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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박사방’ 조주빈은 유일하고 이상한 악마가 아니다”

등록 :2020-03-28 09:04수정 :2020-03-28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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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커버스토리
텔레그램 엔(n)번방 취재기

지난해 11월부터 엔번방 범죄
쫓아온 김완, 오연서 기자 대담
4개월여 추적의 분노와 좌절감

법과 문화 바꾸지 않으면 근절 못해
“경찰 조사 다 받게 해 기록 남겨야”
그래픽 박향미 기자 phm8302@hani.co.kr
그래픽 박향미 기자 phm8302@hani.co.kr

지난해 11월 <한겨레>가 텔레그램에 퍼지는 성착취물 유통을 고발하는 연속 기획보도를 내보낸 지 4개월 만에 핵심 인물인 ‘박사’ 조주빈(24)씨가 검거됐다. 조씨 구속 이후 엔(n)번방 등 텔레그램 비밀대화방 운영자와 회원(관전자)의 엽기적인 성착취 행태를 알리는 기사가 넘쳐나지만, 당시 <한겨레> 보도 이후 다른 언론은 이상하리만치 침묵했다. 한국 사회에 성착취 동영상 유통은 언제나 있는데 뭐 대단한 일이냐는 안일한 인식 탓이다. 오히려 보도로 박사방을 찾아온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조씨는 비밀대화방 이용료를 높이고 다른 운영자들은 <한겨레>에 내 대화방도 보도해달라고 조롱했다. 그렇게 또 묻혀버릴 수 있는 ‘사건’을 끈질기게 공론화하고 성착취 범죄자를 법의 심판대에 세운 것은 젊은 여성들이었다. 이들은 텔레그램 성착취 신고 프로젝트 리셋을 만들어 국회 국민 동의 청원에 나서고 트위터 등을 통해 엔(n)번방 문제를 끊임없이 환기했다. 대학생 2명으로 구성된 추적단 불꽃은 비밀대화방에 잠입해 수집자료를 차곡차곡 모아 보도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 성범죄자들이 잇따라 경찰에 검거되고 있다. 하지만 출발일 뿐이다. ‘제2의 조주빈’이 탄생하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이 사건을 취재한 김완·오연서 기자와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2층 사이버안전과에서 16일 22시~(17일 새벽) 1시에 조사받던 피의자가 코로나19로 의심돼 검사진행(하고) 긴급 방역 중.”

지난 17일 오후 5시 서울지방경찰청이 출입기자들에게 자료를 냈다. 기사 마감을 끝낸 기자들이 분주해졌다. 코로나19 의심 피의자가 누구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쏟아지는 전화에 서울지방경찰청은 두번째 자료를 보낸다. “텔레그램 박사방 사건과 관련해 3.16~17 박사방을 운영한 유력 피의자를 포함 총 4명을 검거하여 현재 조사 중에 있음. 현재 수사 중인 관계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확인해드리기 어려움을 양해해주기를 바람.”

‘박사방을 운영한 유력 피의자’란 지난해 11월 <한겨레>의 ‘텔레그램에 퍼지는 성착취’ 연속 기획에서 사건의 핵심 ‘지배자’로 등장했던 ‘박사’를 말하는지 확인해야 했다. 그는 아르바이트 자리를 미끼로 여성들을 교묘히 꾀어 신상정보를 털어낸 뒤 협박해 성착취물을 찍도록 하고 이를 텔레그램 비밀대화방에 유통하면서 돈을 벌어온 인물이다. 피해자들에게 ‘나는 박사의 노예다’라고 몸에 새기도록 지시하고 성착취물을 공유하며 ‘얘(피해자)는 나에게 약점이 잡혔기 때문에 신고하지 않을 것이니 가지고 놀아도 된다’는 설명을 붙이기도 했다.

이 취재를 한 김완 <한겨레> 24시팀 기자는 이날 돌봄휴가로 하루 쉬면서 아이들 목욕을 시키다가 팀장의 전화를 받았다. “지난해 10월부터 취재를 하면서 비트코인 주소 등 박사의 신상을 특정할 수 있는 자료를 경찰에 다 넘겼다. 그래서 금방 잡을 줄 알았다. 하지만 경찰은 ‘진도 많이 나갔다. 곧 잡는다’고 하면서도 4개월이나 보냈다. 그런데 갑자기 코로나19 의심 증상으로 기자들한테 박사방 유력 피의자가 알려졌다니 놀랍고 어이없었다.” 김 기자는 그 피의자가 박사이며, 학보사 기자 출신의 20대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피해자를 취재해온 오연서 기자는 박사 조주빈(24)씨 검거 소식을 피해자들에게 전했다. “다들 놀라면서도 마음이 왔다 갔다 하더라. 처음엔 ‘잘됐다,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했지만, 이후 보도가 쏟아지자 ‘잊고 지냈던 당시 피해가 다시 떠올라 병원에 갔다 왔다. 차라리 안 잡혔으면 좋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조씨가) 봉사활동을 하고 학점도 높았다는 뉴스를 보고 ‘나중에 모범수로 나오면 어떡하냐’고 걱정하기도 했다.”

다른 운영자의 시기성 제보였다

지난해 11월 <한겨레>는 ‘인천에 있는 고등학생이 9천명 정도 가입된 텔레그램 대화방을 운영하며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유통한다’는 제보로 텔레그램 성착취물 유통을 고발하는 최초의 보도를 했다. 지난 25일 두 기자에게 취재 과정과 소회를 들어봤다.

―첫 보도가 지난해 11월11일에 나왔고, 25일부터 나흘간 연속 기획을 네차례 내보냈다. 시작은 제보라고?

김완(이하 김) “나중에 알았는데 첫 제보는 다른 텔레그램 대화방 운영자의 저격, ‘견제질’이었다. 우리가 처음 보도한 비밀대화방 ‘공식 링크(Link) ○○○○방’은 성착취 영상과 사진 링크를 공유하는 일종의 포털과 같은 ‘허브’였다. 이 방이 너무 커지자 견제하려고 다른 운영자가 제보한 것이었다. 그 세계에서 제일 무시무시한 형벌이 신상을 공개하는 것이다. 제보자는 ‘○○○○방’ 운영자가 ‘오늘 급식 메뉴로 뭐 나왔다’라는 식의 채팅글을 남긴 것을 단서로 그 지역 중고등학교의 급식 메뉴를 확인해서 그를 특정해냈다. 그 제보를 확인하는 취재를 하면서 텔레그램 성착취물 제작·유통이라는 상상할 수 없었던 세계를 마주한 것이다. 하루 24시간 동안 1분도 안 쉬고 텔레그램 비밀대화방에 글이 올라왔다. 카피방, 파생방 등 하루에도 수십개씩 대화방이 만들어지고 사라졌는데, 취재할 당시 엔(n)번방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게 수백개였다.”

―어떤 채팅글이 오가나? 기사에 ‘토할 것 같았다’는 표현도 썼는데.

“말로 옮길 수가 없다. 완전히 인간성이 파괴된 현장이었다. 여성을 대상화, 사물화해서 보고, 여성을 종속시키고 지배하는 것에 아무런 죄의식이 없는 곳이었다. 여성을 강간 대상으로 취급한다. 여러번 토할 뻔했다. 특히 조주빈이 올리는 건 다 그랬다. 무엇보다 그걸 회원들이 왜 기다리는가, 왜 찬양하는가 궁금했다. 현실에서 할 수 없는 (여성에 대한) 지배 욕구를 그렇게 푸는 것이다. 공범이라는 쾌감도 있는 것 같고, 그 환호를 보며 다시 한번 구역질이 났다. 최소한의 윤리나 수치심이 없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오연서(이하 오) “성착취가 범죄라는 걸 알지만 이 텔레그램 대화방에서는, 얘들(피해자)한테 하는 건 범죄가 아니야,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얘네는 돈 때문에 왔잖아, 노예잖아, 신고 안 할 거잖아, 그래서 협박하고 농락하는 게 범죄가 아니라는 것이다. 수천명의 남성이 범죄에 환호하고 더 수위 높은 영상을 구걸했다. 한 인간의 인격을 살인하는 그 현장에서.”

깜짝 놀랄 때가 많았지만 공포감은 의외의 순간에 몰려왔다고 오 기자는 말했다. “지하철역 화장실에 여성들이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을 담은 불법쵤영물 영상을 봤을 때였다. 그런 게 있다는 것을 당연히 알았지만 실제로 찍힌 걸 보는 건 처음이었다. 내 곁에서 일어나는 일이구나, 나도 피해자가 될 수 있구나 소름이 돋으면서 한참을 봤다. 피해자와 전화 통화를 하며 피해 사실을 취재했는데 다음날 그것과 일치하는 동영상을 본 적도 있다. 피해를 신고하고 삭제를 요청해도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여전히 계속 유포되고 있는 거였다. 그 자체도 충격이었지만 피해자를 인터뷰한 내가 그 영상을 보고 있으니 내가 가해자가 된 것은 아닌지 굉장히 혼란스러웠다.”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가 지난 26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성착취방을 이용한 모두가 공범이다’ ‘26만 성착취 공범 제대로 처벌하라’ ‘n개의 성착취, 이제는 끝내자’ 등의 손팻말을 들고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의 근본적인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가 지난 26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성착취방을 이용한 모두가 공범이다’ ‘26만 성착취 공범 제대로 처벌하라’ ‘n개의 성착취, 이제는 끝내자’ 등의 손팻말을 들고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의 근본적인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한겨레’ 보도 뒤 엔(n)번방 유입이 늘었다

최초 고발 보도와 엔번방, 박사방 등의 성착취 행태와 구조를 추적한 연속 기획보도는 큰 반향을 일으키지 않았다. 언론은 이상하리만치 침묵했다. 빅카인즈에 등록된 54개 언론사 중 지난해 12월까지 엔번방 사건을 보도한 언론사는 <한겨레>가 유일했다. 올해 들어 에스비에스(SBS)의 <궁금한 이야기 와이(Y)>, <국민일보>의 ‘n번방에 잠입하다’ 등 후속 보도가 나왔다.

“한국 사회가 이 문제를 새롭지 않다고 본 탓이다. 인터넷상에서 성착취 동영상은 언제나 있었는데 뭐 대단한 일이냐가 본 거다. (텔레그램 등을 통한 성착취 범죄에 대한 처벌 법안을 논의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논의 수준이 그렇고, 언론과 수사기관의 인식 역시 다르지 않았다. 그런 나이브한 생각이 사이버 성착취물 유통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인터넷이 탄생한 이래 계속, 여기까지 오게 했다.”(김완)

―소라넷이나 양진호 웹하드 사건 등 성착취물 유통 과정에 대한 사회적 문제 제기가 있었지만 엄벌한 적이 없다. 특히 텔레그램은 국외에 서버가 있고 신원을 감출 수 있어 수사가 되지 않는다는 게 정설처럼 굳어졌다.

“경찰이 수사에 소극적인 게 사실이었다. 범죄가 너무 잔혹해서 여성 수사관을 배정해달라고 했는데 수사관이 없다고 하고, 텔레그램 범죄는 잡기 힘들다며 전화번호나 적고 가라고 하기도 했다. 채증 자료도 요구하는데 텔레그램 비밀대화방은 3초 만에 사라지는데 그게 쉬운가. 특히 나체 사진 등을 피해자 스스로 캡쳐해놓는다는 게 얼마나 가능한가. 어렵게 마음먹고 경찰서를 찾은 피해자가 신고 접수를 다시 주저할 수밖에 없다. 여성단체가 고발하려고 하면 피해자가 직접 와야 한다고 하면서 접수를 해주지도 않았다.”

“경찰도 사이버 성착취 수사는 ‘인풋 대비 아웃풋이 없다’고 답답해한다. 24시간 붙어서 텔레그램 대화방을 두서너달 감시해야 하는데, 그렇게 잡아도 초범이면 집행유예나 벌금형으로 끝나니까. 그렇게 수사인력을 투입할 동력이 없다는 것이다.”

―탐사보도 이후 텔레그램 성착취물 유통이 위축된 게 아니었나?

“처음 보도가 나갔을 때는 이용자들이 흩어져서 텔레그램이 망하겠다고 했다. 그 뒤 <한겨레>만 간헐적으로 보도하니까 오히려 유입이 늘었다. 이용자들이 <한겨레> 보고 왔다면서 박사방을 찾으러 다니고 박사는 신나서 대화방을 더 많이 개설했다. 대화방 입장료를 200만원까지 올리고, <한겨레> 기자 신상을 털어 오면 박사방 입장을 무료로 해준다고 프로모션했다. 나는 실제로 개인정보가 털려서 아이들 사진까지 유포됐다. ‘길 다닐 때 항상 주위를 돌아보게 만들겠다’는 협박 글에다, ‘(박사방처럼 인기 얻도록) 내 대화방도 보도해달라’는 조롱 글, 나를 기레기로 묘사한 만화까지 쏟아졌다. 좌절감과 무력감을 느끼며 더 할 수 있는 게 없는 건가 곱씹기도 했다.”

“무엇보다 피해자들한테 미안함이 커서 힘들었다. 가해자들이 너무 버젓이 활보하고 다니니까 이러다가 정말 안 잡히는 거 아닌가, 그럼 피해자들은 어떻게 하지 싶었다. 보도 이후에 도움을 요청하는 피해자가 많이 연락해온 것도 아니었다. 초반에 서너통 왔을 뿐이다. 결국 우리 보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나 한숨이 나왔다. 게다가 박사가 피해 여성 사진을 유포하면서 ‘한겨레 피해1’ ‘한겨레 피해2’라고 일종의 워터마크를 박았다. 취재를 계속하면 피해자가 더 생긴다고 우리를 압박하기 위해서였다.”

여성을 사물화하고도 죄의식 없어

―피해자들이 왜 성착취를 당하는지 이해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겠다.

“실시간으로 피해자를 협박하는 걸 채팅으로 봤는데 3시간도 안 걸리더라. 처음 접촉해서 성착취물 동영상을 찍게 하는 데까지 말이다. 어느 날 오전, 오후 한때 정신없이 훅 지나가는 일이다. 피해자들은 먹고살기 힘들어서 신체 사진을 올려서 돈을 벌 수밖에 없는 처지에 내몰린 취약한 여성이다. 그 고리를 잘 아는 박사와 마주 앉게 되니까 일단 지고 들어가는 거다. 신상정보 다 털렸고 동영상 공개됐고 완전히 무력감에 빠지게 된다.”

―그래도 조주빈이 검거됐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국회 국민 동의 청원에 참여하고 이 문제를 계속 공론화했던 젊은 여성들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보도는 큰 반향 없이 끝나고 경찰 수사팀의 외로운 사투만으로 남을 뻔했다. 그런데 20대 여성들이 국회 입법 청원을 올리고 여성 독자층이 많은 작은 매체들이 끊임없이 언급한 것이 이 문제를 끌고 가는 원동력이 됐다. 지난해 기준으로 트위터에서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다음으로 많이 언급된 단어가 엔번방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간절함으로 계속 목소리를 높인 많은 사람이 있었다.”

실천하는 여성들의 첫자리엔 텔레그램 성착취 범죄를 가장 먼저 알린 대학생 취재단 ‘추적단 불꽃’(불꽃)이 있다. 지난해 7월 아동·청소년 착취물이 텔레그램을 통해 공유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들은 비밀대화방에 회원으로 잠입해 두달여간 대화를 모니터링했다. 성착취물 피해 사실을 확인한 그들은 수집자료를 차곡차곡 모아 경찰에 신고했다. 취재 결과물로는 지난해 9월 ‘미성년자 음란물 파나요?’라는 제목의 기사를 뉴스통신진흥회를 통해 보도했다. <한겨레>도 텔레그램 대화방 제보를 받고 지난해 10월 취재를 시작하면서 이 보도를 확인했고, 불꽃 취재단에서 자료를 협조받았다. 무엇보다 최근 지방경찰청이 디지털 성범죄자를 잇달아 검거하는 것에도 이들의 수집자료가 큰 역할을 했다.

지난해 12월에는 텔레그램 성착취 신고 프로젝트 단체 ‘리셋’(ReSET)이 활동을 시작해 디지털 성범죄 해결을 촉구하는 국회 국민 동의 청원에 나서 10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오 기자는 “젊은 여성들이 나선 것은 가해 행위에 대한 분노도 있었지만 피해 여성들의 용기 있는 고백이 그들의 마음을 움직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텔레그램 대화방에 신상이 다 공개되고 집까지 쫓아와서 협박하는 남성들도 있었다. 두렵고 불안한 상황에서도 피해자들이 인터뷰해준 것이다. 어떤 피해자는 친구 집으로 피신한 상태였는데 그 친구한테도 피해 사실을 말하지 못했다. 그 힘든 상황에서도 고백한 그들이 출발점이구나 나중에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피해 사진에 ‘한겨레’ 워터마크

―과거처럼 또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되지 않을지 걱정스럽다. 근본적인 해결 방법은 무엇일까?

“박사는 유일하고 이상한 악마가 아니다. 그가 잔혹한 범죄를 저질렀지만 대한민국 남성들이 성착취 문화를 어렸을 때부터 익숙하게 접하고 그것에 대한 거부감 없이 자란 것, 그것이 이 범죄를 가능하게 한 토대다. 그것 위에 박사방도, 엔번방도 다 얹혀 있는 것이다. 그래서 다 잡아들여야 한다고 본다. 우리가 한번도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서 엄벌주의를 해본 적이 없다. 현행법으로 못 잡으면 특별법이라도 만들어서 회원인 ‘관전자’를 포함해서 과태료 처분이라도 해야 한다. 이 행위는 범죄이고, 사회적으로 안 되는 일이라는 걸 확실히 각인시켜야 한다.”

김 기자는 보도가 나간 뒤 지인에게 전화를 받았다. 그는 남자 고등학생들을 키우는 엄마들 사이에서는 자녀의 휴대전화에 텔레그램이 깔렸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얘기가 이미 몇달 전부터 돌았다고 알려줬다. 실제로 2019년 초 텔레그램 엔번방이 생겨났을 때 텔레그램이 구글 앱스토어에서 상위에 랭크됐다. 당시 유입된 수가 30만에서 50만명 정도다. “많은 10대가 여성을 사물화하고 범죄 대상으로 바라봤는데도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감각을 새기게 해선 안 된다.”

오 기자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대응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블로그를 방문했다가 뒤통수를 맞은 듯했다고 했다. ‘엔번방 기록을 어떻게 지울 수 있나’ 같은 질문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다른 곳에서 성착취물을 보던 이들이 엔번방 국민 청원에 동의하라는 글을 올리고 있었다. 엔번방과 자신들은 다르다고 선을 그으며 분리 전략을 쓰는 것이다. “‘구글 드라이브에서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영상을 봤는데 다 삭제했다, 괜찮을까’ 묻는 말에 ‘지금은 엔번방만 대상이기에 우리는 상관없다’고 답하더라. 우리는 흔적을 남기지 않았으니까 잡힐 일이 없고 그러니까 범죄가 아니라는 주장이 무한 반복되고 있다. 그래서 나는 형량을 따지지 말고 경찰 조사를 다 받게 해 기록이라도 남게 해야 한다고 본다. 그것부터 해야 한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lt;한겨레&gt;가 지난해 11월 인천 지역의 한 고등학생이 텔레그램 ‘공식 링크(Link)방’을 운영하며 1천편 이상의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유포했다고 보도한 직후 텔레그램 비밀 대화방 운영자인 ‘박사’ 조주빈씨는 이 기사를 쓴 김완 기자의 신상정보를 털었다. 그리고 이 기사를 오보라고 주장하며 박사방에 만화를 올렸다. 하지만 경찰 조사를 통해 이 고등학생은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가 확인됐다.
<한겨레>가 지난해 11월 인천 지역의 한 고등학생이 텔레그램 ‘공식 링크(Link)방’을 운영하며 1천편 이상의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유포했다고 보도한 직후 텔레그램 비밀 대화방 운영자인 ‘박사’ 조주빈씨는 이 기사를 쓴 김완 기자의 신상정보를 털었다. 그리고 이 기사를 오보라고 주장하며 박사방에 만화를 올렸다. 하지만 경찰 조사를 통해 이 고등학생은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가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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