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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제자에게 “처녀는 부담되고 유부녀가 좋다”…밥 먹듯 성희롱한 서울대 교수들

등록 :2019-03-04 10:34수정 :2019-03-04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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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AS] 미투 폭로 한달, 서울대 서어서문학과는 ‘성폭력 백화점’
성희롱·여성혐오·여성차별 만연한 서울대 서어서문과
미투 폭로된 교수 외에도 남성 교수들 성폭력 문화 만연
‘술어술문과’로 불릴 정도로 폭력적인 술 문화도 유명

지난달 6일 서울대학교 서어서문학과 ㄱ교수가 대학원생을 성추행했다는 대자보 미투 폭로가 나온 지 곧 한달이 된다. <한겨레>는 이 폭로 이후 다수의 서어서문학과 학생과 일부 교수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다수의 증언을 종합하면, 서울대학교 서어서문학과 성추행 사건은 비단 ㄱ교수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서울대 서어서문학과에는 성희롱과 성추행 등 여러 교수들의 성폭력 문화가 전반적으로 만연해 있었다.

서울대 서어서문학과의 미투 폭로는 지난달 6일 서울대 학내에 붙은 대자보에서 시작했다. 대학원생 ㄴ씨는 대자보에서 “그(ㄱ교수)는 호텔 바에서 제 허벅지 안쪽에 있는 화상 흉터를 보고 싶어 했고, 제가 안 된다고 했는데도 스커트를 올리고 제 다리를 만졌다. 제가 버스에서 자고 있을 때 뒷좌석에서 제 머리카락에 손가락을 넣어 만진 적도 있고, 수시로 제 어깨와 팔을 허락 없이 주무르기도 했다”며 “그는 또 제 사생활을 통제하려 해서, 남자친구를 사귀려면 사전에 허락받을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ㄴ씨가 대자보에서 폭로한 ㄱ교수의 성추행 사건은 애초 지난해 7월 ㄴ씨가 서울대 인권센터에 신고하면서 촉발됐다. 서울대 인권센터는 사건에 대해 조사한 뒤 지난해 12월21일 결정문을 내고 ㄱ교수의 신체 접촉 등이 사실로 인정된다고 판단해 학교 쪽에 ㄱ교수의 정직 3개월을 권고했다. 학생들 사이에서 이 권고가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일었고, 이에 ㄴ씨가 대자보를 통해 ㄱ교수의 가해 사실을 공론화했다. 그러나 ㄱ교수는 성추행을 두고 “ㄴ씨 다리에 난 화상 흉터에 붕대가 감겨있는 부분을 만졌다”고 해명했다. ㄱ교수는 또 ㄴ씨의 머리를 만진 사실은 인정하지만 “피로를 풀라는 의미에서 지압을 해준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런데 문제는 비단 ㄱ교수만의 것이 아니었다. 서울대 인권센터는 결정문을 통해 서어서문학과에서 그동안 다양한 형태의 성폭력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4일 <한겨레>가 입수한 서울대 인권센터 결정문을 보면, 서울대 인권센터는 “이 사건조사에 참여한 다수의 참고인들은 피신고인(ㄱ교수)으로부터 입은 직접적인 피해 이외에도, 학과 내에서 진술을 방해하거나 오랫동안 공공연하게 벌여지는 차별적 문화와 위계질서 등 구조적인 부분에 문제제기를 하였다”고 밝히고 있다.

인권센터가 결정문에서 공개한 서어서문학과 일부 남성교수들의 성폭력 사례는 다양했다. △여학생들이 서어서문학과 교수로부터 외모를 평가당하고 살을 빼라는 말에 반발하자 “전인교육이다”라고 대꾸한 발언 △“여자가 스물다섯 살 지나면 꺾어지는데 너희는 지금이 최고다”라고 한 발언 △술자리에서 타교 출신 여학생에게 “너는 어차피 교수 시킬 생각도 없어”라고 한 발언 △개설 과목에 비해 강사수가 초과되자 학과 교수들이 “남편이 돈을 버는 여자 강사를 제외하자”는 의견을 내고 그대로 결정된 일 등이 포함됐다. 인권센터는 “학생들은 이 사건 결정문에 다 담지 못할 정도로 장기간, 다수의 교수로부터, 다양한 억압을 받아왔다는 사실을 방대하게 털어놓았다”고 말했다.

<한겨레>가 취재한 8명의 서울대 서어서문학과 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대학원생을 상대로 성추행과 성희롱을 해 3개월 정직 징계를 받은 ㄱ교수 외에도 서울대 서어서문학과 3명의 교수가 공공연하게 성희롱 발언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대 서어서문학과에는 한국인 정교수가 6명이고, 대학원생은 20명 내외 재학중이다. 서어서문학과 졸업생 ㄷ씨는 “학교에 있을 때는 그런 일이 있었다고, 주변 친구들한테 부끄러워서 말하지 못했다. ㄱ교수를 고발하는 대자보가 붙은 뒤에야 ‘그때 그게 성추행이었구나’, ‘그 부끄러움이 그것 때문이었구나’ 알게 됐다”며 “ㄱ교수 외에 다른 서어서문학과 교수들은 안심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성희롱과 성추행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어서문학과 여성 대학원생 ㄹ씨는 “과가 규모가 작아서 가족적인 분위기를 만든다. 합리적인 문제제기와 해결이 쉽지 않다. 서로가 너무나 친하고 잘 알아서 불편한 말들을 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 사람이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이 들지도 않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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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들은 성폭력을 밥먹듯 저질렀다

이들의 말을 종합하면, 서어서문학과 ㅁ교수는 2017년 4월께 ‘방실이 사건’으로 학과에서 논란을 빚었다. ㅁ교수가 한 여성 대학원생의 다리를 보고 몸매를 평가하면서 “너는 다 좋은데 방실이라고 아냐, 네 몸매는 방실이다”라고 말한 것이다. 그 말을 들은 여성 대학원생은 “내 다리가 어때서요”라고 항의했는데, ㅁ교수는 “그냥 방실이 아는지 궁금해서 물어 본거야. 너희들이 방실이를 알리가 없잖아”라면서 웃어 넘겼다.

ㅁ교수는 서울대 교직원 주차장에서 외제 차를 몰고 다니는 중년 여성을 보고 “저런 차는 좋은 남편이나 만나서 취미로 공부하는 여자가 몰고 다니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ㅁ교수는 이어 여자 대학원생에게 “살을 빼라, 운동을 열심히 해라”, “여자들은 회사에 들어가도 결혼하고 애 낳으면 다 나온다. 그러니까 대학원에 와야 한다”, “나는 처녀는 부담되고 유부녀가 좋다”, “바보같이 ㄱ교수가 (미투에) 걸렸냐”라는 말 등을 해왔다.

스토킹 피해에 대해 고민 상담을 하는 대학원생에게 “예뻐서 그런 것”이라고 말한 교수도 있었다. ㅂ교수는 2016년 스토커로 문제로 고민 상담을 한 피해 대학원생에게 “스토커가 있는 것을 좋게 생각해라. 예뻐서 그런 거니까 걱정 하지 마라”라는 말을 했다. ㅂ교수는 수업시간에 여성 살해와 관련한 주제로 발표한 대학원생에게 “우리 과는 오히려 남성 살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ㅂ교수는 공공연하게 “스페인 여자들은 기가 너무 드세서 무섭다”라고 말했다.

ㅅ교수는 2017년께 서울대 인문대학에 꽃을 심는 동아리를 만들었다며 학생들에게 “동아리 이름을 내가 제안했다. ‘화류계’다”라고 말했다. ㅅ교수는 여성과 남성을 암탉과 수탉에 비유하면서 일부다처제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발언하고, 이에 반박하는 대답을 한 학생에게는 “너 페미니스트냐”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는 술자리에서는 학생들에게 종종 자신의 불륜 경험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ㅅ교수는 <한겨레>의 해명 요청에 ”(화류계는) 꽃 화에, 종류할 때 류. 꽃 종류를 가꾸는 모임이다. 말을 재밌게 하려고 한 것이다. 내가 지은 것은 아니고 다른 선생이 지은 것”이라며 “성희롱적인 작명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일부다처제가 상식적이지 않다는 발언은 한적이 없다. 악의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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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외에 폭력적인 술 문화도 유명

서울대 서어서문학과는 성폭력 외에도 폭력적인 술 문화로 유명했다. ‘술어술문과’라고 불릴 정도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외국인 강사는 “(교수들은) 술자리에서 성차별적인 발언과 성희롱을 했다”며 “2차·3차 때부터 파도타기를 시켰고, 나쁜 농담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는 “술자리에서 너무 많은 여학생들이 인사불성이 될 정도로 술을 마셨다”며 “몇몇은 도망가서 화장실에 숨기도 했다. 숙취 음료도 몰래 마셨다”고 했다. 그는 “그들은 ‘우리가 가장 술을 많이 마시는 교수다’라며 정말로 자랑스럽게 말했다”며 “해마다 대학원 엠티를 가는데 그때도 똑같았다. 술 마시고 다 누워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2015년 이전까지만 해도 서어서문학과에서는 새벽 1~2시에 연구를 마친 대학원생들이 교수들과 함께 술을 마시고, 노래방으로 가는 회식 문화가 일주일에 2~3차례 정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후 술자리는 자연스럽게 줄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상황을 걱정한 ㅁ교수는 2015년 12월11일 대학원생들에게 ”대학원생들 사이에 유대가 약한 것 같아 우려하고 있다. 지난번 희망자가 적어서 (대학원생) MT를 가지 못한 것도 한 사례라 볼 수 있다”며 “기본적인 음주량이 되는 사람을 (대학원생 대표로) 추천해 주길 바란다”는 이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2015년 12월11일, 서어서문학과 한 교수가 대학원생들에게 ‘기본적인 음주량이 되는 사람’이 되는 대학원생을 대표로 추천해달라는 메일을 보냈다. 서어서문학과 대학원 졸업생 제공.
2015년 12월11일, 서어서문학과 한 교수가 대학원생들에게 ‘기본적인 음주량이 되는 사람’이 되는 대학원생을 대표로 추천해달라는 메일을 보냈다. 서어서문학과 대학원 졸업생 제공.
서울대 서어서문학과 김창민 학과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남성 교수들의) 그런 발언들은 농담삼아 한 것이다. 나도 경험이 있다. 수업시간에 반어법으로 썼는데 항의가 들어온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너무 억울하다. 우리를 동일한 범죄자 수준으로 취급해서 요즘 기분이 너무 안 좋다. 우리 학과에 마초주의 문화가 있다는 굴레를 씌우기 위해서 없는 말이 나왔다. 인권센터 결정문이 너무 악의적이고 일방적이다. 우리가 인권센터에 가서 진술할 기회가 없었다”며 “내가 봤을 때 조력자 그룹이 있다. (ㄴ씨 미투를 돕는) 이 그룹이 체계적으로 이 과를 뒤흔들려고 한다는 의구심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학과 문화가 순기능이 많았다고 자부하고 있다”며 “술자리를 통해서 서로 교실 밖에서 지혜가 왔다 갔다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학과 교수들은 인권센터에 항의를 준비중이라고 한다.

하지만 서울대 서어서문학과 대학원생들은 학과가 자정능력을 상실했다고 보고 있다. 한 대학원생은 “과에서 사실상 전혀 자정 작용이 이뤄지지 않는다”며 “문제를 제기해도, 인권센터에 신고하라는 말을 한다. (학생들이 경고하는) 말은 전혀 위협이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서어서문학과 졸업생 ㄷ씨도 “사실 서어서문학과는 자체적인 자정능력은 없다고 생각한다. 이게 뿌리 깊은 오랜 문제”라고 말했다.

‘서울대학교 A교수 사건 대응을 위한 특별위원회’가 4일 서울대학교 행정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특위는 피해자 ㄴ씨가 쓴 한국어 대자보를 영어, 스페인어, 핀란드어, 현대 그리스어 등 9개 외국어로 번역해 전시했다.
‘서울대학교 A교수 사건 대응을 위한 특별위원회’가 4일 서울대학교 행정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특위는 피해자 ㄴ씨가 쓴 한국어 대자보를 영어, 스페인어, 핀란드어, 현대 그리스어 등 9개 외국어로 번역해 전시했다.
이에 ‘서울대학교 A교수 사건 대응을 위한 특별위원회(특위)’ 소속 학생들은 이날 오후 1시30분께 입학식에 맞춰 서울대 행정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직 3개월에 그친 ㄱ교수에 대한 파면을 요구했다. 김다민 서울대 부총학생회장은 기자회견에서 “ㄱ교수는 파면되어야 한다”며 “서울대가 자정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면, 우리에 대한 통제권을 포기해라. 서울대가 상식을 드러낼 때 까지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윤민정 총학생회 학생인권 특위장은 “서어서문학과 교수진은 피해자의 미투를 돕는 조력자 그룹이 있으며 그들이 조직적으로 학과를 음해하는 것 아니냐고 말하고 있다”며 “이는 오히려 피해자를 음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경 서울대 총학생회 부중앙집행위원장은 “교수가 성추행을 저지르면 3개월 쉬고 학교로 돌아오라고 명하는 곳이 과연 고등교육기관으로 불릴 수 있단 말인가?”라고 말했다.

‘서울대학교 A교수 사건 대응을 위한 특별위원회’가 4일 서울대학교 입학식 앞에서 JTBC 드라마 ‘스카이캐슬’을 패러디해 ‘새내기들의 즐겁고 안전한 학교생활을 위해 총장님, A교수 파면을 전적으로 미셔야 합니다’라는 메시지를 알리며 항의행동을 하고 있다. 특위 제공.
‘서울대학교 A교수 사건 대응을 위한 특별위원회’가 4일 서울대학교 입학식 앞에서 JTBC 드라마 ‘스카이캐슬’을 패러디해 ‘새내기들의 즐겁고 안전한 학교생활을 위해 총장님, A교수 파면을 전적으로 미셔야 합니다’라는 메시지를 알리며 항의행동을 하고 있다. 특위 제공.

이정규 기자 j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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