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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벗님글방

언어 인종 달라도 우리가 통할수 있었던건

등록 :2020-05-11 20:48수정 :2020-05-15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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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평화 고운울림 기도순례 유럽 2]

고운 어울림 속에 배움의 길이 있다

― 덴마크, 스웨덴, 프랑스 순례에서 배운 평화

2020년 첫 생명평화 고운울림 기도순례, 두 모둠으로 흩어져 시작하는 이번 순례에 두 번째 모둠 길벗으로 함께했습니다. 첫 번째로 찾은 곳은 덴마크 세계시민학교(IPC, International People’s College)였습니다. 세계시민학교는 1921년, 세계대전이라는 상처 속에서 세워진 학교입니다. 덴마크의 교육가 피터 매니케는 ‘서로 전쟁했던 나라 사람들이 함께 모여 살고 일하고 공부하면 그것이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일이 아닐까’ 생각했고, 이 생각이 세계시민학교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순례 길벗들이 학교를 찾았을 땐 전 세계 22개국에서 온 88명의 학생들이 봄학기를 막 시작한 때였습니다. 학생들은 24주간 함께 기숙사 생활을 하며 더불어 사는 삶을 배우고 문화 교류를 하며 평화를 배웁니다.

“세계 각국에서 모인 다양한 학생들이 서로 어울려 살아가며 다양한 관점을 배우고, 다시 고국으로 돌아가 살아가는 것이 평화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생각을 폭넓게 이해하고 관용하는 세계시민을 양성하는 것이 우리 학교의 목표입니다.” 세계시민학교가 어떤 곳이냐는 질문에 쇠렌 라운비에르 교장이 한 말씀입니다. 세계시민학교 학생들은 길벗들이 준비해간 생명평화 고운울림 기도순례 소개에 귀 기울이고 마음 모아주었습니다. 함께 생명평화를 구하는 노래를 불렀는데, 생김새도 다르고 쓰는 말과 글도 다르지만 평화라는 만국공통어로 하나 될 수 있음을 경험한 시간이었습니다.

▲ 덴마크 세계시민학교(IPC) 학생들과
▲ 덴마크 세계시민학교(IPC) 학생들과

두 번째 일정으로 찾은 곳은 스반홀름공동체입니다. 스반홀름공동체는 1978년 대안적인 삶을 꿈꾸는 사람들이 모여 함께 살기 시작해 지금은 어른 80여 명과 어린이 50여 명이 모여 살고 있습니다. 1980년대, 유기농이란 단어조차 없었던 덴마크에서 유기농으로 농사를 짓기 시작했고, 태양광과 풍력발전, 소득을 공유하는 공동 경제망에 기반한 자급자족 등 지속 가능한 삶을 실험하고 구현해왔습니다.

스반홀름에 도착해서 공동체 초기 창립구성원이자 행정담당인 키얼스튼 씨의 인도로 농장과 목장, 거주공간 등 공동체 구석구석을 살펴보았습니다. 키얼스튼 씨는 여전히 더 나은 삶, 더 생태적이고 평화로운 삶의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예컨대 자동차 없이 살아갈 날을 꿈꾸고 준비해가는 것이라든가, 더 생태적인 목축·농업을 실험해가는 것이었습니다. 평화를 단순히 구호로 여기지 않고, 삶의 모든 면에서 끊임없이 구현하려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스반홀름에 이어 덴마크 마지막 일정으로 그룬트비 아카데미에 방문했습니다. 그룬트비 아카데미는 덴마크의 교육가 니콜라이 그룬트비의 정신을 널리 알리고자 만든 그룬트비 포럼의 연구소입니다. 니콜라이 그룬트비는 19세기 덴마크의 목사이자 교육가, 역사가, 정치가로서 근대 덴마크의 국부라 불릴 정도로 각종 사회제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입니다. 아직 시민이나 국가라는 개념이 형성되기도 전인 시절, 그룬트비는 건강한 시민을 길러내는 것이 진정한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는 첫걸음이라고 생각했고, 이런 정신은 오늘날 덴마크 교육철학의 바탕이 되었습니다.

그룬트비 아카데미와 길벗들은 서로 소개를 나누고, 여러 질문을 주고받으며 이야기 나눴습니다. 자기정체성과 삶,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그룬트비 정신이 생명평화 고운울림 기도순례와 비슷한 부분이 많아서인지 이야기 나눌수록 더욱 친밀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함께 그룬트비 학교의 노래와 생명평화를 구하는 노래를 번갈아 부르기도 했습니다.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넘어 서로를 향한 마음 곱게 울리는 시간이었습니다.

덴마크 일정을 마치고 건너간 스웨덴에서는 YWAM 레스테나스 공동체를 찾았습니다. 레스테나스는 스웨덴 예테보리 북부 지역에 위치한 공동체로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젊은이들이 찾아와 삶을 변화시키는 훈련을 받는 곳입니다. 길벗들이 찾았을 땐 30여 명의 어른과 15여 명의 어린이들이 함께 지내고 있었습니다.

순례 길벗들은 레스테나스에 꼬박 하루 머물며 공동체 식구들과 교제 나눴습니다. 서로의 삶을 고백하고 소개하며 대화 나누고, 다함께 모여 생명평화를 구하는 노래로 마음 모으기도 했습니다. 레스테나스 공동체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정성껏 들어주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공동체 안에서 갈등과 어려움을 겪고 있었는데, 순례 길벗들이 전해준 평화의 메시지가 자기들에게 꼭 필요한 것이었다는 고백을 나누어주기도 했습니다. 길벗들 마음에도 레스테나스 공동체 식구들 마음에도 깊은 울림이 되는 말이었습니다.

▲ 서로를 위해 기도해주는 스웨덴 레스테나스 공동체와 기도순례 길벗
▲ 서로를 위해 기도해주는 스웨덴 레스테나스 공동체와 기도순례 길벗

스웨덴 일정을 마친 후엔 프랑스 떼제 공동체로 향했습니다. 떼제 공동체는 종교와 종파를 초월해 화해와 일치로 평화를 꿈꾸며 살아가는 공동체입니다. 다양한 나라 출신의 수사들이 기도와 묵상을 중심으로 공동생활을 하는데, 전 세계 각국에서 쉬지 않고 청년들이 찾아와 머무는 곳이기도 합니다. 순례 길벗들이 도착했을 때도 여러 나라의 청년들이 머물고 있었습니다.

순례 길벗들은 떼제에 짧게 머물렀지만 틈틈이 여러 나라 청년들과 교제 나누었습니다. 밥상 시간, 각종 모임 전후에 열심히 서로를 알아가고 생명평화 고운울림 기도순례를 소개했습니다. 생명평화를 구하는 기도모임을 열고 초대하기도 했는데 여러 청년들이 찾아주었습니다. 청년들은 순례 노랫말과 기도문에 깊이 공감해주고, 잊지 않고 함께 기도하겠다는 말을 나눠주기도 했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깊은 하나됨을 경험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유럽에서 마지막으로 찾은 순례지는 알프스 몽블랑입니다. 몽블랑은 해발고도 4807미터로 유럽에서 가장 높습니다. 2019년 6월, 프랑스를 중심으로 45도를 웃도는 역대 최고의 폭염이 유럽을 덮쳤을 때 정상 부근 빙하가 녹아내려 거대한 호수가 생겼습니다. 이상 고온이 빙하를 호수로 만든 것입니다. 일부 기후 학자들은 알프스산맥 곳곳의 빙하가 붕괴되고 있는데, 이는 매우 걱정스러운 징조이며 기후 변화에 대한 경고를 보낼 필요가 있다고 역설합니다. 몽블랑을 바라보며 신음하는 뭇 생명 회복되고 치유되길, 온 누리에 생명평화 임하길 마음 모아 기도했습니다.

▲ 알프스 몽블랑에 울려 퍼진 생명평화의 노래
▲ 알프스 몽블랑에 울려 퍼진 생명평화의 노래

순례길에서 여러 단체와 사람들 만나 벗이 되었습니다. 서로 달랐지만 평화를 일구며 살고자 하는 마음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평화를 이루어 살아가면 그 삶은 길이 되는가 봅니다. 그 길이 이어져 결국 이렇게 만나게 된 건 아닐까 느낍니다. “평화로 가는 길은 없다. 평화가 길이다”란 말이 실감나는 시간이었습니다. 벗들과 함께 걸었던 평화의 길, 잊지 않도록 마음에 다시금 새겨 봅니다.

밝은누리 서울 인수마을에 사는 직장인 이계진 님의 유럽 기도순례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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