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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우리 때 미투 못한 미안함”에 학생편 돼준 동네 주민들

등록 :2020-06-06 10:16수정 :2020-06-06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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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인터뷰
노원 스쿨미투를 지지하는 시민모임

창문미투 2년 만에 가해교사 기소
시민모임이 검찰에 재수사 진정
서명운동·1인시위로 사건 새 국면

학부모·활동가 등 4050 시민들
노원구 주민 19명 자발적으로 모여
문화제와 포럼 열고 성명서 발표

“못난 학교문화 물려준 부끄러움에
지역 스쿨미투 지지하고 함께 싸워”
스쿨미투 가해 교사가 무혐의로 불기소 처리되자 지역 시민들이 검찰에 재수사를 요구하며 탄원서 제출과 1인시위 등 사법처벌 촉구 활동을 벌여 2년 만에 처음으로 가해 교사 기소를 이끌어냈다. ‘노원 스쿨미투를 지지하는 시민모임’ 최경숙, 윤완서, 김문희(왼쪽부터)씨가 2일 낮 서울 노원구 한 카페에서 만나 그동안의 활동 내용을 이야기하고 있다. 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스쿨미투 가해 교사가 무혐의로 불기소 처리되자 지역 시민들이 검찰에 재수사를 요구하며 탄원서 제출과 1인시위 등 사법처벌 촉구 활동을 벌여 2년 만에 처음으로 가해 교사 기소를 이끌어냈다. ‘노원 스쿨미투를 지지하는 시민모임’ 최경숙, 윤완서, 김문희(왼쪽부터)씨가 2일 낮 서울 노원구 한 카페에서 만나 그동안의 활동 내용을 이야기하고 있다. 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 서울 노원구 용화여고 창문에 ‘Me, too’, ‘With you’ 쪽지가 붙은 지 2년 하고도 2개월이 지났다. 졸업생들과 재학생들의 외침은 스쿨미투의 상징이 되었지만 징계받은 교사들은 대부분 다시 교단에 돌아왔다. 그해 검찰의 처분은 불기소(혐의 없음)로 끝났고 다들 지쳐갔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라고 한 동네 주민들이 있었다. 노원시민모임은 “재수사하라”며 검찰에 진정을 냈고, 서명운동과 1인시위를 벌였다. 결국 가해 교사 1명이 이달 재판정에 선다. 노원·도봉지역 학교 5곳에서 일어난 스쿨미투에 함께 싸운 이들을 만났다.

“미투 바람이 골목에서도 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몸담은 지역 단체도 동네에서 뭔가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었죠.”(최경숙)

“우리 때 부산물을 치우지 못한 아쉬움이 늘 있었어요. 불평불만에서 끝이 아니라 법과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마음에서 활동했어요.”(김문희)

“사실 사회 곳곳에 학부모들이 있는데, 학부모들은 내 아이를 생각하는 마음이 너무 크다 보니 공적인 사안에 대한 대응과 연대가 쉽지 않아요. 학부모가 공적인 사안에 발언한다면 사회에 큰 힘이 될 것이란 마음에 활동하고 있어요.”(윤완서)

지난 2일 서울 노원구 노원역 근처 한 커피숍에서 ‘노원 스쿨미투를 지지하는 시민모임’(노원시민모임)에서 활동하는 최경숙(56), 윤완서(49), 김문희(50)씨를 만났다. 스쿨미투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용화여고 ‘창문미투’ 사건에 시작부터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다. 사무실은 따로 없다. 한때 집행위원장이 있었지만 이젠 대표니 회장이니 하는 직책도 없다. 페이스북에 페이지를 만들고 시간이 맞는 이들끼리 삼삼오오 모이는 활동을 자발적으로 계속하고 있다. 지역에서 벌어진 스쿨미투에 힘을 싣는다는 마음으로 모인 시민 43명이 노원시민모임 단톡방에 들어와 있다. 다들 생업에 종사하느라 시간을 내기 어렵지만 모임은 3년째 계속되고 있다. 이날 한자리에 모인 이들은 지난 활동을 떠올리자 목소리가 커지는가 하면,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2018년 4월 일어난 서울 노원구 용화여고의 교사 성희롱·성추행 사건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당시 서울시교육청의 전수조사와 징계 권고를 거쳐 용화학원은 몇 달 뒤 18명의 교사를 징계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파면 1명, 해임 1명, 계약 해지 1명을 제외한 15명의 교사는 얼마 뒤 다시 교단으로 돌아왔다. 검찰은 가해 교사 1명을 혐의 없음(증거 불충분)으로 기소하지 않았다.

하지만 노원시민모임은 그것이 끝이 아니라 생각했다. 지난해 1월 가해 교사의 재수사를 요구하는 진정을 서울북부지검에 제기했다. 1년이 지나도 결과가 나오지 않자 올해 4월 서명운동을 시작하며 계속 싸웠다. 시민들도 호응했다. 4일 만에 시민 8244명과 159개 단체가 탄원서에 연대 서명했다. 5월엔 돌아가며 검찰 앞에서 1인시위를 했다. 결국 사건 발생 2년 만인 오는 23일 가해 교사 1명이 재판정에 서게 됐다. 2년 전 검찰이 불기소한 가해 교사 ㄱ(56)씨를 서울북부지검이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제추행) 혐의로 지난달 기소한 것이다. ‘창문미투’ 이후 2년2개월 만이다. 지역 시민사회가 직접 검찰에 재수사 민원을 제기해 스쿨미투 가해 교사 기소에 이른 것은 처음이다. ㄱ씨는 2011~2012년께 피해자 5명을 대상으로 수차례 강제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해 벌어진 노원·도봉 스쿨미투만 5곳

2018년 4월6일, 서울 노원구 용화여고 교실 창문에 미투(‘Me, too’), 위드유(‘With you’), 위캔두애니싱(‘We can do anything’) 쪽지가 대거 붙었다. 이 쪽지들은 졸업생들이 제기한 교사 성폭력 피해사실에 재학생들이 응원하는 의미로 나붙었다. 졸업생들이 ‘용화여고 성폭력 뿌리뽑기 위원회’를 꾸려 설문조사를 벌였는데 ‘성폭력을 직접 겪었다’는 응답이 175건 접수됐다. 학생들은 청와대 신문고에 알렸고 경찰·교육청 신고 등이 이어졌다. 5명의 교사가 경찰 조사를 받았다. 학교가 위치한 노원구 시민들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당시 노원구와 도봉구에는 용화여고를 포함해 청원여고, 대진여고, 정의여고, 염광중 등 5개 학교에서 스쿨미투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왔다. 노원 지역 8개 단체에서 주민 19명이 모여 긴급회의를 열었다. 이들은 학생들이 어렵게 용기를 낸 사안에 어른들이 어떻게 바통을 이어갈지 진지하게 고민했다. ‘노원 스쿨미투를 지지하는 시민모임’은 그렇게 꾸려졌다. 이 지역 학부모, 교사, 여성단체 활동가, 지역 운동가들이 주축이었고 주로 4050대 여성들이었다. 최경숙씨는 “일단 우리도 학생들을 지지한다고 말하는 게 급선무라고 생각했다. 학생들은 미투 이후 공포감에 떨고 있었고 ‘네 편이 되어줄게’라는 목소리가 절실했을 것”이라고 그때 상황을 전했다.

2018년 7월 서울 노원구 롯데백화점 광장에서 용화여고성폭력뿌리뽑기위원회와 노원 스쿨미투를 지지하는 시민모임 주최로 ‘우리는 서로의 용기가 된다’라는 스쿨미투 문화제가 열렸다. 용화여고성폭력뿌리뽑기위원회 페이스북 갈무리
2018년 7월 서울 노원구 롯데백화점 광장에서 용화여고성폭력뿌리뽑기위원회와 노원 스쿨미투를 지지하는 시민모임 주최로 ‘우리는 서로의 용기가 된다’라는 스쿨미투 문화제가 열렸다. 용화여고성폭력뿌리뽑기위원회 페이스북 갈무리

노원시민모임은 그해 5월3일 서울 도봉구 북부교육지원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26개 단체 1486명이 연대 서명한 성명서를 냈다. 이 지역 학교에서 벌어진 스쿨미투를 철저히 조사하고 제대로 형사처벌하라는 내용이었다. 얼마 뒤 치러진 6·13 지방선거에서 노원 지역 지방선거 후보들에게 질의서를 보내 당선 후 스쿨미투에 관심 가질 것을 약속받았다. 이후 포럼을 열기도 하고, 스쿨미투 문화제도 개최했다. 학생들이 교사들의 성희롱·성추행 문제를 제기하면 어른들이 학생들의 입을 막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최경숙씨는 “우리가 했어야 할 일을 미안하게도 후배들이 하도록 방치했으니 이제부터라도 도와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시민모임 활동을 했다”고 말했다. 2년간 활동하며 가장 보람 있던 순간은 지역 주민들과 함께할 때였다고 했다. 김문희씨는 “우리가 주최한 문화예술제에 재학생들이 참여했고 시민들이 많이 와서 지지해줬다. 함께 거리행진, 예술공연을 한 것이 2년간 활동 중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미투 이후 찾아온 고뇌의 시간들

하지만 학교는 쉽게 달라지지 않았다. 창문미투 이후 재학생들은 학교 교무실로 불려가 “학교 일을 세상에 알리고 싶냐”, “(쪽지를) 저렇게 붙이면 자랑스럽니?”, “가족 사이에 감싸줘야지”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 학교는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쪽지를 떼라”는 방송을 해댔다. 학생들은 학교로부터 보호받지 못할 것이란 공포감과 학교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주변 시선에 시달려야 했다. 학생들은 점점 지쳐갔고 그렇게 다시 침묵의 시간이 찾아왔다. 이 사안에 대해 공론화를 부담스러워하는 학생들이 늘어났다. 학생들 사이에선 공론화를 계속할지 찬반 투표도 있었다.

사법처벌은 쉽지 않았다. 수사기관을 처음 대하는 학생들은 여러 압박감에 시달리다 진술을 포기하기도 했다. 2018년 ㄱ씨 불기소 이유서를 보면, 검찰은 “피의자가 범행을 극구 부인해 피해자들의 추가 진술을 확인하고자 하였으나 피해자들이 진술을 거부, 경찰 조사 1회 진술만으로 피의사실 입증 부족”이라며 기소하지 않았다.

지난해 1월30일 노원 스쿨미투를 지지하는 시민모임은 서울북부지검 앞에서 가해 교사 불기소 규탄 기자회견을 했다. 노원 스쿨미투를 지지하는 시민모임 제공
지난해 1월30일 노원 스쿨미투를 지지하는 시민모임은 서울북부지검 앞에서 가해 교사 불기소 규탄 기자회견을 했다. 노원 스쿨미투를 지지하는 시민모임 제공

지난달 ‘노원 스쿨미투를 지지하는 시민모임’ 최경숙씨가 서울북부지검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노원 스쿨미투를 지지하는 시민모임 제공
지난달 ‘노원 스쿨미투를 지지하는 시민모임’ 최경숙씨가 서울북부지검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노원 스쿨미투를 지지하는 시민모임 제공

2019년 1월 노원시민모임은 검찰의 불기소 조처를 비판하는 성명을 내어 “고소인들(피해자)은 검찰이 아닌 경찰로부터 재진술 요청을 받았을 뿐이다. 또한 이미 경찰에서 충분히 진술했고, 다시 반복해 재진술할 필요를 알지 못해 대다수 재진술 조사에 참여하지 않았다. 성폭력 사건인데다 청소년들에게 재진술 요청을 할 경우 검찰은 그 필요성을 보다 상세하게 안내했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공공기관의 안일한 사건처리는 노원시민모임의 활동을 재촉하는 구실을 했다. 최경숙씨는 “당시 학생들은 신고를 하면 법이 알아서 피해자의 억울한 점을 해결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는데 법은 그게 아니었다. 이 간극을 메워주지 못한 검찰, 교육청의 사건처리가 아쉬웠다”며 “우리가 지지세력이니 시민모임이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런 마음으로 최씨는 재수사 촉구 민원, 서명운동, 1인시위 등 지난 1년의 싸움을 멈추지 않았다. 2019년 2월 시작된 검찰 재수사에서는 피해 학생들의 진술이 모두 받아들여졌고, 기록 전면 재검토, 참고인 조사 등 보완 수사를 거쳐 가해 교사 ㄱ씨를 기소했다. 무엇보다 노원시민모임이 북부지검에 진정을 제기한 것이 재수사를 시작한 계기가 됐고 그 결과 기소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

스쿨미투 이후의 시간은 어른도 감당하기 쉽지 않았다. 비슷한 시기 인근 청원여고에서도 스쿨미투가 있었다. 학부모들의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사건이 제대로 처리됐고, 강제추행 혐의로 재판받던 가해 교사는 올해 2월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하지만 당사자들의 고뇌는 컸다. 이 학교 학부모회 부회장이었던 윤완서씨는 막상 자녀의 학교에서 미투가 발생하자 사건을 제대로 직면하기 쉽지 않았다고 했다. 윤씨는 “(투서가 접수된) 가해 교사가 제 딸의 자기소개서를 첨삭해준 교사였다. 막상 아이의 진학지도 교사가 가해 교사로 지목되니 고민이 컸다. ‘우리 아이 지도해준 선생님인데…’라며 미투 고발을 외면하고 싶기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윤씨는 ‘이건 아니다’라며 마음을 고쳐먹었다. 당시 윤씨는 다른 학부모들과 함께 교감 선생님께 찾아가 “이 사안을 제대로 조사하셔야 한다”고 말했다. “잘못된 행동을 했다면 아무리 자식의 선생님이라도 공동체를 위해 당신 행동이 잘못됐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윤씨는 강조했다. 윤씨는 “항소 움직임이 있는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 대법원까지 지난한 법정 싸움의 시작일 뿐”이라고 했다.

‘노원 스쿨미투를 지지하는 시민모임’ 김문희, 최경숙, 윤완서(왼쪽부터)씨가 2일 낮 서울 노원구 한 카페에서 만나 그동안의 활동 내용을 이야기하고 있다. 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노원 스쿨미투를 지지하는 시민모임’ 김문희, 최경숙, 윤완서(왼쪽부터)씨가 2일 낮 서울 노원구 한 카페에서 만나 그동안의 활동 내용을 이야기하고 있다. 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싸움은 이제 시작, “네 편이 되어 줄게”

2018년부터 스쿨미투 모니터링을 하고 있는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 집계로는 2년간 전국 100여곳 학교에서 스쿨미투가 발생했다. 하지만 제대로 사법처벌된 사안은 많지 않다. 노원시민모임은 자신들의 싸움이 스쿨미투의 역사가 된다는 생각으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스쿨미투 상징인 용화여고 사건의 가해자가 제대로 사법처벌을 받았는지 여부는 앞으로 학교 문화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그들은 보고 있다. 윤완서씨는 “만약 이번에 사법처벌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앞으로 학교 성폭력이 벌어졌을 때 누가 피해 사실을 용기 내어 말하려고 하겠나. ‘어차피 안 될 거야’ 같은 패배감에 빠지지 않도록 이번 사안을 제대로 처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가해 교사가 아닌 그릇된 학교 문화를 바꾸고 싶어서 뛰고 있다고 말한다. 최경숙씨는 “사람들이 내게 가해자의 이름을 물으면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내가 멈추게 하고 싶은 것은 그 사람의 잘못된 생각, 잘못된 행동이지 사람 자체가 아니라서 그가 누구인지가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스쿨미투가 단지 일회적 폭로로 끝나지 않고 합당한 사법처벌이 이뤄지고 재발하지 않도록 이날 모인 세 사람은 “지금 하는 일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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