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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르당에르 피오르 한 지류에 자리한 마을 로프투스의 울렌스방 호텔 앞 부두. 한 나그네가 1325m 높이의 설산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다. 건너편 산밑까지 거리는 3.5㎞, 깊은 곳 수심은 300m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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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노르웨이 인 어 넛셸’로 둘러본 오슬로에서 베르겐까지 피오르 여행
100만년 전 거대한 얼음덩어리들이 눌러앉아, 오래 미끄러지며 놀다 간 미끄럼틀. 피오르(피오르드)는 최대 두께 3㎞에 이르는 육중한 빙하가 녹기 시작하면서, 바다로 미끄러져 이동하며 남긴 흔적이다. 차고 무거운 얼음이, 비비고 긁고 할퀴며 지나간 쓰라린 자리를 지금은 바닷물이 들어와 찰싹이며 매만지고 핥아준다. 최고 수심 1300m. 물속엔 푸르고 깊은 하늘의 사연이 다 담겨 있다. 백발의 산할아버지도 솜털 뽀송한 아기 구름도 다가와 정신없이 들여다본다. 관광객들은 이들이 유람선 물살에 놀라 흩어지기 전에 셔터를 눌러야 한다.
피오르를 만나러 떠난 ‘북방으로 가는 길’(Norway). 선 굵은 여행길이다. 굵직한 스칸디나비아반도는 아직 한겨울 잠에서 깨어나지 못한 채 유럽 대륙을 향해 고개 숙이고 있다.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니 산도 들도 온통 설원이다. 비틀스 노래가 흘러나올 듯한 ‘노르웨이의 숲’, 그리고 고봉설산과 푸른 초원의 현란한 조화를 꿈꾸며 떠나온 여정. 그러나 엎질러진 물처럼 흩어진 호수들마저 두꺼운 얼음에 덮여 있다.
대서양을 향해 무수히 내리뻗은 노르웨이의 피오르 중에서도 대표적인 곳이 예이랑에르(게이랑에르)·송네·하르당에르 피오르다. 송네 피오르는 길이 200㎞가 넘는 세계에서 가장 긴 빙식 협곡이다. 예이랑에르 피오르와 송네 피오르의 일부 구간은 2005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이름을 올렸다.
피오르 관광은 유람선과 열차로 이뤄진다. 보통 ‘피오르 여행의 관문’으로 불리는 서남부의 도시 베르겐과 좀더 북쪽에 위치한 올레순에서 출발한다. 노르웨이 제2의 도시 베르겐에선 송네·하르당에르 피오르를, 올레순에선 가장 웅장하다는 예이랑에르 피오르를 유람선으로 둘러본다. 협곡과 설산의 풍광들의 핵심만 만나볼 수 있는 방법도 있다. ‘노르웨이 인 어 넛셸’을 이용하는 것이다. 말 그대로 노르웨이의 대표적인 경관을 압축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 여행코스다. 티켓 한 장으로, 열차·유람선·버스 등 교통편을 무수히 갈아타며 표를 새로 끊어야 하는 불편을 줄일 수 있다. 수도 오슬로에서 열차로 출발해 산악열차와 유람선, 버스를 갈아타며 유서 깊은 도시 베르겐까지 이동하는 코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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뮈르달 가는 철도의 예일로 역 뒷마을에서 스키를 탄 두 사람이 역을 향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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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가 뮈르달까지 가는 동안 차창 밖 풍경은 아름다웠다. 삼나무숲 무리 사이로 붉은색 2층 목조주택들이 점점이 이어지고, 구름 사이로 간간이 푸른 하늘이 눈부신 빛기둥을 눈밭에 내리꽂았다. 집들은 비어 있다. 여름 별장용 주택들이 대부분이다. 철길을 따라 산악자전거길이 마련돼 있어 여름이면 장거리 자전거 여행을 즐기는 마니아들이 몰린다고 한다. 해발 866m의 뮈르달에서 ‘플롬스바나’로 갈아탄다. 송네 피오르의 끝자락에 자리잡은 작은 포구마을 플롬까지 오가는 산악열차다. 산비탈과 절벽을 터널과 다리로 연결한 평균경사도 55도의 철길로, 20년에 걸친 공사 끝에 완성했다고 한다. 터널만 20개가 이어지는 지그재그 절벽길을 시속 40㎞ 속도(뮈르달로 올라올 땐 30㎞)로 50분가량 달린다. 터널에 머무는 시간이 많지만, 일단 굴을 나서면 좌우로 아득히 내려다보이는 낭떠러지와 까마득히 올려다보이는 절벽 위의 폭포들이 번갈아 나타나 눈을 떼기 어렵게 한다. 관광객들은 터널을 벗어날 때마다 좌에서 우로, 우에서 좌로 몰리며 셔터를 눌러댄다. 그러곤 열차는 순식간에 다시 터널로 빨려들어간다. 가장 볼만한 경치가 뮈르달 산을 향해 절벽길 스물한 굽이를 지그재그로 치달아 오른 ‘랄라르베옌’ 도로 모습과, 높이 99m의 웅장한 폭포 쇼스포센이다. 가이드는 “여름이면 물보라가 열차까지 튈 정도로 폭포가 장관을 이루고, 가수가 저 절벽 중간에서 환영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고 했지만, 늦겨울에 만난 폭포는 평범한 빙벽만을 보여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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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롬을 출발해 구드방엔으로 가는 유람선에서 남녀 한 쌍이 사진을 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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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칸디나비아 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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