다음날인 5월24일이었다. 이후 전개된 중국과 미국 외교 당국자들의 방문 시기도 선거 일정과 겹쳤다. 정부가 연일 대북 대응의 수위를 높이면서 휴전선 무력충돌 우려까지 제기됐다. 여론의 관심은 청와대와 북한, 베이징, 워싱턴으로 집중되면서, 천안함의 위력을 최고조에 달했다.
한나라당은 야당을 ‘북한 비호 세력’으로 낙인찍은 뒤 강약을 조절하며 ‘북풍몰이’를 즐겼다. 정병국 사무총장은 선거 종반전에 이르러선 “더이상 북풍은 없다”고 여유를 부리기까지 했다. 말했고, 이 대통령도 선거가 임박해 거듭 ‘중도·실용’을 강조했다.
천안함 사건에 대한 야당의 초기 대응은 정교하지 못했다. ‘안보무능론’으로 프레임 전환을 시도했으나 북풍의 압도적 위력을 잠재우진 못했다. 일부 당직자가 사건 발생 초기 북한의 소행이 아닐 것이란 취지로 발언한 대목은 나중에 여당에 역공당하는 빌미가 됐다.
그러나 막판 야당이 ‘전쟁이냐, 평화냐’라는 구도를 전면에 걸고 반격을 시도하면서 분위기 반전의 조짐이 나타났다. 또 정부의 대북 강경책 뒤 전쟁위기론과 함께 주가와 환율이 출렁거리고, “정부가 안보문제를 지나치게 선거용으로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선거 막판 ‘역북풍’이 본격화했다.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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