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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식과 좌식이 결합된 ‘한샘 키친바흐’의 식탁.(한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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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수용층에 따라 세분화된 디자인…
툇마루 선반과 움직이는 부엌 가구까지 무한 변신
마흔살 독신남의 생활을 그린 미니시리즈 <결혼 못하는 남자>(한국방송)에서 건축가인 주인공에게 부엌은 작업실만큼이나 중요한 공간이다. 그곳에서 주인공은 자신을 위해 자신만의 입맛에 맞게 요리를 하고 식사를 즐긴다. 이렇게 부엌 공간은 개인의 생활 스타일을 가장 압축적으로 반영한다. 가족의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주방이 아니라, 부엌 자체를 향유하는 장소인 것이다. 30대 여인의 이미지 위로 “부엌일을 즐겁게 하는”이라는 문구가 붙었던 80년대 ‘오리표 싱크대’ 광고가 ‘주부의 청결함’을 대변했던 것과는 큰 차이다.
최근 부엌 디자인의 새 경향은 부엌 수용층이 다양해졌다는 데서 출발한다. 애초 160㎝ 여성 키에 맞췄던 입식 싱크대의 크기가 변화한 것을 시작으로 전자 기술이 발달하면서 터치 오픈 서랍, 자동 슬라이딩 도어 등 디지털 컨버전스 제품이 부엌에 잇따라 자리하고 있다. 이는 주부만 만족시키는 것을 전략화했던 기존 디자인이 소비자들에게 크게 어필할 수 없다는 의미다. 극단적인 예로 지난해 독일 고급 주방 수납가구 브랜드인 ‘포겐폴’은 남성용 주방 가구를 내놓았을 정도다. 짙은 색채로 무장한 세련된 외관이 날렵하고 군더더기 없는 실용적인 가구 형태와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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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납장이 블록형으로 만들어져 이동 가능한 ‘모르비도’.(넵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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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바 등으로 변신 가능한 ‘I 에디션'.(에넥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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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 디자인은 주택 설계와 맞닿아 있기 때문에 아파트로 대변되는 국내 주거 변천사와 밀접한 영향을 주고받는다. 살림살이의 규모에 따라 사용 가능한, 또는 외부로 드러나 보이는 부엌 공간도 변화할 수밖에 없었던 것. 박해천 디자인 평론가는 “90년대 말 아이엠에프(IMF) 이후 용인 일대에 대형 아파트들이 대규모로 들어서면서 주방 공간이 식당과 주방으로 이원화되기 시작했다”고 했다. 2000년대 이후 쭉 뻗은 대리석 거실과 서구 아일랜드(일반적인 조리대와 독립된 작업대) 키친이 도입되면서 주방이 확대됐고 동시에 주방 내 시각적 볼거리 또한 변화했다. 박 평론가는 “백색가전의 틀을 깨는 장식적인 주방 가구들이 인기를 끌었던 것도 주방 공간이 넓어졌기 때문에 가능해진 것이다. 김치냉장고가 중산층의 로망이 되고, 화려한 꽃무늬가 가전제품 위에 올라온 것도 아파트 건설의 주거 트렌드와 맞물려 작동한 변화”라고 분석했다. 이런 거주 공간의 변화와 맞물려 최근 부엌 디자인은 북카페, 와인바, 공부방 등 다목적 공간을 표방한다. 최근에는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는 ‘엘리베이션 테이블’을 적용해 아이들을 위한 공부 테이블, 와인바, 남성 키에 맞춘 부엌 디자인도 각광받는다. 주방과 거실의 경계를 허무는 소파, 서랍형 가구가 주방에 적극적으로 들어오는가 하면 아예 ‘주방 가구는 벽에 고정된다’는 통념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듯 각 부분이 이동 가능한 블록형 디자인도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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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전통과 자연주의를 내세운 주방가구 ‘소쇄원의 봄’.(넵스 제공) / 주방 가구 안의 미니 주방.(넵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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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디자인의 틀을 깬 ‘M키친’.(에넥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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