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기획 - MB '31조 자원외교' 대해부5회. 증발한 수조원, 의문과 책임

자원외교 의혹 '10인'은 답하라

이명박 정부 시절 31조원이 투자된 해외자원개발 사업에서 부실의 증거들이 끊이지 않고 드러나고 있다. 집계된 손실만 3조9000여억원이고, 향후 몇조원의 손실이 더 발생할지 알 수 없다. 정책 입안자와 핵심 관련자들은 현재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국가 정책이라는 틀 속에 모두 ‘묻고 가자’는 식이다. 일각에서는 ‘자원외교’의 잘잘못을 캐는 행위가 자칫 자원개발 산업 전체를 망가뜨릴 수 있다는 걱정을 내놓는다.

하지만 자원개발이 초래한 손실은 국민이 떠안아야 할 비용으로 돌아온다. 책임을 물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다.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일이다. <한겨레>는 ‘부실 자원외교’에 대해 반드시 답해야 할 10명을 추렸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그의 형, 총리, 장관, 자원 공기업 사장들이 바로 그들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해외자원개발 추진을 주도한 인물과 역할
이명박 정부에서 해외자원개발 추진을 주도한 인물과 역할

MB 총지휘 아래 국가재정·행정 책임자들 행동 공기업 사장들 나랏돈 날려 자원외교 ‘피라미드’의 맨 꼭대기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있다. 2008년 취임 뒤 자원외교를 핵심 국정 과제로 내걸었고, 4%대의 에너지 자주개발률을 임기 내 25%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짰다. 그의 뜻에 따라 국가의 재정·행정·인력 등이 해외자원개발 사업에 총동원됐다. 그 역시 13차례 해외 순방에 나서, 자원개발 관련 양해각서를 24건이나 체결했다. 이 가운데 18건이 성과 없이 종료됐다. 이 전 대통령은 자원외교의 총기획자이자 정치적 최종 책임자이지만, 지난해 말 국정조사 증인 출석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구름 같은 이야기”라고 답했다.

이상득 전 의원과 박영준 전 총리실 국무차장은 피라미드의 둘째 칸에 위치한다. 대통령의 친형이기도 한 이 전 의원은 2009년부터 대통령을 대신하는 ‘특사’ 자격으로, 중남미와 아프리카 등을 9차례 누볐다. ‘대통령도 어려워할 정도’로 실세였던 탓에 그의 옆에는 늘 공기업과 사기업 관계자들로 붐볐다. 이 전 의원은 자원외교를 “인생의 3번째 전환기”라 표현하는 등 소명처럼 받아들였지만, 그의 행보 뒤에는 ‘8000달러 촌지 의혹’(<한겨레> 1월19일치 3면)과 돈만 낭비한 채 성과가 없다는 비판이 따른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의 1등 공신이었던 박영준 전 국무차장은 ‘미스터 아프리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아프리카 사업에 집중했다. ‘총리실 실세’라는 평가에 걸맞게 ‘에너지협력외교 지원협의회’ 등 해외자원개발 사업 전반을 지휘한 것으로 보인다. 총리실은 전 부처를 아우를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장소였다. 2010년 그가 관여했던 카메룬 다이아몬드 개발권 사업에서 발생한 씨앤케이(CNK) 주가조작 사건은 이명박 정부 자원외교의 가장 치욕적인 상징이기도 했다.

‘자원외교 맞춤형 총리’로 영입된 한승수 전 총리 역시 정부 정책을 조율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했다. 대통령 다음으로 높은 행정 수반으로서, 대통령이 가지 못하는 곳을 돌아다니며 자원외교를 폈다. 그는 총 4건의 양해각서를 맺었지만 3건이 성과 없이 종료됐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2009년부터 1년 남짓 해외자원개발 주무 부처인 지식경제부 장관을 지냈다. 그의 임기 동안 최소 21개의 해외자원개발 사업이 진행됐고 13조원가량의 돈이 투자됐다. 하지만 그는 “(자원외교는) 국무총리실이 주도했다”며 ‘발뺌’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실세 부총리이기도 해서, 현 정부의 자원외교에 대한 평가를 어렵게 만든다는 지적이 나온다.

피라미드의 아랫부분에는 석유·가스·광물 등 자원 관련 공기업이 존재한다. 이들 기업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인연이 있는 실세 사장들이 배치됐다. 공사 사장들은 주로 산업부 출신 관료들이 ‘낙하산’으로 가는 게 관례였지만 이들은 좀 더 특별했다.

대우인터내셔널 출신인 강영원 전 석유공사 사장은 소망교회를 다녔다. 그는 석유공사 대형화 전략에 따라, 페루의 사비아페루사와 캐나다 하베스트사 인수 등 창사 이래 이뤄진 대부분의 대형 인수·투자 사업들을 진두지휘했다. 그러나 하베스트 사업에서만 이미 1조원 넘는 손실이 발생했다. 강 전 사장에게 책임을 묻는 작업은 이미 참여연대와 감사원 등이 검찰 고발 등을 통해 진행하고 있다. 2008~2009년 석유공사 부사장을 지낸 서문규 현 석유공사 사장은 사비아페루 인수를 주도하는 등 부실 투자의 또 다른 축이다.

고려대 출신에 대통령직 인수위원이었던 김신종 전 광물공사 사장은 이 전 대통령과 임기를 같이하며 볼레오 동광과 암바토비 니켈광 사업 등에 수조원을 투자했다. 이 과정에서 민간 기업에 수백억원의 특혜성 혜택을 줘, 배임 의혹도 받고 있다. 현대그룹 출신인 주강수 전 가스공사 사장은 캐나다 혼리버, 웨스트컷뱅크, 우미악 가스전 투자에 핵심적인 구실을 했다. 지금까지 세곳에 1조366억원(1월 현재)이 들어갔지만, 6050억원이 넘는 손실이 확정되는 등 공사에 커다란 손실을 끼쳤다.

가스공사의 첫 내부 사장 승진자인 장석효 전 가스공사 사장은 주강수 전 사장과 함께 이들 부실 사업 투자를 함께 했다. 그는 통영예선 대표로 있던 2012년 사적 용도로 법인카드를 쓴 혐의 등이 드러나 지난 20일 사장에서 물러났다. 최현준 류이근 임인택 김정필 기자 haojune@hani.co.kr

‘자원외교 탐사기획’ 후속 취재는 계속됩니다


<한겨레>가 지난 19일부터 다섯 차례에 걸쳐 보도한 ‘MB 31조 자원외교 대해부’를 23일치로 마칩니다. 지난 석달 동안의 탐사취재를 통해 새롭게 발굴한 사실과 현장, 새 관점으로 ‘이명박 자원외교’를 재구성했습니다. 해외자원개발 사업은 멈출 수 없는 과제입니다.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명박 자원외교’에 대한 평가와 교훈점은 시민의 이름으로 기록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더 많은 독자와 공유하고 고민해야 했습니다. <한겨레>가 보도에 앞서 뉴스 유통 실험(페이스북 검색창에 ‘자원외교’ 검색)을 기획한 까닭입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으로 뉴스를 전파하겠다는 독자의 약속(액션리더, Action Reader)을 모집했습니다. 행동하는 독자의 뉴스 유통을 희망했습니다. 각양각색의 호응과 격려, 제보를 받았습니다. 이를 토대로 국정조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한겨레> 탐사기획팀의 후속 취재도 계속 이어갈 예정입니다. 액션리더도 계속 모집합니다. 약속대로 페이스북을 통해 몇 분을 추첨해 ‘혜택’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기획 공동참여: 전순옥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박현숙 비서관), 김제남 정의당 의원실(서준섭 보좌관)
도와주신 분들: 고기영 한신대 교수, 김경율 회계사, 김형민 정책네트워크 내일 부소장, 숀 라일리 전 캐나다 RCI 부사장, 한병도 전 의원, 박범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 백문영 보좌관, 박원석 정의당 의원실 김진욱 비서관, 홍영표 의원실 장철민 비서관, 부좌현 의원실 홍창훈 비서관, 김현 의원실 최일곤 보좌관, 전정희 의원실 김보람 비서관, 한정애 의원실 조선옥 보좌관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