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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임대료 부담 나눈 ‘공유 미용실’, 디자이너들 삶 바꿀까

등록 :2020-05-16 17:31수정 :2020-05-16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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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현장
‘언택트 시대’의 미용실
소비자가 디자이너 직접 선택
디자이너는 매출 50~60% 가져가
창업 리스크 적고 개별적 서비스

“직장인 아닌 한명의 아티스트”
“고객 책임지는 사명감 느껴져”
미용업 생태계 개선 불씨 될까
지난해 공유미용실에 입점한 헤어디자이너 권기준씨는 ‘레이어드 연구가’로 서울 마포구 로위 홍대점에서 6개월째 고객을 만나고 있다.
지난해 공유미용실에 입점한 헤어디자이너 권기준씨는 ‘레이어드 연구가’로 서울 마포구 로위 홍대점에서 6개월째 고객을 만나고 있다.

▶ 사회적 거리두기는 미용실을 찾는 발길도 얼어붙게 만들었다. 골목 상권 업종인 미용실 상당수가 매출 감소를 겪어야 했다. 자영업이 홀로 살아남기 힘든 시대에 미용사 여러명이 한 공간에서 장비를 나눠 쓰며 각자 고객을 만나는 공유미용실이 최근 주목받고 있다.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한 개별화된 서비스로 코로나 시대에도 타격이 적었던 공유미용실을 찾아갔다.

직장인 김현빈(가명·38)씨는 최근 자신이 직접 고른 미용사(헤어디자이너)를 찾아가 머리를 잘랐다. 온라인 예약사이트에 있는 디자이너 소개글과 고객 후기를 꼼꼼히 읽고, 원하는 시간에 적합한 가격으로 서비스하는 디자이너에게 예약했다. 지금껏 머리를 손질할 시기가 다가오면 집 근처 미용실 중 간판을 보고 들어갔던 그였지만 이번엔 새 방법을 시도한 것이다.

지난달 28일 서울 마포구 공유미용실의 한 디자이너에게 커트 서비스를 받은 김씨는 “직접 상담부터 샴푸, 커트, 드라이까지 서비스의 모든 과정을 일대일로 내게 집중했다”며 “미용실을 고를 때 이 미용사에게 덜컥 머리를 맡겨도 될까 고민스러운데, 고객 후기를 읽고 내가 직접 선택하니 안심이 됐다. 단골이 되면 나만의 스타일을 찾아줄 것 같다”고 말했다.

소수의 대형 프랜차이즈업체가 시장을 주도하던 미용업계에 새 바람이 불고 있다. 디자이너 여러명이 한 미용실에서 공간과 장비를 공유하면서도 각자 자신의 화장대를 하나씩 맡아 개별적으로 고객을 유치하는 ‘공유미용실’이 그것이다. 1인 창업을 한 듯 디자이너가 원장 신분으로 일하지만, 도심의 비싼 임대료와 인테리어 비용, 미용 장비 부담을 디자이너 여러명이 나눌 수 있어 창업 리스크를 줄인 것이 장점이다. 고객은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아닌 디자이너의 역량을 보고 찾아가고, 디자이너도 한명의 전문가로 시장에서 직접 고객을 만난다.

이런 업태는 헤어디자이너들의 노동 여건을 개선하고, 폐업률 높은 미용실이 자영업 시장에서 살아남는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2018년부터 몇몇 스타트업 회사들이 서울 강남구 청담동, 마포구 서교동 등 미용업 중심지에 지점을 내며 시작한 공유미용실은 현재 대여섯개 업체들이 각각 2~3개의 지점을 두고 기존 미용업계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개별화된 서비스, 무인시스템 등으로 코로나 대유행 시기에도 타격이 적었던 공유미용실 현장을 가봤다.

“기존 노동 여건 만족해본 적 없어”

10여년간 미용 일을 해온 헤어디자이너 권기준씨는 지금껏 일하면서 “(업무) 시스템에 만족해본 적은 한번도 없었다”고 했다. 디자이너가 된 뒤 프랜차이즈업체 직원, 개인 미용실의 직원 등으로 미용실 서너곳에서 일했는데, 매출을 1천만원가량 올려도 디자이너가 받는 월급은 그중 30%도 채 되지 않았다. 미용실에 늘 대기하면서 하루 10시간 이상 일하며 일주일에 하루 쉴 뿐인 긴 노동시간도 그를 지치게 만들었다. 기술이 늘어간다는 성취감이나 고객이 만족할 때 느끼는 보람으로 버텼을 뿐이다.

지난해 10월 공유미용실 로위 홍대점에 원장으로 입점한 뒤 그의 일상은 상당히 달라졌다.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레이어드 연구가 기준’으로 브랜드를 만들고 명함에 개인 연락처를 넣었다. 고객은 미용실 예약사이트뿐 아니라 카카오톡, 인스타그램, 전화 등으로 그에게 직접 예약했다. 고객에게 디자이너의 개인 연락처를 공개하지 않는 게 일반적인 기존 미용실 관행과는 다른 방식이다. 지금 권씨는 단골 고객 200~300명과 직접 소통한다.

소득이나 시간 사용 면에서도 나아졌다. 자신이 올린 매출의 30%(임대료 포함)를 입점한 공유미용실 업체에 내고, 나머지 70% 중 재료비와 세금 등을 제하면 매출의 50~60%가 곧바로 소득이 된다. 고객 대부분이 예약하고 방문하기에 그는 미용실에서 ‘워크인 손님’(walk-in, 예약 없이 오는 손님)을 맞느라 에너지를 쏟지 않는다. 권씨는 “원장이라는 직책으로 직접 고객의 선택을 받는 입장이다 보니 좀더 책임감 있게 일하게 된다”고 했다.

직접 창업한 것은 아니지만 창업한 듯한 효과가 있다. 만약 디자이너 한명이 서울 마포구 서교동 홍대입구역 부근에 개인 미용실을 개업한다면, 화장대 3개가 놓인 8평 규모의 작은 매장이라도 보증금 1천만원에 월세 200여만원 수준의 임대료가 들어간다(상가 매물사이트 참조). 이뿐만 아니라 초기 인테리어 비용, 장비 등 억대의 창업자금이 필요하다. 하지만 공유미용실은 공간과 장비 부담을 업체에 입점한 다른 디자이너와 나누는 방식이다. 권씨가 입점한 공유미용실 로위 홍대점은 현재 5명의 디자이너가 입점해 있는데, 월 임대료 350여만원을 5명이 나눠 부담하는 셈이다.

미용업 25년차 중견 디자이너 미쉘씨도 지난해 봄 공유미용실 세븐에비뉴에 입점한 뒤 1년3개월째 ‘퍼스널 컬러 전문가’로 고객을 만나고 있다. 그는 1990년대 미용업계에 발을 디딘 뒤 프랜차이즈 직원, 프리랜서 등으로 일했고, 30대 때 두번 개인 미용실을 창업한 경험도 있다. 한때 한국에서의 미용사 생활에 지쳐 미국 시카고, 시애틀의 미용실에서 디자이너로 3년여 일했다. 미쉘씨는 “미국은 미용서비스 가격이 높게 형성돼 있고 서비스업 종사자에 대한 인식도 나쁘지 않아 업무 만족도가 높았다. 유행이 빠르게 변하는 한국은 소비자들의 서비스 기대치가 높지만 디자이너를 미용 전문가로 인식하는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했다.

1년3개월째 공유미용실에서 일하고 있는 헤어디자이너 미쉘씨가 지난 7일 서울 마포구 세븐에비뉴 합정점에서 고객의 머리를 자르고 있다.
1년3개월째 공유미용실에서 일하고 있는 헤어디자이너 미쉘씨가 지난 7일 서울 마포구 세븐에비뉴 합정점에서 고객의 머리를 자르고 있다.

미국에서 정착이 쉽지 않아 지난해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다시 일을 구하다 공유미용실 업체에 입점했다. 두차례의 개인 미용실 운영은 큰 빚을 지며 정리했던 터라 다시 창업 리스크를 지고 싶지 않았다. 그는 “대형 업체에서 직원으로 일할 땐 열심히 일하고도 디자이너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직장인에 가까웠다. 일을 그만두려면 ‘고객을 빼 가지 않겠다’는 문서에 서명도 해야 했다. 개인 미용실을 내면 디자이너라기보다 사업가에 가깝다”며 “어디서 일하든 나를 보고 찾아오는 고객은 늘 있었기 때문에 전문성 있는 디자이너로 고객과 직접 만나고 싶었다. 공유미용실이 그 기반을 마련해줬다”고 했다.

맞춤형 서비스가 살길

미용실은 신규 진입이 활발하면서도 폐업이 많은 대표 자영업종이다. 전국에서 한해 1만1987곳의 미용실이 창업하지만(100대 생활밀접업종 신규 사업자 현황, 2018년)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다. 보건복지부 공중위생영업소 현황(2019년)을 보면 전국에 15만546곳의 미용실이 있다. 그렇다 보니 상당수가 폐업하는 게 현실이다. 서울시가 ‘우리마을가게 상권분석 서비스’를 통해 2016년 집계한 자료를 보면, 2년 전 등록한 생활밀착형 43개 업종 중 1년 내 폐업률이 가장 높은 업종은 미용실로 11.2%였다. 100곳 중 11곳꼴로 문을 닫은 것이다. 커피전문점(9.9%), 호프(8.3%), 치킨집(7.9%)보다 높은 수치다.

유능한 디자이너들이 창업을 꿈꾸지만, 소규모 개인 미용실은 시장의 선택을 받기 힘든 게 현실이다. 한국의 미용업 시장은 대형 프랜차이즈업체가 조직적으로 신기술을 개발하고 유행을 주도한다. 디자이너 개인이 전문성을 갖고 시장에서 승부하기 어려운 구조다. 대형 업체에서 일하는 디자이너들이 일한 만큼 벌어가기도 쉽지 않다. 공유미용실 ‘세븐에비뉴’를 운영하는 심재현 스타트업 온평 대표는 20여년 미용사로 일하다 2018년 직접 공유미용실 업체를 만들었다. 심 대표는 “미용 일을 오래 하면서 원장과 직원 간의 관계가 항상 안 좋게 끝나는 걸 봐왔다. 실제 매출은 디자이너가 올리는데 수익은 원장들이 가져가며 디자이너의 전문성을 존중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어떻게 하면 화합하고 상생할까 생각하다 디자이너 각각이 주인이 되는 구조를 생각했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기호는 일대일 맞춤형 서비스를 선호하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대형 업체들은 고객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 한명의 디자이너가 두세명의 손님을 동시에 맡아 파마나 커트를 하고, 샴푸나 드라이는 인턴에게 맡기는 관행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요즘 소비자들은 자신만의 스타일을 추구하고 일률적 서비스가 아닌 개인별 맞춤형 서비스를 원한다. 직장인 김아무개(29)씨는 “두달 전 유명하다는 대형 프랜차이즈 미용실에서 염색을 했는데, 디자이너 한명이 나뿐만 아니라 옆자리 커트 손님까지 동시에 케어하느라 서비스에 집중하지 못했다. 자연히 염색 결과도 만족스럽지 못했다”고 말했다. 자신이 에스엔에스(SNS)에서 본 머리 모양을 제일 잘해줄 수 있는 디자이너를 직접 선택해 찾아가는 이들도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시장점유율 상위 5개 프랜차이즈 헤어숍 서비스 만족도(2017년)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 1000명은 6개 항목에 3.63점(5점 만점)을 줬다. 직원 서비스(3.75점)와 매장 접근성(3.73점) 만족도에 비해 서비스 품질(3.63점), 가격 및 부가혜택(3.3점) 만족도는 낮았다. 헤어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소비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인으로는 ‘헤어서비스 품질’(33.6%)이 1위였다. 이런 맥락에서 대학들도 미용 전공 학생들의 진로지도 방향을 다각화하고 있다. 서경대는 올해 하반기 서울 종로구 혜화동에 10여명의 디자이너가 입점 가능한 공유미용실을 열 예정이다. 신세영 서경대 미용예술대학 부학장은 “미용 전공 학생들의 진로 현황을 보니 대형 업체들이 그곳에 취업한 졸업생들의 직업 만족도를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측면이 있었다. 마음 맞는 졸업생들끼리 숍을 많이 내는데, 위험부담이 큰 창업 외에도 역량 있는 디자이너들이 진출할 장을 마련해주고자 공유미용실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 시대의 자영업

코로나19 시대에 비대면 서비스를 선호하는 현상은 공유미용실에 또 다른 기회가 되고 있다. 디자이너마다 개별 룸이 있거나, 룸이 없더라도 넓은 공간에 화장대가 띄엄띄엄 자리한 공유미용실은 일반 미용실보다 타인과 접촉이 적은 편이다. 무인시스템으로 운영할 경우, ‘카카오헤어샵’ 등 온라인으로 예약한 뒤 매장 입구에서 태블릿피시로 방문을 알리기만 하면 디자이너가 나와 곧바로 개별 룸으로 들어갈 수 있다. 공유미용실 ‘로위’를 운영하는 양재원 스타트업 벤틀스페이스 대표는 “2~3월엔 매출이 10% 정도 빠졌다. 고통스러운 시기였지만 모든 자영업이 다 힘든 시기에 이 정도면 선방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언택트 시스템으로 예약을 마치고 개별화된 룸에서 서비스받는 미용실은 코로나 이후에 계속될 비대면 시대에 더 각광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디자이너와 고객이 개별화된 공간에서 만나는 공유미용실의 모습. 서울 서대문구 로위 신촌점.
디자이너와 고객이 개별화된 공간에서 만나는 공유미용실의 모습. 서울 서대문구 로위 신촌점.

숙박·모빌리티 등 소비자들이 시설물을 물리적으로 함께 쓰는 형태의 공유경제 업종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위축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창업 리스크 감소를 위해 소비자가 아닌 사업자 간에 공간을 공유하는 방식은 코로나 대유행으로 인한 자영업 위기 시기에 새 활로가 되고 있다. 이계원 공유경제연구소 대표는 “공유경제 산업이 코로나로 인해 위축된다고 하지만 공유미용실이나 공유주방은 더 활성화되는 분위기다. 이미 갖춰진 주방시설에 식당 사업자가 약간의 비용을 내고 입점해 온라인으로 주문을 받고 음식을 배달하는 공유주방은 외식을 지양하고 배달음식을 선호하는 분위기로 최근 매출이 오히려 늘었다. 다른 고객과의 접촉이 적고 디자이너와 개별적으로 만나는 공유미용실도 언택트 시대에 더 주목받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글·사진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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