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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이별 후 ‘읽씹’ 당해도 연락하고 싶은 당신에게

등록 :2018-06-06 19:47수정 :2018-06-07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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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곽정은의 단호한 러브 클리닉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Q 저는 27살인 직장인입니다. 24살 가을에 만난 남자친구와 지난해 11월께 헤어졌습니다. 제가 먼저 헤어지자고 했으며, 헤어지고 일주일 뒤에 제가 먼저 보고 싶다고 말해서 만났습니다. 곱창을 먹고 평소보다 더 애틋한 잠자리를 하고 헤어졌습니다. 저는 소개팅을 꾸준히 하면서도 그와의 만남을 반복했어요. 올해 초엔 이직을 해 정신이 없는 상태였지요. 직장을 옮기고 난 뒤에도 오빠(남자 친구)에게 연락했습니다. 직장을 바꿨다는 말을 전했습니다. 축하한다고 하더군요. 축하파티 해줄 거냐고 하니, “하하하 수고해”라고 답하더군요. 전 그냥 저의 이직을 축하받고 싶었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고생한 걸 봐준 사람이 그 오빠니까요. 전 지금, 그 직장도 퇴사하고 자격증을 따기 위해 준비 중입니다. 가고 싶은 직장이었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또 다른 선택을 했지요.

그러다 남친이 준 연애편지와 인스타그램을 보다가, 지난주부터 그 사람 생각이 너무 많이 나서 연락했어요. 한 번 보고 싶다고요. 처음에는 가벼운 내용의 문자를 보냈고, ‘읽씹’(문자를 안 읽음) 당했습니다. 일주일 뒤 두 번째 문자는 진지한 것이었는데 또 ‘읽씹’ 당했습니다. 그리고 열흘 뒤 세 번째는 기다릴 거라고 하니 시간이 없을 것 같다고 답장이 왔습니다. 그 뒤 카톡을 이어나갔지만 `시간이 없어~’, `계속 일정이 있을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꼭 한번 보고 싶다고, 기다릴 거라고 하니 부담스럽다고 그러지 말라고 하더이다. 끝내 보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연락이 왔고, 저는 그럼 이렇게라도 내 마음을 전한다고 카톡을 보냈습니다.

제가 사귀면서 그의 마음을 못 알아줘서 미안했고, 이제 내가 다가가고 싶다는 내용이었죠. 저녁 6시에 보낸 카톡을 자정이 되도록 읽지 않아 전화를 했어요. 처음에는 바로 끊더군요. 여자 친구가 있어 연락 안 했으면 좋겠다고 카톡이 왔습니다. 제가 또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가 전화를 받았습니다. 제가 “지금 통화 안 돼? 잠깐만” 하니 “안 돼”하고 끊더군요. 다시 그에게서 여자 친구 있으니 연락하지 말라는 카톡이 오더군요. 결국 그의 여자 친구에게서 ‘오빠 힘들 게 안 하셨으면 좋겠다’라는 연락이 왔습니다. 그래서 저는 ‘알겠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저는 월요일에 오빠에게 다시 문자를 했습니다. ‘오빠, 그래도 연락하길 잘 한 것 같아. 매몰차게 헤어진 게 아니라서 생각을 많이 했어. 여자 친구 있다면 미리 말하지! 지나고 보니 미안하고 고마웠어. 오빠랑 천생연분인 사람 만나서 행복하길 기도할게’라고요. 물론 답장은 없었습니다. 곽 작가님 저는 그가 줬던 사랑을 이제 실감합니다.

그 때 알아줬으면 더 좋았을 텐데. 너무 미안했습니다. 그 마음이 너무 큽니다. 그 사람이 사랑해줘서 이제 사랑하는 건지…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제가 다가가고 싶었습니다. 오빠의 나이며 가정환경, 종교 같은 건 상관하지 않고 마음껏 사랑하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저와 같은 마음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쉬움이 커요.

하지만 이제 끝입니다. 더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지만, 저는 계속 곱씹으며 의미를 부여하고 있어요. 정말 여자친구가 있는 건지? 그 상황을 되새기고 그의 에스엔에스(SNS)를 보면서 어쩌면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그에게 연락을 할지 말지 저는 모르겠습니다. 이미 그는 제가 질렸을까요?

무슨 말을 들어야 제 자신의 마음을 정리시킬 수 있을까요? 저는 지금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될 일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저의 행동이 무책임한 행동인지, 잘못된 행동인지도 모르겠어요.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지경입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 남자를 잊지 못하는 여자

A 먼저 헤어지자고 말해 버렸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 선택에 대해 후회를 하게 되었군요. 지금은 스스로 행동에 대한 후회와 상대에 대한 원망으로 마음이 상당히 복잡한 상태이실 것 같고요. 글의 가장 말미에 '무슨 말을 들어야 제 자신의 마음을 정리시킬 수 있을까요?'라고 쓰셨습니다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제가 하는 어떤 말도 당신을 단번에 변화시킬 수 없을 겁니다.

이유는 단 하나에요. 당신은 오직 그 사람과의 관계를 되돌리고 싶다, 예전보다 내가 더 사랑할 자신이 있다는 생각에 완벽히 꽂혀 있는 상태니까요. 상대방의 의사나 상황은 어떤지, 나의 특정한 행동이 상대방에게 어떤 불편함을 줄지,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는 '정말 내가 이 관계를 다시 원하는 게 확실한지', 그리고 그렇다면 '왜 그런 생각이 들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조금도 고려하지 않고 있죠. 옆의 시야를 완벽히 가리고 오직 앞만 보며 달려가는 경주마처럼,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들여다 보는 과정을 생략한 채 무감각하게 내달리고 있는 겁니다. 하루 종일 그에 대해 생각하고 ‘다시 잘 사랑하고 싶다’라는 생각은 끊임없이 하겠지만 그건 그냥 당신의 욕구일 뿐이죠. 스스로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과한 몰입일 뿐입니다. 네, 당신은 생각다운 생각을 하고 있지 않아요. 그냥 욕망만 있다고요. 그런데 누군가가 어떤 말을 해준다고 한들 당신의 마음이 정리가 될 리 만무한 것이죠.

깊은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을 때 가장 필요한 것은 누군가의 따끔한 충고가 아닙니다. 그 따끔한 충고 같은 게 없어서 그 소용돌이에 들어간 것이 아니기 때문이에요. 당신은 스스로 한 충동적인 선택들의 결과로 스스로를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 집어넣었습니다. 매몰찬 말 같지만 그걸 인정하지 않는다면 지금의 상황에서 아무 것도 바뀌지 않겠죠.

다만 스스로 행동을 하나하나 돌아보는 것이 지금은 당신이 해야 할 가장 쉽고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입니다. 일단 당신의 이별 상황을 돌아볼까요. 먼저 헤어지자고는 했지만 몇 번 애매한 만남을 가진 것, 있을 수 있는 일이긴 합니다. 어떤 연인들은 칼같이 헤어져 다시는 안 보는 쪽을 택하지만, 또 애매한 만남을 이어가는 연인들도 상당수 있긴 하니까요. 하지만 모든 것에는 대가가 따르는 거죠. 당신이 그 애매한 만남을 갖기로 선택한 대가로, 그는 ‘이건 정말 아닌 것 같다'라는 생각을 하고 당신에 대한 일말의 긍정적 감정을 다 거둬 버렸던 것 같네요. 차라리 그런 만남을 갖지 않았다면 애틋함이나 아쉬움이라도 남아 있었을지 모르지만, 그렇게 그는 당신에 대한 마음을 완전히 정리했을 겁니다.

또 한 가지, 당신이 그 사람과의 관계에서 한 선택을 당신의 일과 관련해서 한 번 돌아볼까요. 헤어지자고 말 한 후에 이직을 하게 되었다면, 헤어지자고 말할 때 당신은 이미 직장에서 여러 가지로 힘든 상황이었거나 여러 가지로 변화를 모색하고 있던 상황이었을 확률이 높죠. 그리고 전 남친에게 다시 진지하게 연락을 하게 된 건 그 직장을 그만두고 자격증 준비를 시작한 시점이고요. 자 이제 뭔가 감이 잡히시나요? 직장을 그만두려고 할 즈음 당신은 애인과의 관계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이젠 자격증 준비를 하기 시작하니 예전의 익숙한 관계를 다시 찾고 싶어 하는 이 상황 말입니다. 일에 대한 고민, 커리어의 변화로 인한 정서적 상태는 고스란히 당신의 관계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죠. 즉, 헤어지고 나서 소개팅을 할 정도로 그에게 그다지 미련이 없던 당신이 지금 이 시점에 그에게 완벽히 꽂혀버린 건, 당신이 직장을 그만두고 자격증 준비를 시작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미래에 대한 불안함을, 과거의 익숙했던 관계로부터 보상받고 싶은 것은 아닙니까?

자신의 선택을 돌아보아야 하는 이유를 이제 아시겠어요? 따끔한 말이 결국 의미 없는 이유도 아시겠습니까. 당신이 그 사람에게 매달리는 이유를 스스로 정리할 수 있게 되는 순간, 그때는 또 다른 선택을 할 자유가 생깁니다. 이 감정적 소용돌이에서 계속 비명 지르듯 살 것인지, 그 사람에게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고백할 것인지, 사실은 이 감정이 사랑이 아니란 걸 깨닫고 그만둘 것인지를 선택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내게 선택권이 있다는 걸 인정하면, 정말로 큰 변화가 생겨납니다. 그 사람도 나와 동등한 존재이기에, 그도 선택권이 있다는 걸 알아차리게 되는 것이죠. 그의 거절을 거절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건, 사실 그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그의 사랑을 더 알아줬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하셨죠. 지나간 버스에 대고 카드 흔들면 무슨 의미가 있나요? 지금은 지나간 사람의 사랑이 아니라 당신의 마음을 알아줄 때인데요. 그래도 그 버스에 치이진 않아서 다행입니다. 이별 선언을 당했지만, 당신에게 최대한 상처를 덜 주고 완곡하게 거절하며 떠난 그 버스의 행복한 운행을 빌어주세요. 당신이 좋은 사람이 되면, 다시 좋은 사람이 올 겁니다.

곽정은(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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