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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 스님이 에베레스트라면 탄허스님은 모든 것 품는 태평양”

등록 :2020-10-15 18:17수정 :2020-10-16 0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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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 ‘성철과 탄허’ 비교 책 낸 문광 스님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만난 문광 스님. 조현 종교전문기자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만난 문광 스님. 조현 종교전문기자

불교계에서도 한문과 동양학에 두루 밝았던 고승들은 대부분 열반했거나 나이가 많다. 그 맥이 끊길 위기에서 문광 스님의 출현은 귀하다. 그는 1971년생으로 한문 세대가 아니지만 경북 영천의 유학자 집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한학을 배우고, 연세대 중어중문학과 학·석사, 동국대 선학과와 불교학과 학사, 한국학중앙연구원 박사를 거치며 이를 절차탁마했다. 그렇게 교학을 다진 뒤 지난 10여년간 선방을 다니며 참선을 하고 최근 자신의 석·박사 논문을 수정·보완해 두 권의 책을 함께 냈다.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문광 스님을 만났다.

<한국과 중국 선사들의 유교 중화 담론>(불광출판사 펴냄)은 석사학위 논문으로 당시 원효학술상을 받기도 했다. 이 책 추천사를 쓴 연세대 중문과 정진배 교수는 “아마도 연세대 중문과가 생긴 이래 명실공히 최고의 학위논문이었을 것이다. 케이티엑스 창밖으로 수려한 경관을 보는 느낌”이라고 했다. 동시 출간한 <탄허선사의 사교회통사상>(민족사 펴냄)은 탄허 스님(1913~1983)을 본격적으로 연구한 최초의 탄허학 박사 논문이다. 탄허 스님은 10여년 연장자였던 양주동과 함석헌이 배울 만큼 유·불·선과 주역·정역·성경까지 통달해 동서고금의 지혜를 꿰뚫었던 인물이다. 문광 스님은 “일반인들은 수박 겉핥기로 보고도 책을 봤다고 하는데, 탄허 스님이 책을 봤다는 의미는 책 자체를 통째로 외우고 있다는 뜻이었다”고 했다.

석·박사 학위 보완해 책 두 권
‘한 중 선사들 유교 중화 담론’
‘탄허 선사의 사교회통 사상’
“공부 막힐 때 탄허 법문 큰 도움
탄허 아카이브 만들어 제공하고파”

유학자 집에서 나 한학 절차탁마

두 책을 관통하는 것은 ‘회통’이다. 석사 논문은 유교의 핵심인 중용의 ‘중’(中)과 불교에서 ‘한 생각도 일어나기 이전’이 모두 인간의 본 성품이라는 한 지점에서 만난다고 봤다. 해인사 원당암으로 출가해 조계종 10대 종정 혜암 스님(1920~2001)이 열반하기 전 1년간 행자로서 곁에서 시봉하며, 화두로 받았던 ‘만법귀일’(萬法歸一·모든 것이 필경에는 한군데로 돌아감)의 말 뜻과도 만나는 지점이다.

<한국과 중국 선사들의 유교 중화 담론>에선 근·현대 한국의 대표적 선지식인 성철스님(1912~1993)과 탄허 스님을 비교했다. 성철 스님은 “유교의 중용이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중간의 의미에 지나지 않는다”며 “불교를 제외한 모든 종교·사상은 망상을 근본으로 삼는, 꿈속의 잠꼬대일 뿐”이라고 폄하하고, “오직 불교만이 망상을 떠나 무심을 중득하는 것이어서, 다른 종교·사상과는 하늘과 땅의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탄허 스님은 “중용의 중은 시공이 끊어진 자리로 본성 자리와 같은 것이며, 예수님 부처님 공자님은 종일 희로애구애오욕 감정을 써도 쓴 자리가 없이 쓰며 시공이 끊어진 세계에서 사는 분들”이라며 “주요 종교들의 핵심이 하나로 회통함”을 설파했다. 문광 스님은 “수행에서 조금의 타협도 허용치 않을 만큼 철두철미했던 성철 스님은 에베레스트 고봉 정상에 홀로 우뚝 선 기상이 있고, 탄허 스님은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태평양 같다”고 평했다.

“한문 성경을 다 외고 있던 탄허 스님은 마태복음의 ‘허심자 복의(虛心者 福矣·마음을 비우는 자는 복이 있다)’를 들어 ‘천국은 마음을 비운 사람의 것’이라고 했고, 아담과 이브가 선악과를 따먹기 이전으로 가야 낙원이 회복된다는 것은 불교와 동양학에서 선악 시비가 끊어진 근본 자리를 깨닫는 것으로 비유했다.”

그는 “탄허 스님께 빚진 게 많다”고 했다. 공부가 막힐 때마다 탄허 스님의 법문 테이프와 시디를 듣고 터지곤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불교, 유교, 도교, 기독교를 깊이 공부하려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탄허 스님의 테이프와 시디를 모두 녹취해 탄허 아카이브를 만들어 제공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탄허학을 정리하면서 탄허 스님의 미래학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적지 않았다고 했다. 탄허 스님은 생전 한국전쟁과 울진·삼척 무장간첩 침투, 박정희 시해, 자신의 입적일 등을 정확히 맞췄다고 한다. 탄허 스님은 지구의 지축이 바로잡히면 북극 빙하가 녹고 일본 영토의 3분의 2가 가라앉고 한반도 서쪽이 융기하며 한국이 세계의 주역이 될 것이라고 예언하기도 했다. 문광 스님은 “탄허 스님은 제자들이 ‘제발 예언은 하지 말라’고 하면 호통을 치면서 ‘나는 노스트라다무스와 같은 예언가가 아니고, 역학적 상수 원리와 선정 상태에서 미래를 관하는 것’이라며 ‘성현이란 미래에 대해 획을 그어주는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문광 스님은 또 “탄허 스님은 ‘지구의 종말은 없다’며 지구는 이제 여름을 지나 결실과 성숙의 가을로 접어든다’고 했고, 변혁의 때에 지진보다 여진으로 더 놀라는 것이니 참선을 해 놀라지않도록 하라’고 했다”는 말도 전했다. 그는 또 탄허 스님이 ‘한국은 역학적으로 간방(艮方)이니 청년의 나라’라고 했던 것을 들어 탄허 스님과 같은 ‘희망의 미래’를 제시했다.

“청년은 독선에 빠질 수도 있지만, 아니다 싶으면 종교·사상·이데올로기도 바꿀 수 있다. 세계의 유행은 한국을 지나가게 돼 있다. 전 세계 어떤 브랜드도 청년의 나라 한국에 들어와 인정을 받아야 세계화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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