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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4년 소송으로 받은 ‘15글자’…정부의 ‘베트남전 학살 기록’ 보유 확인

등록 :2021-04-09 13:19수정 :2021-04-10 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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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변 “추가 정보 공개 요구할 예정”
‘최영언 부산, 이상우 강원, 이기동 서울’

열다섯 글자. 베트남전쟁 당시 자행된 한국군의 베트남 민간인학살 사건과 관련해 국가정보원이 가진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에 따라 국정원이 지난 5일 공개한 내용이다. 국정원이 공개한 내용은 베트남전쟁에 참전한 한국군 청룡부대 각 소대장 세 사람의 이름과 중앙정보부(국정원 전신) 조사 당시 이들이 살던 지역명 정도다. 목록에 있던 세명의 생년월일 등은 비공개 처리됐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베트남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학살 진상규명을 위한 티에프(TF)’ 소속 임재성 변호사와 김남주 변호사는 9일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처음으로 한국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정보가 확인됐다”며 “국정원이 스스로 선제적으로 퐁니퐁넛 학살에 대해 당시 장병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기록 일체를 공개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화상전화를 통해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민간인학살 피해자 응우옌티탄은 “제가 바라는 것은 크지 않다”며 “(한국 정부가) 그날 우리 마을에서 벌어진 일에 대한 사실을 인정하고 참전군인들의 단 한마디 사과를 듣고 싶을 뿐인데 지금 이순간도 참담한 심정을 감출 수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국정원이 대법원 판결에 따라 성의 있게 관련 정보를 공개해줄 것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공개된 문서 목록은 비록 15자에 불과하긴 해도 임 변호사 등이 2017년 8월 국정원을 상대로 정보공개 청구를 한 이후 약 3년8개월 만에 거둔 ‘절반의 승리’다. 임 변호사가 정보공개를 요구한 내용은 1968년 2월 한국군에 의해 발생한 베트남 ‘퐁니·퐁넛 사건’에 대한 중앙정보부(국정원 전신) 조사 내용이 담긴 문서들의 목록이다.

이와 관련해 국정원 쪽은 이날 “대법원의 판결은 문서 내용이 아니라 목록을 공개하라는 것이고, 이 판결에 따라 할 수 있는 건 모두 공개한 것”이라며 “향후 소송 등을 통해 또다른 판결이 나온다면 국정원은 이 역시 수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퐁니·퐁넛 사건’의 피해자 응우옌티탄이 9일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화상전화를 통해 “국정원이 대법원 판결에 따라 성의 있게 관련 정보를 공개해줄 것을 원한다”고 전했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퐁니·퐁넛 사건’의 피해자 응우옌티탄이 9일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화상전화를 통해 “국정원이 대법원 판결에 따라 성의 있게 관련 정보를 공개해줄 것을 원한다”고 전했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퐁니·퐁넛 사건’은 1968년 2월 한국군 청룡부대가 베트남 중부 꽝남성의 퐁니·퐁넛마을 주민 74명을 살해한 사건을 일컫는다. 사건 발생 직후 퐁니 마을 주민들이 1969년 2월 한국군의 책임을 요구하며 남베트남공화국 하원의장에게 보낸 탄원서에는 “한국군이 갑자기 마을에 들이닥쳐 보이는 사람이면 누구나 잡아다 칼로 찔러 죽였고 너무도 잔인하게도 가족·친지들의 손과 발을 토막 내는 일을 저질렀다”고 적혀 있다.

중앙정보부는 같은 해 11월 청룡부대 1중대의 세 소대장 등 중대 간부를 조사한 뒤 신문조서와 보고서 등을 남긴 것으로 파악됐다. 세 소대장은 <한겨레21>과 한 인터뷰에서 “중앙정보부 요원이 ‘대통령이 사실을 알아보기 위해 (조사하라고) 시켰다’고 했다”며 “1소대와 2소대가 뒤로 뺀 사람들을 합하면 70~80명 정도 될 것이다. 중대에 보고하고 앞으로 나가는데 뒤에서 총소리가 났다”라고 최초 증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공개 청구 전까지 국정원은 베트남전 민간인학살에 대한 조사나 자료 보유 여부 등에 대해서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정보공개거부처분 무효 확인 소송 1·2심은 “대한민국 정부가 해당 사건에 관해 관련자들을 조사했는지 여부 등은 역사적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사료로서 의미가 있고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공식적인 사과와 책임 이행을 촉구하는 등 헌법상의 표현의 자유를 행사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국정원은 “해당 자료가 공개되면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고 “조사 당사자의 사생활이 침해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공개를 거부해왔다. 이에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지난달 11일 국정원의 상고를 심리 불속행 기각했다. 심리 불속행은 원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본안 심리를 하지 않고 상고를 기각하는 제도다.

한편 ‘퐁니·퐁넛 사건’의 피해자 응우옌티탄이 지난해 4월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두 번째 변론기일은 오는 12일 열린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바로가기: [단독] 국정원 “대법 판결 따라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자료 공개하겠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88297.html

[편집국에서] 더 햄릿; 박지원 국정원장님께 / 고경태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97656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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