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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대구 와달라” 한 의사의 호소…전국서 250명이 응답했다

등록 :2020-02-26 17:26수정 :2020-02-27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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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에 의료진 부족
대구의사회장 호소 하루만에
의사들 생업 접고 자원 뜻 밝혀
선별진료소·격리병원 투입 시작
대구·경북 확진자 1천명 넘어
간호사 1백여명, 병리사 수십명도 “대구로”
김형갑(29) 공중보건의가 26일 새벽 6시께 대구시청 앞에 도착해 찍은 사진(왼쪽)과 경기 안성시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일하면서 지난 24일 대구 지역 진료 파견에 자원한 송명제(33) 공중보건의. 본인 제공.
김형갑(29) 공중보건의가 26일 새벽 6시께 대구시청 앞에 도착해 찍은 사진(왼쪽)과 경기 안성시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일하면서 지난 24일 대구 지역 진료 파견에 자원한 송명제(33) 공중보건의. 본인 제공.

#1.

전남 광양 옥룡보건지소에서 공중보건의로 근무 중인 김형갑(29)씨는 26일 새벽 6시께 지역의 또 다른 공중보건의 1명과 함께 대구에 도착했다.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으로 감염 의료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동료 공중보건의들을 돕기 위해 대구지역 진료 파견에 자원했고, 순번에 따라 이날 대구에 투입됐다. 가족과 친구들이 걱정하며 “꼭 가야 하냐”고 물었지만, 그는 “그냥 그렇게 정해졌다”고 차출된 것처럼 답하고 말았다. 그는 이날부터 2주 동안 다른 지역에서 투입된 89명의 의료진과 함께 자가격리 상태인 대구지역 의심환자들의 집을 직접 방문해 방호복을 입고 이들의 검체를 채취하는 ‘이동채취반’ 일을 맡는다. “대구에서 의료인력뿐만 아니라 마스크와 고글, 방호복 등 방역용품도 빠르게 소모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더더욱 어서 가야겠다는 결심이 섰습니다.”

#2.

이성구 대구시의사회 회장은 지난 25일 5700명의 대구시의사회 회원들에게 ‘동료 여러분들의 궐기를 촉구합니다’라는 제목의 호소문을 보내고 감염 의료 현장에 뛰어들었다. 그는 호소문에서 “생명이 위독한 중환자를 보아야 하는 응급실은 폐쇄되고 선별검사소에는 불안에 휩싸인 시민들이 넘친다. 의료인력은 턱없이 모자라 신속한 진단조차 어렵고 확진 환자들조차 병실이 없어 입원치료 대신 자가격리를 하고 있다”며 “지금 바로 선별진료소로, 대구의료원으로, 격리병원으로, 그리고 응급실로 와달라”고 호소했다. 그러자 전국 각지의 의사들이 이 호소문에 뜨겁게 호응했다. 26일 대구시의사회의 설명을 보면, 이날 오후 2시 현재까지 대구에서 231명의 의사뿐만 아니라 광주 10명, 경북 3명, 경남 2명, 전주 2명, 인천 1명, 서울 1명 등 전국 각지에서 250명의 의사가 동참 의사를 밝혀왔고, 이날부터 일부는 바로 대구의료원, 선별진료소, 격리병원 등에 투입됐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25일 오전 기준으로 간호사 100명, 간호조무사 32명, 임상병리사 22명, 행정직 40명 등이 대구 의료봉사에 지원했다고 밝혔다.

지난 18일 대구에서 31번째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은지 8일 만인 26일 대구 경북 지역의 코로나19 확진환자가 1027명으로 1천명을 넘어서면서 불안이 더욱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공중보건의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개인병원을 운영하는 의사들과 간호사, 임상병리사 등이 대구의 감염 의료 현장 투입을 자원하고 있다.

이날 대구에서는 코로나19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74 남성이 사망(12번째)하고 이승호 대구시 경제부시장의 비서까지 지난 25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불안감이 더 커지고 있다. 대구시는 시청 별관을 폐쇄하고 소독 작업에 들어갔다. 결혼식은 대부분 연기되거나 취소되고, 평소 시민들로 북적대는 동성로는 1분에 1명꼴로 사람이 오갔다.

하지만 이들의 불안을 줄일 의료진들의 선의도 확산하고 있다. 경기 안성시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공중보건의 송명제(33)씨는 지난 24일 대구 진료 파견을 자원했다. 그는 다음달 11일 대구 선별진료소에 배치될 예정이다. 송씨는 “지금 대구가 많이 힘드니까 어서 도와야겠다는 생각에 손들었는데 어머니가 우시더라”라며 “의사가 제일 안전하니 괜찮다고 말씀드리는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오는 4월 공보의 전역을 앞둔 그는 “전역 직전까지 대구에서 코로나19가 더 확산하지 않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고 했다. 송씨는 5년 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 경기 고양 명지병원에서 전공의로 일하며 응급실 선별진료소에서 방호복을 입고 진료 활동을 벌였던 기억을 요즘 되살리고 있다. 그는 “이번 사태를 보면서 현장에서 환자를 돌볼 필수의료인력이 충분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다음달 25일 대구로 파견을 가게 될 공중보건의 조중현(29)씨 역시 “대구에 먼저 가 있는 공보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레벨디(D) 방호복을 입었다가 벗었다가 해야 해서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연속으로 환자를 돌본다고 들었다”며 “다른 지역에서도 의심 증상으로 선별진료소를 찾는 사람들은 상당히 초조해하고 불안해하는데 대구는 얼마나 더할까 싶어 자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민제 박수지 강재구 기자, 대구/김일우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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