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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일자리부터 기후위기 대응까지…지역 혁신으로 가는 ‘플랫폼’

등록 :2020-11-02 13:58수정 :2020-11-0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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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문제 해결 플랫폼’ 실행의제 선정
코로나·환경 위기 극복 아이디어 다수

지역활성화·환경 두 마리 토끼 잡기
자전거여행 플랫폼 ‘자전거라도’
버려진 마스크를 ‘터치 프리 키’로
대학생 업사이클링 아이디어 눈길

청년 예술가 돕는 프리랜서협동조합
사회적 경제 판로 지원 ‘포켓투유’
무료빨래방·실버놀이터·비치코밍…
시민 발굴 의제 112건 전국서 ‘실험’
‘자전거라도’ 프로젝트의 자전거길 코스를 개발하기 위해 지난 24일 전남 담양을 찾은 광주에코바이크 회원들이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들머리에서 자세를 잡고 있다.  광주에코바이크 제공
‘자전거라도’ 프로젝트의 자전거길 코스를 개발하기 위해 지난 24일 전남 담양을 찾은 광주에코바이크 회원들이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들머리에서 자세를 잡고 있다. 광주에코바이크 제공
‘(자동차 타고) 스쳐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자전거 타고) 머무는 여행.’

환경운동단체인 광주에코바이크 김광훈 사무국장이 늘 머릿속에 그리는 여행 콘셉트다. 자전거여행 플랫폼 ‘자전거라도’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전거라도’는 자전거와 전라도를 합친 말이다. 자전거 타고 광주·전남 지역 구석구석을 여행하자는 취지다.

김 국장이 구상하는 ‘자전거라도’의 운영 방식은 이렇다. 자전거여행의 출발지는 각 지역 기차역이다. 기차역 주변에는 ‘자전거라도’ 안내센터를 설치한다. 이곳에서 자전거를 빌리고 자전거길 코스와 관광 정보에 대한 안내도 받을 수 있다. 때에 따라서는 지역 주민이 함께 라이딩을 하며 가이드를 해준다. 자전거길은 그 지역의 볼거리와 먹을거리, 놀거리를 제대로 즐길 수 있도록 해당 지역을 잘 아는 사람들과 함께 개발한다. 여행 정보를 위치 기반으로 안내해주는 앱도 개발한다.

김 국장은 “‘자전거라도’ 사업이 활성화되면 여행 가이드, 안내센터 운영, 자전거길 정비 등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고 지역경제가 활력을 되찾을 수 있다. 여행을 계기로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늘면 기후위기 대응에도 도움이 된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김 국장은 지난달부터 자전거 이용자들과 함께 구례, 담양, 나주 등 8개 지역에서 자전거길 개발을 위한 실증 작업을 하고 있다. 직접 자전거를 타고 곳곳을 돌아다니며 자전거길 관광자원화 가능성을 탐색 중이다. 광주·전남 전역에 ‘자전거라도길’이 생기고, 자전거여행 전문 사회적기업 등 ‘자전거라도’를 브랜드로 삼아 사업을 하는 사람이 많아지기를 김 국장은 기대한다.

■ 전국에서 112개 과제 ‘실험 중’

‘자전거라도’ 프로젝트는 전국 8개 지역에서 진행 중인 올해 ‘지역문제 해결 플랫폼’의 지역 혁신과제 중 하나다. 환경을 위해 자전거 이용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모색하던 김 국장이 ‘광주 지역문제 해결 플랫폼’에 협업 사업을 제안해 실행의제로 선정됐고, 한국지방재정공제회 등의 지원을 받아 사업이 본격 추진됐다.

‘지역문제 해결 플랫폼’은 주민이 직접 지역의 문제를 발굴하고 정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 등과 함께 해결책을 찾아나가는 민관 협업 체계다. 올해에는 8개 지역에서 제안된 1067개의 과제 중 112개가 실행의제로 선정됐다. 실행의제로 선정되면 지역별로 꾸려진 추진위원회에 들어와 있는 기관들이 유·무형의 자원을 연결해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준다. 올해에는 지방자치단체 68곳, 혁신도시로 이전한 공공기관 70곳, 지역 공공기관 95곳 등 모두 466곳이 추진위원회에 이름을 올렸다.

최수미 ‘지역문제 해결 플랫폼’ 사무국장은 “올해에는 코로나19 사태 때문인지 기후위기와 쓰레기 등 환경 관련 의제들이 많이 제안됐다. 코로나로 침체된 지역경제의 활성화 등 재난 극복을 위한 아이디어도 적잖이 눈에 띈다”며 “방역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의제 발굴이 지연되는 등 어려움을 겪었지만 많은 시민과 단체들이 다양한 문제 해결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 하기중 학생들이 지난 22일 자유학기제 진로탐색 시간을 활용해 기후위기 관련 프로젝트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페토사회적협동조합 제공
대전 하기중 학생들이 지난 22일 자유학기제 진로탐색 시간을 활용해 기후위기 관련 프로젝트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페토사회적협동조합 제공

■ “환경문제, 함께 해결해요”

대전에서는 ‘청소년 기후위기 대응 활동’이 실행의제로 선정됐다. 대전환경운동연합이 지역사회 인식 전환 활동을, 청소년 교육기관인 페토사회적협동조합이 중학교 자유학기제 연계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지역사회에서는 청소년들이 3~5명으로 팀을 이뤄 거리와 공원 등에서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대해 직접 호소하는 캠페인을 벌이거나, 기후위기 문제를 다루는 잡지·영상·포스터 등을 제작해 배포하는 활동을 한다. 페토는 중학교 두 곳에서 자유학기제 프로그램으로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한다. 일상생활과 밀접한 패스트패션·플라스틱·교통·디지털·먹거리가 어떻게 기후위기에 영향을 끼치는지 알아보는 수업이다.

강원도 원주에서는 연세대 미래캠퍼스 학생들로 이뤄진 ‘마스크 두 잇!’ 팀이 제안한 ‘일회용 마스크 재활용’ 실험이 진행 중이다. 연세대 기숙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자외선 소독이 되는 전용 수거함을 설치해 1600장 정도의 마스크를 수거했다. 수거된 마스크를 재가공 원료 공장에서 폴리프로필렌(PP) 재생원료로 만든 뒤 업사이클링 업체로 보내 터치 프리 키(손을 대지 않고 버튼 등을 누를 수 있게 만든 위생용품)로 재탄생시키겠다는 것이 이들의 구상이다. 이 실험 제안팀의 대표인 신현우씨는 “코로나가 종식될 때까지 계속 이어질 마스크 쓰레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업사이클링을 생각하게 됐다”며 “재가공 공장 쪽과 이야기를 나눈 결과 원료화가 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전남 완도사회혁신네트워크가 제안한 ‘비치 코밍’(beach combing, 해변을 빗질하듯 해양 쓰레기를 수거하는 활동)도 실행의제로 선정됐다. 최근 두 차례 요트를 타고 바다로 나가 2톤가량의 바다 쓰레기를 수거했다. 경각심을 일으키기 위해 쓰레기로 조형물을 만들어 공원에 전시할 계획이다. 해양 관광지라는 특성을 살려 요트 체험과 쓰레기 수거를 연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 사회적 경제로 위기 극복

대구에서는 대구지역 공공기관 협의체인 ‘달구벌커먼그라운드’ 소속 13개 기관과 대구청년유니온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힘을 모아 ‘대구문화예술프리랜서협동조합’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피해를 본 청년 문화예술인들에게 공동 프로젝트 수주를 통해 일감을 주고 사회적 고용안전망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대구 지역문제 해결 플랫폼’ 권준열 매니저는 “협업 테이블에 참여해온 공공기관들이 일감 수주를 돕고 내년 말까지 고용보험료를 지원하기로 해 조합 운영의 안정성과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충북에서는 ‘코로나19, 사회적 경제와 함께 극복하기’ 의제가 실행 중이다.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여러 사회적 경제 기업들의 제품과 서비스를 꾸러미에 담아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 등의 지원을 통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사업이다. ‘포켓투유’라는 자체 브랜드도 만들어졌다. 주머니라는 뜻의 ‘포켓’과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자는 제안을 뜻하는 ‘투유’를 합친 말이다. 사회적 경제 조직의 판로도 개척하고 지역사회의 결핍도 채워주자는 게 이 사업의 취지다.

■ 어르신 돌봄도 협업 플랫폼으로

경남 사천사회혁신가네트워크는 홀로 사는 노인과 장애인들을 위해 이불을 수거해 빨아주는 ‘무료 빨래방’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무거운 이불을 스스로 빨 수 없어 곰팡이가 핀 이불을 계속 덮고 지내는 등 비위생적인 상황에 놓인 이들을 돕기 위해서다. 이불 수거와 배달은 지역 봉사단체가 맡는다. 최근에는 공공시설 두 곳에서 빨래방 공간을 마련해주겠다는 제안을 해왔다고 한다.

충남 보령의 한 마을에서는 ‘노인들을 위한 세상, 실버 놀이터’가 실행의제로 선정됐다. 의제 발굴을 위한 순회 워크숍에서 ‘여기는 노인이 많은데 함께 놀 거리가 없다’는 얘기를 듣고 보령시마을만들기지원센터 등이 문제 해결에 나섰다. 독립기념관에서 독도 관련 입체 퍼즐과 만들기 교구, 독립군 오르골 등으로 구성된 놀이 꾸러미를 지원하기로 했다. 충남개발공사는 노인용 보드게임 등 놀잇감 제작을 지원할 계획이다. 백석대학교도 멘토로 참여한다.

이종규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jklee@hani.co.kr

▶ 관련기사: 갈수록 복잡해지는 사회문제, ‘관계의 변화’가 해결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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