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수쪽 제공 줄기세포 5개중 2개 DNA 불일치”
황교수 팀 “언론 검증자격 없다” 재검증 거부
이근영 기자 김양중 기자

황우석 교수팀이 <문화방송> 피디수첩에 건넨 ‘환자 맞춤형 배아줄기세포’ 5개 가운데 1~2개의 세포주가 환자 것과 불일치하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피디수첩과 황 교수팀의 ‘줄기세포 진위’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최승호 피디수첩 책임프로듀서는 1일 “황 교수팀 쪽에서 넘겨받은 5개의 세포주를 유전자 검사기관에 맡겨 유전자 검사를 한 결과, 2번과 4번 등 2개의 세포주 디엔에이가 환자의 것과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나왔다”고 밝혔다. 2번 세포주는 2005년 <사이언스> 논문에 실린 11개의 세포주 가운데 맨 앞에 기술됐다. 10살짜리 척수장애 남자아이의 체세포로 배양한 배아줄기세포로, 황 교수는 강연 때 이 아이에 대해 자주 언급했다. 4번 세포주는 36살 척수장애 남자의 것이다.

피디수첩 쪽은 지난 6~10월 여러 차례에 걸쳐 ‘논문이 허위일 수 있다’는 제보를 받고 취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10월 말께 황 교수에게 제보 내용을 확인하면서 검증을 제안했다. 피디수첩 쪽은 지난달 12일 황 교수팀한테서 <사이언스> 논문에 나오는 11개 세포주 가운데 2·3·4·10·11번 5개 줄기세포주와 5개의 바탕영양세포(피더셀)를 넘겨받았다. 또 피디수첩 쪽은 2번 세포주 환자의 모근세포는 미리 확보하고 있었으며, 나머지 4개 세포주에 해당하는 환자들의 모근세포도 서울대병원 쪽에서 받았다. 2번 세포주는 피디수첩 쪽 요구로 인계됐다. 이때 양자가 동의한 변호사와 서울대 의대 교수가 합석했다. 또 황 교수 쪽 요구로 ‘검증 결과 동일한 결과가 나오면 방송하지 않고, 다르게 나오면 1주일 이내에 2차 검증을 한다’는 내용의 계약서를 작성했다. 피디수첩 쪽은 변호사와 의대 교수와 함께 다른 실험실에서 줄기세포주 5개, 바탕영양세포 5개, 모근세포 5개 등 모두 15개의 샘플을 만들었다.

피디수첩은 지난달 중순 유전자검사업체 ㅇ사에 검증을 의뢰하면서 15개 샘플의 성격에 대해서는 설명을 하지 않았다. ㅇ사는 디엔에이 분석을 한 결과 바탕영양세포 5개와 모근세포 5개는 분석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데이터 수치가 낮거나 아예 나오지 않았다. 줄기세포 가운데 3·10·11번도 마찬가지였다. 검사를 담당한 ㅇ사 연구원은 “피디수첩 쪽에서 가져온 15개 샘플에 대해 디엔에이 분석을 해보니 1개 샘플에 대해서만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가 나왔다”고 말했다. 피디수첩 쪽은 “디엔에이 분석 전문가에게 해석을 의뢰한 결과 2번 세포주의 디엔에이가 논문의 디엔에이 지문(핑거 프린트)과 일치하지 않았다”며 “4번 세포주도 전체 16개 마커 가운데 12개 마커가 환자의 디엔에이 지문과 일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난달 17일 피디수첩팀이 황 교수팀을 만나 조사 결과를 제시하자 황 교수는 “검증 결과를 믿을 수 없고, 검증기관을 신뢰할 수 없다”며 2차 검증을 요구했다. 동석했던 변호사는 “친자확인 재판용 샘플인 것으로 해서 재검증하기로 하고 제3기관을 찾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황 교수팀은 28일 대리인을 통해 “언론이 (과학적 성과를) 검증할 자격이 없고, (검증을) 언론에 맡기는 것은 학자로서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다”라며 재검증을 하지 않겠다고 피디수첩 쪽에 통보했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 <사이언스> 6월17일치에 실린 황우석 교수팀 논문. 사진에서 맨 위 A~H 줄은 2번 배아줄기세포주가 각종 장기·기관세포로 분화한 모습이다. I~P는 3번, Q~X는 4번 세포주다

끝없는 진위 공방 힘얻는 ‘제3기관 검증론’
전문가들 “과기·복지부 자정기관 의뢰 방안” 제시

황우석 교수팀과 <문화방송> 피디수첩의 ‘인간배아줄기세포 진위’ 공방이 가열되면서 과학계 등에서는 제3자에게 객관적·과학적 검증을 맡기는 등 합리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피디수첩이 유전자검사 전문기관의 객관적 검증을 거쳤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 황 교수팀은 검증기관을 신뢰할 수 없다며 재검증조차 거부하고 있다. 피디수첩은 좀더 확실한 검증을 위해 30일 국립과학수사연구소(국과수)에 디엔에이 검사 결과 자료를 보내 해석을 의뢰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 생명과학자는 “인간배아줄기세포의 경우 인간 체세포나 동물배아줄기세포와 달리 세포 단위로 분리하기가 어려운 등 디엔에이 검사 과정이 까다롭다”며 “확률은 적지만 운반이나 배양 과정에 디엔에이 변성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좀더 과학적인 검증 과정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황 교수 쪽은 <사이언스>에 논문을 제출하기 전 국과수에 의뢰해 디엔에이 일치 여부를 검증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과수 쪽에 시료 자체가 아닌 시료를 처리해 얻은 디엔에이를 제공한 것으로 드러나 이 역시 과학적 검증 과정과 거리가 있다. 또 황 교수 쪽은 피디수첩 검증 결과의 정밀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피디수첩 쪽은 법의학 전문가들의 판단을 들어 조사 결과가 충분한 의미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과학자 등 전문가들은 양자가 논쟁적 대결을 접고, 객관적 기관에 검증을 맡겨 국민의 혼란을 해결해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이정빈 서울대 의대 교수는 “황 교수팀이 논문을 제출할 때 국과수나 사이언스 쪽 검증을 받았을 것이기에 재검증은 과학자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문제일 것”이라면서도 “피디수첩 등의 문제 제기로 의혹이 갈수록 커져만 가는 상황에서 황 교수팀이 재조사를 통해 의혹을 깨끗이 풀어버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윤리계 쪽 위원인 이인영 한림대 교수는 “위원회에서 이 부분이 거론된 적은 없지만, 위원장이나 위원들이 부의할 경우 정식 안건으로 다룰 수는 있다”고 말했다. 과학계 쪽 위원인 조한익 서울대 의대 교수도 “윤리문제와 달리 우리나라 전체 과학 수준을 반영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확실한 과학적 검증이 필요한 사안”이라며 “과학기술부나 보건복지부가 지정하는 기관에 의뢰해 검증을 받는 것이 해결의 지름길”이라고 밝혔다.

이근영 김양중 기자 kylee@hani.co.kr

국과수 “DNA 검사 본원에 보고 안됐다”
왕 교수, 지방분소에 검사 의뢰…“검사결과 유효여부 파악중”

황우석 교수 연구팀은 <사이언스>에 줄기세포 연구논문을 제출하기 전에 검증을 위한 디엔에이(DNA) 검사를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지방분소에 의뢰했으며, 이는 본원에 보고되지 않은 채 이뤄졌다고 국과수 쪽이 1일 밝혔다.

국과수의 한 관계자는 이날 “황 교수 연구팀이 의뢰한 디엔에이 검사는 국과수 본원이 아니라 지방분소에서 이뤄졌고, 이 검사는 본원에 보고되지 않은 채 진행됐다”고 확인했다. 그는 “본원에 보고되지 않은 채 검사가 이뤄진 것은 통상적인 절차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황 교수 연구팀은 당시 검사에서 배양한 줄기세포와 체세포의 디엔에이 일치를 확인받았다고 밝히고 있고, 국과수의 다른 관계자도 황 교수 쪽의 이런 주장을 확인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대상이 된 샘플들의 시료 출처가 정확히 밝혀진 상태에서 이뤄졌는지, 아니면 시료 출처가 밝혀지지 않은 샘플의 디엔에이 지문 프린트만을 만들어줬는지 여부는 현재 파악 중이다”라고 말했다.

황 교수 연구팀이 시료 출처를 밝히지 않은 샘플을 의뢰해 단순히 디엔에이 지문 프린트만을 받아 갔다면, 국과수의 당시 검사는 황 교수 연구팀의 줄기세포 연구 진위공방을 가리는 데 효과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황우석 교수 연구팀의 윤리문제를 처음 제기한 <네이처>는 1일 사설을 통해 황 교수팀의 연구 파문과 관련해 “한국의 국익은 더 많은 애국적 선동에 의해서가 아니라, 황우석의 실험실에서 정확히 어떤 일이 있었는가에 관한 엄격한 공식 조사를 통해 가장 잘 수호될 수 있을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기사등록 : 2005-12-01 오후 08:12:40기사수정 : 2005-12-02 오전 05: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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