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가
아시아에게

아시아가

아시아에게

‘핵의 평화적 이용과 비확산’ 주장하는 동아시아 국가들 ··· 핵발전의 경쟁적 수출로 위험 확산 중
동아시아 핵 문제 전문가들 “최악 시나리오 막기 위해 각국 국민들이 적극 나서야”

3180만 명. 한국·중국·일본·대만 등 동아시아에 있는 핵발전소 반경 30km 안에 살고 있는 인구수다(2010년 기준). 30km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방사선비상계획구역’(핵발전소에서 방사능 누출 사고가 벌어질 경우, 그 피해를 감안해 대피시설과 방호물품 등을 미리 준비해둬야 하는 구역)으로 정하라고 권고하는 거리이기도 하다.

그러나 핵의 위협은 핵발전소 반경 30km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과거 미국·영국·프랑스 등의 기술을 이어받은 한국·일본·중국은 지구상에 핵발전소 수를 늘리는 데 앞장서는 대표적인 국가로 지목받고 있다. 늘어나는 핵발전소 수만큼이나 ‘핵 안전’에 대한 성찰도 깊어지고 있을까. 핵발전소가 ‘위험의 확산’이라고 경고했던 동아시아 시민사회의 목소리는 왜 좀처럼 들리지 않는 걸까. 아시아의 핵 미래를 아시아에게 되물어본다.

글 김성환 기자 · 영상 김명진 기자

“가동 중 17기, 건설 중 31기.”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3주기를 맞은 지난 3월12일, 중국 국가핵안전국(NNSA)은 <중국신문망>을 통해 핵발전소 현황을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이날 중국 국가핵안전국은 “전세계적으로 400기가 넘는 핵발전소 가운데 중국이 건설 중인 핵발전소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세계 핵발전소 21%(92기) 동북아에 동아시아가 ‘핵 집중 지역’으로 떠오른 건, 이른바 ‘차이나 신드롬’에 비유하며 폭발적인 핵발전 국가로 성장한 중국 때문만은 아니다. 한국·일본·대만 등 동아시아 국가들 모두 꾸준히 핵산업에 투자해왔기 때문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발전원자로정보시스템(PRIS)’을 보면, 2014년 3월 현재 전세계에서 가동 중인 핵발전소 435기 가운데 21%인 92기가 한국·중국·일본·대만에 있다. 게다가 동아시아의 ‘핵 집중’ 현상은 미래에도 계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세계원자력협회(WNA)가 지난해 10월 펴낸 ‘아시아의 핵발전 성장’(Asia’s Nuclear Energy Growth) 보고서에 따르면 동아시아의 핵발전 산업이 급속하게 팽창하고 있다. 보고서는 “2010년 자료를 기준으로 볼 때, 동아시아와 남아시아 지역에서 매해 38기가와트일렉트리컬(GWe)의 핵발전 용량이 추가되고 있다. 2010~2020년에는 매해 58GWe가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앞으로 폐로하는 발전소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용량이다”라고 분석했다. 2020년 전세계 핵발전 점유율의 대부분은 중국·인도·일본·한국 가운데 세 나라가 차지할 것으로 보고서는 내다보았다.

그렇다면 폭발하듯이 늘어나는 핵발전소 수만큼, 동아시아 국가들은 ‘핵 안전’ 인식도 키워가고 있을까. 그 단면은 지난 3월24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제3차 핵안보정상회의의 내용에서 찾아볼 수 있을 듯하다. 2012년 서울에서 처음 열린 핵안보정상회의는 한국·일본·중국·대만 등 주요 핵무기와 핵발전소를 보유한 약 53개국이 2년에 한 번씩 여는 회의로, 핵테러 문제와 핵발전의 안전 등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다.

‘핵의 평화적 이용과 비확산’을 주제로 내건 이번 정상회의에 참석한 나라들은 “핵안보와 원자력 안전을 모두 다루는 방식으로 효과적인 비상상황 대비, 대응 및 피해 경감 역량을 유지한다”는 내용을 담은 이른바 ‘헤이그 코뮈니케’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날 개막식 발언자로 나선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 영변에 너무나 많은 핵시설이 집중돼 있기 때문에 거기에서 한 건물에서만 화재가 발생해도 체르노빌보다 더 큰 핵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험도 있다”고 말했다. 북한 핵 문제가 동아시아의 안전을 해치고 있기 때문에 국제사회가 다 함께 나서야 한다는 취지였다. 실제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가 핵안보정상회의를 앞둔 3월14일에 펴낸 ‘2014 헤이그 핵안보정상회의 개최 배경과 과제’ 보고서에는 “한국의 높은 원자력 역량과 리더십, 그리고 비핵국가 및 분열성 핵물질 비보유국으로서의 도덕적 지위를 활용하며, 우리 정부가 세계 및 동북아 차원에서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과 핵비확산 및 핵안보 강화를 위한 ‘세계(동북아) 핵리더십 구상’을 제안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핵안보정상회의 개막식 발언자로
나선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 영변에
너무나 많은 핵시설이 집중돼 있기
때문에 거기에서 한 건물에서만
화재가 발생해도 체르노빌보다 더 큰
핵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험도 있다”고 말했다.
북한 핵시설 위험 분석 엇갈려

사실 동아시아의 핵 안전을 언급할 때, 북한 핵 문제는 빠질 수 없는 변수다. 세 차례의 핵실험까지 진행한 북한의 현실은 동아시아 주변국에는 안보 문제로 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북한이 핵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국제기구 활동을 하지 않아서 관련 정보를 구할 수 없다는 점도 또 다른 위험 요인이다.

북한에 처음 핵시설이 들어선 건 1962년이다. 우리나라의 고리 핵발전소 1호기가 착공된 해보다 9년이나 앞선다. 당시 소련과 ‘원자력 평화적 이용 협정’을 맺은 북한은, 소련의 도움으로 소형 연구용 원자로 IRT-2000을 평안북도 영변에 착공했다. 1974년 9월 국제원자력기구(IAEA) 회원국이 된 북한은 5년 뒤 5메가와트일렉트리컬(MWe)급 실험용 원자로를 자체적으로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본격적인 핵발전 연구에 나선 북한은 1985년에는 핵확산금지조약(NPT)에도 가입했다.

국제정치적 변수도 있었다. 1991년 남북은 핵무기 확산을 막겠다며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북한은 공동선언을 통해 IAEA의 북한 내 핵시설 사찰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신고하지 않은 핵시설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결국 북한은 IAEA의 사찰을 거부하는 등 갈등을 빚었다. 3년 뒤 이른바 미국의 군사적 개입이라는 극단적인 상황까지 간 뒤에야 북한은 핵 사찰을 수용하고 핵연료봉 추출 의혹을 받았던 핵시설을 동결·해체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뒤 미국과 우리나라 등은 북한의 경수로 핵발전소 사업(KEDO)을 지원했다. 핵 안전과 전력난 해결을 위한 조처였다. 2001년 함경남도 신포·금호 지역에서 시작한 핵발전소 건설 공사는 2003년 북한의 NPT 탈퇴 이후 멈췄다. 이후 북한은 2006년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서 첫 핵실험을 시작한 뒤, 2009년·2013년에도 핵실험을 이어갔다.

현재 북한에는 모두 15개의 핵시설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가 지난해 10월 인재근 의원(민주당)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평안북도 영천 지역에는 기존에 만든 소형 연구용 원자로와 실험용 원자로를 포함해 25∼30MWe, 50MWe급 핵발전소가 각각 1기씩 있으며, 평안북도 태천에 200MWe 핵발전소 1기 등 모두 5기의 핵발전소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북한 핵시설이 얼마나 위협적인지에 대한 분석은 엇갈린다. 지난 1월 영국 군사전문지 는 “영변의 5MWe급 원자로가 매우 낙후돼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으며,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보다 더 큰 재앙을 야기할 수 있다”고 보도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가 지난 2월 최원식 의원(민주당)에게 제출한 ‘북한 영변 원자로 방사능누출 사고 국내영향 예측’ 자료에선 상반된 결론이 도출된다. 원안위는 과거 영국에서 발생한 방사능 누출 사고를 참고해 영변 핵시설에서 사고가 나면 서울에서의 연간 피폭선량은 8.4nSv(나노시버트)로 자연 피폭선량(3mSv)의 0.00028%에 그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원자로 규모가 작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실 동아시아의 핵 안전을 언급할
때, 북한 핵 문제는 빠질 수 없는
변수다. 세 차례의 핵실험까지 진행한
북한의 현실은 동아시아 주변국에는
안보 문제로 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북한이 핵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국제기구 활동을 하지 않아서 관련
정보를 구할 수 없다는 점도 또 다른
위험 요인이다.
그러나 동아시아 시민사회단체에서는
핵발전소가 빠르게 늘어나는
상황은 곧 ‘위험의 확산’이라고
끊임없이 지적해왔다. 1960~70년대
미국·영국·프랑스 등이 일본·한국
등에 핵발전 기술을 수출했던 구조를
그대로 이어받아, 동아시아 국가들이
사용후핵연료의 해결 방법도 없는
핵발전을 저개발국가에 납품하는
구조를 고착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핵 수출 선두 일본·한국, 후발주자 중국

이처럼 한국 등이 핵 안전 주장을 활발하게 펴는 것과 달리, 정작 동아시아는 전세계적으로 핵발전 시장의 확산에 앞장서고 있는 대표적인 지역이기도 하다. 한국·일본·중국이 미국과 유럽 등 이른바 ‘핵발전 1세대 국가’를 대신해 저개발국가에 핵발전을 수출하는 데 첨예한 경쟁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말 터키를 방문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세일즈 외교’를 벌여 핵발전소 사업 계약을 따낸 바 있다. 당시 아베 총리가 터키를 방문하던 중, 일본 미쓰비시중공업-프랑스 아레바의 컨소시엄 업체가 터키 흑해 연안 시노프에 짓는 핵발전소 건설 사업에 대해 터키 정부와 정식 합의를 이끌어냈다. 일본의 공사 수주는 2011년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일어난 뒤 처음 이뤄진 것으로, 본격적인 ‘아베노믹스’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기도 했다.

동아시아에서 핵발전 후발주자인 중국도 최근 몇 년 사이 수출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지난 1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보도를 보면, 중국 정부가 파키스탄 핵발전소 건설에 65억달러(약 6조8천억원) 규모의 차관을 제공하기로 했다. 이는 파키스탄 남부 항구도시인 카라치에 짓는 핵발전소 2기의 건설비로, 중국이 파키스탄에 지원한 사업비 중 가장 규모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내 2대 전력 공기업인 광둥핵전집단공사(CGNPC)는 남아프리카공화국·베트남·타이 등에 핵발전소 건설 협력을 추진하고 있으며, 지난해 10월에는 프랑스 전력공사(EDF) 컨소시엄에 참여해 영국 정부가 내건 160억파운드(약 27조4천억원) 규모의 핵발전소 신규 건설 사업에 참여하게 됐다.

우리나라는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아랍에미리트연방(UAE) 등에 추진했던 핵발전소 수출과 함께 핵연료 재처리 사업도 추진하려 한다. 우리나라는 앞서 1956년 미국의 허락이나 동의 없이는 핵연료의 농축·재처리를 금지하도록 한 ‘한-미 원자력 협정’ 탓에 핵연료 재처리 시설을 갖출 수 없는 상태다. 그러나 2016년 새로 개정하는 협정문에는 핵연료 재처리와 우리나라가 핵발전소 핵심 설비를 미국 내 인허가 없이 수출하는 내용도 담으려 노력하고 있다.

핵발전소의 ‘안전’보다 ‘추진’

그러나 동아시아 시민사회단체에서는 핵발전소가 빠르게 늘어나는 상황은 곧 ‘위험의 확산’이라고 끊임없이 지적해왔다. 1960~70년대 미국·영국·프랑스 등이 일본·한국 등에 핵발전 기술을 수출했던 구조를 그대로 이어받아, 동아시아 국가들이 사용후핵연료의 해결 방법도 없는 핵발전을 저개발국가에 납품하는 구조를 고착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일본·대만 등 탈핵 활동가들이 모인 ‘반핵아시아포럼’(NNAF)은 1993년부터 아시아 국가들의 핵발전 문제를 지적해왔다. 이들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타이·대만·필리핀·인도네시아 등을 돌면서 핵발전소 안전의 문제점을 주장하며 정부의 대책 마련을 요구해왔다. 또 각국 정부가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 핵발전소 관련 정보를 모으고 이를 교류해온 바 있다. 아시아 활동가들이 모인 ‘핵 없는 아시아 행동’(No Nukes Asia Action)도 2000년대 초반부터 핵발전소 수출과 핵폐기물 생산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왔다.

일본 환경운동가이기도 한 사토 다이스케 반핵아시아포럼 사무국장은 “반핵운동 자체는 궁극적으로 핵발전소를 없애는 걸 목적으로 하지만, 우리의 압력이 전력 당국 등에 핵발전소 안전에 기여하도록 하는 면도 있다. 정부가 핵발전소 관련 정보를 은폐하는 것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동아시아 각국이 모이는 국제기구 형식의 핵발전 통제기구는 핵발전소의 ‘안전’보다 ‘추진’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동아시아가 ‘핵 아시아’에서 탈출할 수 있는 해법은 어디에 있을까. <한겨레21>은 기획 연재의 마지막으로 한국·중국·일본·대만 등 동아시아 핵 문제 전문가 9명에게 전자우편으로 동아시아 핵발전의 문제점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동아시아 곳곳에서 날아온 이들의 답변을 짧은 메시지 형식으로 모아봤다. 아시아가 아시아에게 보내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핵발전을 처음 시작한 건 미국과 유럽이다. 미국·유럽은 이미 1970년대에 핵발전 산업에서 서서히 철수했다. 일본은 이들보다 10~20년 늦게 핵발전에 뛰어들었으나, 더 이상 확장하기 힘든 상태다. 한국·대만은 이보다 더 늦게 출발했다. 어쨌든 핵발전에서의 철수는 진행될 것이다. 동아시아에서 가장 큰 문제는 중국이다. 인구도 많아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이 늘어나면 새로운 에너지원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핵발전은 다른 발전 방식과 다르게 현재까지도 고비용이었다. 만약 핵발전소의 안전을 강조하면 더 비싸진다. 그렇다고 일본을 포함한 핵발전 국가들이 안전성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뜻은 아니다. 당연히 비극적인 사고는 또다시 일어날 것이다. 핵발전에 쓰이는 우라늄은 빈약한 자원이기 때문에 어느 방향으로든 핵발전소는 없어지고, 핵발전 산업도 붕괴한다. 단, 그때까지 100년 정도의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 따라서 그 사이에 비극적인 사고도 일어날 것이다.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등을 내세워 핵무기가 확산될 수도 있다. 원자력이 자연적으로 소멸하기 전에 우리 손으로 폐기해야 한다.

2011년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대만은 핵발전소를 줄이기로 결정했다. 큰 영향을 받은 것이다. 중국도 핵발전소 건설을 1년 동안 유보했다. 한국과 일본은 별 영향을 받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핵발전소를 재가동할 기세고, 한국은 이 기회에 일본을 제치고 세계 4위의 ‘원전 대국’이 되겠다고 말한다. 핵 사고는 핵발전소가 많은 나라에서 발생했고, 개수가 많은 순서대로 발생했다. 미국 → 옛 소련 → 일본 순서로 말이다. 이는 우연이 아니다. 핵 사고는 확률대로 일어났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동아시아는 그 교훈을 얻지 못했다.

미국·유럽은 지난 25년 동안 핵발전소를 거의 짓지 않고 폐쇄하기만 해왔다. 그 결과 유럽은 그 기간에 약 50개의 핵발전소를 줄여왔다. 미국도 별로 줄어들지는 않았지만 핵발전소 노후화가 진행돼 앞으로 20~30년 내에 핵발전소 수는 빠르게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한국·중국·러시아 등 개발도상국은 핵발전소를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핵발전소는 역시 개도국에 매력적인 산업인 것으로 보인다. 개도국의 특징인 비민주적 의사결정 구조가 핵산업의 필수 요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시 지역에서는 2006년 주민들이 핵발전소가 들어서는 ‘은빛 해변’(The Silver Beach)을 지키기 위해 항의서한을 원자바오 총리에게 전달한 적이 있다. 중국의 핵발전소 건설 가운데 내륙 지역에 핵발전소를 지으려는 시도는 동아시아의 심각한 문제라고 본다. 늘 물 부족을 겪는 중국에서 핵발전소가 들어서면 많은 양의 물을 필요로 하게 된다. 핵발전소에서 사용한 물이 하천 등으로 흘러들어 다른 지역에서 사용된다는 점에서 과연 핵발전소가 경제 정의를 가져다주는지 의구심이 든다. 핵발전소가 환경적·사회적·경제적 가치를 주지 못한다는 것을 뜻한다.

핵발전소가 절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인식하는 것은 치명적일 수 있다. 한국과 일본은 그들이 핵발전에 대한 적절한 안전 대책을 가지고 있으며 핵 폐기물을 관리할 수 있다고 가정했다. 또한 후쿠시마 사고처럼 치명적인 사고가 그들의 국가에서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중국은 미디어와 정치가 투명하지 않다. 몇 가지 사소한 사고가 핵시설에서 발생해도 그들은 공개적으로 보고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원자력 안전과 우려에 대한 시민의식은 독일과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

중국에서는 조직화된 반핵운동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른바 ‘님비’(NIMBY)의 하나로 이뤄지는 개별적인 저항운동은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광둥성 장문시에서 수천 명의 사람들이 핵연료 공장 건설에 항의했으며 그 결과도 성공적이었다. 당시 이들이 활용한 표어 등은 확실히 홍콩·대만의 반핵운동에서 배운 것으로 보인다. 그 밖에 중국에서 성공적인 반핵운동으로는 양쯔강 주변 장시성 펑쩌 내륙 핵발전소 건설에 반대했던 운동을 들 수 있다.

나는 독일 출신이다. 현재 독일은 핵발전소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2021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2050년까지 재생 가능 에너지로 전력의 80%를 공급하려 한다. 일본 같은 나라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일본도 2011년 이후 핵발전소 없이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는 점을 증명했다. 중국도 현재 핵발전이 전체 전력의 2%를 차지하지만, 대기오염 등의 이유로 석탄 의존도를 줄여야 하는 거대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재생 가능 에너지 개발을 위한 거대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동아시아에 핵발전소가 늘어나는 이유는 미국·유럽보다 뒤늦게 산업개발이 이뤄지면서 에너지 소비 증가도 뒤늦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1979년 미국 스리마일 핵발전소 사고 뒤 자국에 핵발전소를 건설하기 힘들어진 미국이 동아시아를 주요 수출 대상국으로 선정한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핵발전소 건설이 동아시아에 집중되면 핵 사고 위험과 사용후 핵연료로 인한 갈등이 지속적으로 촉발될 것이다. 미국·유럽에서 1970~80년대에 겪었던 갈등이 그대로 동아시아에 이어지는 것이다.

어느 국가나 ‘자신들이 생각하는 최선’에서는 핵 안전에 대한 노력을 할 것이다. 그러나 이 기준은 너무나 자의적이고 충분치 못하다. 핵발전소가 위험하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는 상황에서 옆 나라 핵발전소 건설에 대해서도 이제는 적극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황사와 미세먼지 등 최근 월경성 환경오염이 큰 이슈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핵발전소 사고는 더욱 큰 재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막기 위한 국가 차원의 대처를 각국 국민이 적극적으로 요구할 때만 ‘걱정’만이 아닌 ‘대안’으로 나아갈 수 있다.

모든 위협은 동일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5년 전만 해도 아무도 일본에 가장 큰 위협이 닥칠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일본과 전세계 사람들이 그토록 확신했던 핵발전은 이제 모든 나라에 위협의 대상이 됐다. 문제는 핵의 위협이 다른 시간에 다른 방식으로 찾아온다는 것이다. 핵 기술은 본질적으로 죽고 사는 문제를 만들며, 원자로가 폐기된 뒤에도 수천년 동안 폐기물 형태로 남는다는 점에서 위험성이 크다.

동아시아 안의 핵 협정은 가장 높은 기술 표준과 높은 규제 기준, 핵발전소 처리 문제를 돕는 단계적 자금 지원 등이 이뤄질 때 의미 있다. 물론 이러한 자금은 납세자가 아닌 핵발전 사업자를 위해 제공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협정에 어떤 기회가 있을까. 이러한 높은 수준의 문제에 대해 정부는 공정하고 중립적으로 다룰 준비가 덜 되어 있다.

일본 정부의 ‘원자로 입지 지침서’는 원자로 주변에는 거주자 지역이 있으면 안 된다며 거리 범위 등도 정하고 있다. 지침에서도 알 수 있듯 핵발전소는 소외 지역에 지어진다. 핵발전소 사고가 일어나는 건 당연한 전제인 셈이다. 사고피해 측면에서 보면, 과소 지역은 생활·문화·경제·역사 등에서 소외되고 인구 밀집지역(도시)만 보호받게 된다. 결국 핵발전은 과소 지역의 생활을 차별하는 구조에 기반한다. 그럼에도 막대한 핵발전 교부금을 뿌리기 때문에 과소 지역에서는 핵발전소의 위협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몰리게 된다.

핵발전소 감축이나 폐지는 시민과 양심적 정치가, 과학자의 힘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핵발전 산업계는 후쿠시마 사고의 가장 큰 교훈으로 핵발전의 한계와 그 폐해를 솔직히 인정하고, 폐로를 위한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지금의 후쿠시마가 ‘내일의 내 모습’이 되기 전에 탈핵의 목소리를 내고 행동해야 한다.

슬프게도 동아시아가 후쿠시마 사고에서 교훈을 얻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일본은 핵발전을 다시 가동하고 싶어 하고, 한국·대만도 핵발전을 열망한다. 중국은 원자로 수를 늘리고 있다. 후쿠시마 사고는 계속 진행 중인 재앙임에도 이를 막을 수 있는 과학적인 방법이 없는 상태다. 또다시 대지진이 일어나면 후쿠시마 제3원전, 제4원전에서 방사능이 공기 중으로 방출되고, 방사능 오염수가 300~400t씩 태평양에 배출돼 해양 생태계를 오염시키는 등 일본과 다른 나라를 위협할 것이다. 하지만 이를 막을 방법은 없다.

동아시아 국가들은 지금 당장 핵발전소 가동을 중단할 수 있다. 문제는 100만 년 이상 자연환경으로부터 격리해야 하는 핵폐기물을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인데, 이는 과학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동아시아 핵발전 산업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이는 대중과 정치인들이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같은 심각한 사고가 발생한다면 식량 공급에 큰 문제가 생기고 암과 질병 발생률이 급증한다는 점을 아느냐에 달려 있다. 동아시아에 국제기구를 두고 핵 안전을 모색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하지만, 만약 그런 조직을 운영한다면 핵산업을 대변하는 사람들 말고도 방사능의 위험성을 아는 의사와 기술자 등도 함께 참여해야 할 것이다.

방사능 사고는 핵발전소를 가진 나라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게다가 핵발전소에서 방출되는 방사선은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때문에 핵발전소를 가진 모든 나라는 동아시아 의 안전을 위협할 수밖에 없다. 대만에서도 사용후핵연료와 방사능 폐기물을 최종 처분할 수 있는 적절한 장소를 발견하지 못한 상태다.

그러나 우리는 핵발전소의 수를 줄이거나, 모든 핵발전의 폐쇄를 시도할 수는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동아시아의 어떤 나라도 핵발전을 포기 한다고 발표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핵발전소의 위험은 늘어나고 있는 핵발전 관련 사고의 숫자를 보면 알 수 있다. 결국 핵발전소의 수를 줄이는 것은 사람들을 좀 더 안전한 삶으로 이끌어 내는 것을 뜻한다.

그렇다면 동아시아가 ‘핵 아시아’에서 탈출할 수 있는 해법은 어디에 있을까. <한겨레21>은 기획 연재의 마지막으로 한국·중국·일본·대만 등 동아시아 핵 문제 전문가 9명에게 전자우편으로 동아시아 핵발전의 문제점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동아시아 곳곳에서 날아온 이들의 답변을 짧은 메시지 형식으로 모아봤다. 아시아가 아시아에게 보내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고이데 히로아키
일본 교토대 원자로실험소 조교.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는 탈핵 전문가다.

핵발전을 처음 시작한 건 미국과 유럽이다. 미국·유럽은 이미 1970년대에 핵발전 산업에서 서서히 철수했다. 일본은 이들보다 10~20년 늦게 핵발전에 뛰어들었으나, 더 이상 확장하기 힘든 상태다. 한국·대만은 이보다 더 늦게 출발했다. 어쨌든 핵발전에서의 철수는 진행될 것이다. 동아시아에서 가장 큰 문제는 중국이다. 인구도 많아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이 늘어나면 새로운 에너지원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핵발전은 다른 발전 방식과 다르게 현재까지도 고비용이었다. 만약 핵발전소의 안전을 강조하면 더 비싸진다. 그렇다고 일본을 포함한 핵발전 국가들이 안전성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뜻은 아니다. 당연히 비극적인 사고는 또다시 일어날 것이다. 핵발전에 쓰이는 우라늄은 빈약한 자원이기 때문에 어느 방향으로든 핵발전소는 없어지고, 핵발전 산업도 붕괴한다. 단, 그때까지 100년 정도의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 따라서 그 사이에 비극적인 사고도 일어날 것이다.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등을 내세워 핵무기가 확산될 수도 있다. 원자력이 자연적으로 소멸하기 전에 우리 손으로 폐기해야 한다.

김익중
동국대 의대 교수·경주환경운동연합 연구위원장.
대중을 상대로 탈핵강의를 하고 있다.

2011년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대만은 핵발전소를 줄이기로 결정했다. 큰 영향을 받은 것이다. 중국도 핵발전소 건설을 1년 동안 유보했다. 한국과 일본은 별 영향을 받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핵발전소를 재가동할 기세고, 한국은 이 기회에 일본을 제치고 세계 4위의 ‘원전 대국’이 되겠다고 말한다. 핵 사고는 핵발전소가 많은 나라에서 발생했고, 개수가 많은 순서대로 발생했다. 미국 → 옛 소련 → 일본 순서로 말이다. 이는 우연이 아니다. 핵 사고는 확률대로 일어났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동아시아는 그 교훈을 얻지 못했다.

미국·유럽은 지난 25년 동안 핵발전소를 거의 짓지 않고 폐쇄하기만 해왔다. 그 결과 유럽은 그 기간에 약 50개의 핵발전소를 줄여왔다. 미국도 별로 줄어들지는 않았지만 핵발전소 노후화가 진행돼 앞으로 20~30년 내에 핵발전소 수는 빠르게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한국·중국·러시아 등 개발도상국은 핵발전소를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핵발전소는 역시 개도국에 매력적인 산업인 것으로 보인다. 개도국의 특징인 비민주적 의사결정 구조가 핵산업의 필수 요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원보
중국의 대표적 환경운동가·반핵아시아포럼(NNAF) 중국 회원.
그린피스 중국 사무소 설립에 앞장섰다.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시 지역에서는 2006년 주민들이 핵발전소가 들어서는 ‘은빛 해변’(The Silver Beach)을 지키기 위해 항의서한을 원자바오 총리에게 전달한 적이 있다. 중국의 핵발전소 건설 가운데 내륙 지역에 핵발전소를 지으려는 시도는 동아시아의 심각한 문제라고 본다. 늘 물 부족을 겪는 중국에서 핵발전소가 들어서면 많은 양의 물을 필요로 하게 된다. 핵발전소에서 사용한 물이 하천 등으로 흘러들어 다른 지역에서 사용된다는 점에서 과연 핵발전소가 경제 정의를 가져다주는지 의구심이 든다. 핵발전소가 환경적·사회적·경제적 가치를 주지 못한다는 것을 뜻한다.

핵발전소가 절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인식하는 것은 치명적일 수 있다. 한국과 일본은 그들이 핵발전에 대한 적절한 안전 대책을 가지고 있으며 핵 폐기물을 관리할 수 있다고 가정했다. 또한 후쿠시마 사고처럼 치명적인 사고가 그들의 국가에서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중국은 미디어와 정치가 투명하지 않다. 몇 가지 사소한 사고가 핵시설에서 발생해도 그들은 공개적으로 보고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원자력 안전과 우려에 대한 시민의식은 독일과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

에바 슈테른펠트
독일 베를린공대 중국과학기술문화연구소장.
중국의 에너지 문제와 반핵운동을 연구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조직화된 반핵운동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른바 ‘님비’(NIMBY)의 하나로 이뤄지는 개별적인 저항운동은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광둥성 장문시에서 수천 명의 사람들이 핵연료 공장 건설에 항의했으며 그 결과도 성공적이었다. 당시 이들이 활용한 표어 등은 확실히 홍콩·대만의 반핵운동에서 배운 것으로 보인다. 그 밖에 중국에서 성공적인 반핵운동으로는 양쯔강 주변 장시성 펑쩌 내륙 핵발전소 건설에 반대했던 운동을 들 수 있다.

나는 독일 출신이다. 현재 독일은 핵발전소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2021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2050년까지 재생 가능 에너지로 전력의 80%를 공급하려 한다. 일본 같은 나라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일본도 2011년 이후 핵발전소 없이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는 점을 증명했다. 중국도 현재 핵발전이 전체 전력의 2%를 차지하지만, 대기오염 등의 이유로 석탄 의존도를 줄여야 하는 거대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재생 가능 에너지 개발을 위한 거대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
·핵 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 공동집행위원장.
한국에서 반핵아시아포럼(NNAF)을 이끌고 있다.

동아시아에 핵발전소가 늘어나는 이유는 미국·유럽보다 뒤늦게 산업개발이 이뤄지면서 에너지 소비 증가도 뒤늦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1979년 미국 스리마일 핵발전소 사고 뒤 자국에 핵발전소를 건설하기 힘들어진 미국이 동아시아를 주요 수출 대상국으로 선정한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핵발전소 건설이 동아시아에 집중되면 핵 사고 위험과 사용후 핵연료로 인한 갈등이 지속적으로 촉발될 것이다. 미국·유럽에서 1970~80년대에 겪었던 갈등이 그대로 동아시아에 이어지는 것이다.

어느 국가나 ‘자신들이 생각하는 최선’에서는 핵 안전에 대한 노력을 할 것이다. 그러나 이 기준은 너무나 자의적이고 충분치 못하다. 핵발전소가 위험하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는 상황에서 옆 나라 핵발전소 건설에 대해서도 이제는 적극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황사와 미세먼지 등 최근 월경성 환경오염이 큰 이슈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핵발전소 사고는 더욱 큰 재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막기 위한 국가 차원의 대처를 각국 국민이 적극적으로 요구할 때만 ‘걱정’만이 아닌 ‘대안’으로 나아갈 수 있다.

마리오 다마토
그린피스 동아시아지부 대표.
8년 넘게 그린피스 중국 사무소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모든 위협은 동일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5년 전만 해도 아무도 일본에 가장 큰 위협이 닥칠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일본과 전세계 사람들이 그토록 확신했던 핵발전은 이제 모든 나라에 위협의 대상이 됐다. 문제는 핵의 위협이 다른 시간에 다른 방식으로 찾아온다는 것이다. 핵 기술은 본질적으로 죽고 사는 문제를 만들며, 원자로가 폐기된 뒤에도 수천년 동안 폐기물 형태로 남는다는 점에서 위험성이 크다.

동아시아 안의 핵 협정은 가장 높은 기술 표준과 높은 규제 기준, 핵발전소 처리 문제를 돕는 단계적 자금 지원 등이 이뤄질 때 의미 있다. 물론 이러한 자금은 납세자가 아닌 핵발전 사업자를 위해 제공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협정에 어떤 기회가 있을까. 이러한 높은 수준의 문제에 대해 정부는 공정하고 중립적으로 다룰 준비가 덜 되어 있다.

가타오카 데루미
일본 후쿠시마 탈핵활동가.
아이즈방사능정보센터를 세워
방사능 피해 진상 규명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일본 정부의 ‘원자로 입지 지침서’는 원자로 주변에는 거주자 지역이 있으면 안 된다며 거리 범위 등도 정하고 있다. 지침에서도 알 수 있듯 핵발전소는 소외 지역에 지어진다. 핵발전소 사고가 일어나는 건 당연한 전제인 셈이다. 사고피해 측면에서 보면, 과소 지역은 생활·문화·경제·역사 등에서 소외되고 인구 밀집지역(도시)만 보호받게 된다. 결국 핵발전은 과소 지역의 생활을 차별하는 구조에 기반한다. 그럼에도 막대한 핵발전 교부금을 뿌리기 때문에 과소 지역에서는 핵발전소의 위협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몰리게 된다.

핵발전소 감축이나 폐지는 시민과 양심적 정치가, 과학자의 힘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핵발전 산업계는 후쿠시마 사고의 가장 큰 교훈으로 핵발전의 한계와 그 폐해를 솔직히 인정하고, 폐로를 위한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지금의 후쿠시마가 ‘내일의 내 모습’이 되기 전에 탈핵의 목소리를 내고 행동해야 한다.

헬렌 칼디콧
헬렌 칼디콧 재단 대표.
오스트레일리아 출신 의사로 미국 등에서
핵발전·핵에너지·핵무기·원자력에 반대해온 반핵운동가다.

슬프게도 동아시아가 후쿠시마 사고에서 교훈을 얻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일본은 핵발전을 다시 가동하고 싶어 하고, 한국·대만도 핵발전을 열망한다. 중국은 원자로 수를 늘리고 있다. 후쿠시마 사고는 계속 진행 중인 재앙임에도 이를 막을 수 있는 과학적인 방법이 없는 상태다. 또다시 대지진이 일어나면 후쿠시마 제3원전, 제4원전에서 방사능이 공기 중으로 방출되고, 방사능 오염수가 300~400t씩 태평양에 배출돼 해양 생태계를 오염시키는 등 일본과 다른 나라를 위협할 것이다. 하지만 이를 막을 방법은 없다.

동아시아 국가들은 지금 당장 핵발전소 가동을 중단할 수 있다. 문제는 100만 년 이상 자연환경으로부터 격리해야 하는 핵폐기물을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인데, 이는 과학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동아시아 핵발전 산업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이는 대중과 정치인들이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같은 심각한 사고가 발생한다면 식량 공급에 큰 문제가 생기고 암과 질병 발생률이 급증한다는 점을 아느냐에 달려 있다. 동아시아에 국제기구를 두고 핵 안전을 모색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하지만, 만약 그런 조직을 운영한다면 핵산업을 대변하는 사람들 말고도 방사능의 위험성을 아는 의사와 기술자 등도 함께 참여해야 할 것이다.

신민신
전 대만국립대 화학공학과 교수.
대만의 대표적인 탈핵 환경단체인 대만환경보호연맹(TEPU)를
이끌고 있는 공동대표 가운데 1인이다.

방사능 사고는 핵발전소를 가진 나라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게다가 핵발전소에서 방출되는 방사선은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때문에 핵발전소를 가진 모든 나라는 동아시아 의 안전을 위협할 수밖에 없다. 대만에서도 사용후핵연료와 방사능 폐기물을 최종 처분할 수 있는 적절한 장소를 발견하지 못한 상태다.

그러나 우리는 핵발전소의 수를 줄이거나, 모든 핵발전의 폐쇄를 시도할 수는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동아시아의 어떤 나라도 핵발전을 포기 한다고 발표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핵발전소의 위험은 늘어나고 있는 핵발전 관련 사고의 숫자를 보면 알 수 있다. 결국 핵발전소의 수를 줄이는 것은 사람들을 좀 더 안전한 삶으로 이끌어 내는 것을 뜻한다.

한겨레21 | 기획 김성환 | 글 김성환 박현정 길윤형 | 사진·영상 정용일 김명진
Dfolio | 웹디자인 원희승|구성 박모세|동영상 편집 김민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