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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대법 “미쓰비시, 강제징용 피해자에 위자료 줘라”

등록 :2018-11-29 12:33수정 :2018-11-29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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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청구권 인정된다” 손해배상 확정
“1인당 8천만~1억5천만원씩 지급해야”
이번에도 소멸시효 시작점 구체적 판단 안해
대법원 청사.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대법원 청사.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일제 강제노역 피해자들이 전범 기업인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도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일본은 또다시 “국제법 위반”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29일 오전 일제 강점기 여자근로정신대로 강제동원돼 일본 나고야 항공기제작소 등에서 임금 한푼 받지 못하고 노동을 강요당한 양금덕(87)씨 등 피해자 4명과 유족 1명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미쓰비시중공업이 피해자들에게 1억~1억5천만원씩의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같은 재판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이날 또 미쓰비시중공업의 히로시마 기계제작소와 조선소 등에 강제동원된 정창희(95)씨와 이미 사망한 피해자 4명의 유족이 이 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재상고심에서도 피해자 5명에게 8천만원씩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양씨 등이 낸 근로정신대 소송은 6년 만에, 정씨 등이 낸 강제노역 사건은 무려 18년 만에 최종 승소 판결이 나왔다. 이날 대법원 판결은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지난달 3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따른 것이다.

재판부는 양씨 등 여자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이 소송을 낸 시점(2012년 10월)이 청구권 소멸시효가 완성된 이후라는 미쓰비시중공업 쪽 주장에 대해,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현저히 부당하다”고 판단한 원심 결론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앞서 광주고법 민사2부(재판장 홍동기)는 2015년 6월 판결에서 “일본이 청구권이 소멸했다며 지금까지도 청구권협정 관련 정보공개조차 거부하고 있는 사정 등을 종합해보면, 원고들이 (2012년 5월 대법원 판결 이후인) 2012년 10월 소송을 제기할 무렵까지도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다”며 소멸시효가 끝났다는 주장을 배척했다.

앞서 대법원은 2012년 5월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소멸하지 않았다’는 1차 판단을 내놓았는데, 이 판결은 지난달 30일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됐다. 피해자들은 이를 근거로 ‘2018년 10월30일’을 소멸시효(3년)가 시작되는 날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럴 경우 2021년 10월30일까지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추가로 낼 수 있다. 강제노역 피해자를 대리한 임재성 변호사는 “대법원이 이번 판결에서도 소멸시효와 관련해 구체적인 판단은 하지 않았다. 하급심에서 여전히 혼란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날 대법원 판결로 이런 종류의 반인륜적 범죄에서는 소멸시효를 두지 말아야 한다거나 최소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18년 10월30일) 이후부터 계산해야 한다는 주장에 더욱 힘이 실릴 전망이다.

양씨 등 여자근로정신대 동원 피해자들은 국민학교 졸업 전후이던 14~15세 시절 교장 등의 꼬임을 받아 1944년 5~6월부터 옛 미쓰비시중공업의 나고야 항공기제작소 공장 등에서 비행기 부품에 페인트칠을 하거나 파이프에 천을 꿰매는 등 힘든 노동에 내몰렸다.

종전 뒤 임금 한 푼 못 받고 귀국한 양씨 등은 1999년 3월 일본 법원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지만 2008년 패소가 확정됐다. 이어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개인 청구권이 소멸하지는 않았다’는 2012년 5월 대법원 판결이 나온 뒤인 2012년 10월 국내 법원에 소송을 냈다.

1·2심 재판부는 “일본 정부의 침략전쟁 수행을 위한 강제동원 정책에 편승해 돈을 벌 수 있다는 거짓말로 14~15세 소녀들을 군수공장에 배치해 열악한 환경 속에 위험한 업무를 하게 한 것은 반인도적 불법행위”라며 미쓰비시중공업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해 양씨 등에게 8천만원에서 1억5천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3년 넘게 재판을 미뤄오다 지난 9월 전원합의체로 넘겨 심리를 벌였으나 다시 원래 소부 재판부로 넘겨 판결을 선고했다.

강제동원 피해자인 정씨 등은 1944년 9~10월 히로시마의 옛 미쓰비시중공업 기계제작소와 조선소에 강제징용됐다. 이들도 일본 법원에 손해배상과 미지급 임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지만 모두 패소한 뒤 국내 법원에 2000년 5월 소송을 냈다.

1·2심 재판부는 “손해배상 채권은 이미 시효로 소멸했다"는 등의 이유로 원고패소로 판결했으나, 2012년 5월 대법원이 원심을 깨고 원고 일부 승소 취지로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파기환송 후 항소심은 원고 1명당 8000만원씩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2013년 9월 재상고가 접수된 지 5년2개월 만이다. 재판이 장기화한 데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행정부와의 교감 아래 재판을 지연시키려 했다는 의혹이 있다. 그 사이 원고 5명 중 4명이 사망했다.

한편,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법 민사2부(재판장 김한성)도 강제동원 피해자와 유족 등 3명이 일본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모두 1억원을 배상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이 판결은 소멸시효가 시작되는 시점을 대법원 1차 판단이 나온 ‘2012년 5월’로 봤다. 대법원에서 조속한 정리가 필요해 보인다.

여현호 선임기자, 고한솔 기자 yeopo@hani.co.kr

[화보]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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