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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사찰 당한 현직 판사, 유엔에 ‘사법행정권 남용’ 긴급 진정

등록 :2018-06-08 11:45수정 :2018-06-08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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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법관·변호사 독립 특별보고관’에 메일
청와대와 거래 플랜 담은 보고서 확인
“대법원장 형사소송법 따라 고발해야
법원장 등 고위법관은 수사 의뢰 반대
한국 긴급 방문해 사실관계 파악해달라”
법정농단과 관련해 판사회의가 열린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안으로 법원 상징이 보이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법정농단과 관련해 판사회의가 열린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안으로 법원 상징이 보이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차성안(41·사법연수원 35기) 수원지법 판사(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 겸임)가 7일 ‘유엔 법관과 변호사 독립에 관한 특별보고관’에게 “한국을 긴급히 방문해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해달라”고 긴급 진정 메일을 보냈다. 같은 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도 법관 독립 훼손과 국민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된 이번 양승태 대법원장 때 법원행정처의 ‘사법 농단’에 대해 진상규명 등을 진정했다.

8일 차 판사의 페이스북에 게시된 긴급진정 메일을 보면, 자신을 가장 심한 사찰을 당한 판사들 중의 한명”이라며 지난 1년간 법원 내부의 세 차례 진상조사 결과를 요약했다. 차 판사는 진상조사로 △2018년 3월25일 대법원장의 비대한 권한을 비판하는 세미나와 관련된 법관과 법관 모임 사찰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추진하던 상고법원 제도에 비판적인 견해를 가지는 판사들에 대한 광범위한 사찰 △원세훈 전 국정원장 재판,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행정 소송 등에 재판절차에 관한 행정처의 개입 △상고법원 실현을 위해 재판절차와 결과를 가지고 청와대와 거래하려는 아이디어 내지 플랜 담긴 보고서 등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차 판사는 “판사로서 유무죄를 섣불리 말할 수 없다”면서도 “법관과 법관 모임에 대한 사찰, 재판절차 개입에 관한 부분 관련해 직권남용죄, 직무상 비밀누설죄, 개인정보보호법·공직자윤리법 위반죄 해당 여부에 관한 수사 필요성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또 “2017년 2월 최초 조사가 논의되자 진상을 은폐하기 위해 문서를 삭제하고 조사를 방해한 것은 공용서류무효죄, 증거인멸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죄 등 범죄혐의에 대한 수사 필요성을 발견했다”고 차 판사는 적었다.

이어 차 판사는 “대법원장 또는 최소한 행정처장이 형사소송법 제234조 제2항(공무원은 그 직무를 행함에 있어 범죄가 있다고 사료하는 때에는 고발하여야 한다)의 고발의무에 따라 고발을 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특별조사단은 형사상 조치 필요성이 없다고 결론 내렸고, 영향력이 큰 고위법관들은 수사 의뢰에 반대하며, 검찰은 수사에 나서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가르시아 샤안 “유엔 특별보고관께서 1~2주 내에 한국을 긴급히 방문하여 관련자들은 면담하고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해주시길 부탁드린다. 객관적 의견을 사법부, 검찰 등에게 서신 등의 형태로 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것이 “앞으로 사법부가 인권 보장을 위해 판결하는 데 있어 가장 필요한 법관의 독립을 확보하는 중요한 일”이라며 “한국 5천만 국민의 공정한 재판을 책임지는 사법부 전체 3천명 판사들의 법관의 독립, 표현의 자유가 문제 되는 중요한 사안”이라고 차 판사는 강조했다.

다음은 차 판사가 페이스북에 올린 메일 내용 전문이다.

유엔 긴급 진정문

2018. 6. 7. 차성안

친애하는 디에고 가르시아 사얀 유엔 법관과 변호사 독립에 관한 특별보고관님.

저는 차성안입니다. 한국의 판사입니다.

한국 법원 행정처에 의한 법관사찰, 법관모임 사찰, 재판절차 개입 관련하여, 특별보고관님의 한국 긴급방문과 긴급서신을 통한 의견제시를 요청드립니다. 저는 가장 심한 사찰을 당한 판사들 중 한명입니다. 지난 1년 동안 사법부 자체적으로 3번에 걸친 조사가 있었고, 그에 의해 밝혀진 최소한의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2018년 3월 25일 대법원장의 비대한 권한을 비판하는 세미나와 관련된 법관과 법관모임 사찰입니다. 한국의 대법원장은 3천명의 판사 전체에 대하여 임명권, 전보인사권, 승진권 등을 모두 독점합니다. 이런 제왕적인 대법원장을 보조하기 위하여, 재판을 하지 않고 사법행정만 하는 3~40명의 판사들이 행정처 등에 근무합니다. 위 세미나는 대법원장 권한집중과 관료화된 행정처로 인하여, 법관 사회 전체가 관료화된 것을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였습니다. 그것을 주최한 기관은 판사들의 인권연구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와 그 안의 인권과 사법제도 소모임(인사모)입니다. 저는 지정토론자의 역할을 맡았습니다.

행정처는 위 세미나 개최를 막거나 축소하고자 했습니다. 특히 법관의 관료화 정도와 관련하여 3천명의 전체 판사들을 상대로 한 충격적인 설문조사 결과의 공표를 막고자 했습니다. 이를 위해, 국제인권법연구회와 인사모의 해체 및 축소를 시도했습니다. 구체적인 플랜을 작성하여 일부 집행하였습니다. 다만 세미나는 개최되었습니다. 법관의 표현의 자유를 수호하고자 하는 판사들의 노력 덕분이었습니다.

둘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추진하던 상고법원 제도에 대하여 비판적인 견해를 가지는 판사들에 대한 광범위한 사찰이 이루어졌습니다. 저는 2015년 8월 11일, 지나치게 많은 상고사건을 다룰 상고법원을 대법원 아래에 따로 만드는 방안 대신, 상고허가제를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1, 2심 판사를 3천명에서 6천명, 9천명으로 늘리고, 5분 재판을 30분 재판으로 만들어 1, 2심부터 충실화하자는 주장을 하였습니다. 저의 반대의견을 탄압하기 위하여 행정처는 저의 대학, 가정, 업무, 심지어는 재산신고내역까지 광범위하게 사찰하였습니다. 저에 대한 징계를 검토하였고, 또 저를 둘러싼 법원장, 지원장 등 사법행정권자, 그리고 저와 친분이 있는 동료법관, 선후배 법관들 명단을 관리하여 저를 설득하려는 플랜을 짰고, 그것을 일부 실행에 옮겼습니다. 저 외에도 사찰을 당한 많은 판사들이 있습니다.

셋째, 구체적인 재판절차에 관한 행정처의 개입이 있었습니다. 전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당시 국가정보원에서 댓글을 달아 선거에 개입했다는 사건과 관련하여, 유죄의 판결이 2심에서 내려졌습니다. 행정처는 위 사건이 대법원에 접수되자, 재판을 담당하지 않은 상근 사법관료 판사인 행정처 심의관을 시켜, 사건에 관한 상세한 보고서를 작성한 다음 이를 담당 재판연구관에게 전달하였습니다. 또한 사건이 2015년 7월 대법원에서 파기되어 다시 고등법원으로 돌아가자, 행정처 심의관 등은 파기환송심의 재판장과 주심판사와 연락하여 사건진행내용을 확인한 다음 이를 보고서에 담아 상급자에게 보고하였습니다. 또 다른 예로, 2014년 12월 19일 헌법재판소의 정당해산결정이 통합진보당에 대하여 있었습니다. 그 정당해산결정에 따라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국회의원지위를 상실하는지 여부에 관한 소송이 있었는데, 심의관은 담당재판장에게 연락을 하였습니다. 국회의원 자격상실여부 판단권한이 법원에 있다는 표현을 판결이유에 포함시킬 것과, 선고기일의 연기를 요청하였습니다. 실제로 선고기일이 변경되었고, 인과관계는 추가로 조사가 필요하나 요구된 표현도 판결문에 담겼습니다. 이외에도 재판절차 개입으로 평가될 만한 다른 사법행정권의 남용들이 존재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행정처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추진한 상고법원 정책을 실현하기 위하여, 민감한 사건의 재판절차, 경우에 따라서는 재판결과를 가지고 대통령이 있는 청와대와 거래를 하려고 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불러일으키는 아이디어 내지 플랜을 담은 다수의 보고서들이 발견되었습니다. 그것이 실제 실행되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법원의 자체조사 결과는 그것이 실행되지 않았다고 결론을 내렸지만, 여러 언론과 시민단체는 이를 의심하면서, 검찰 수사, 특검 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법원 자체조사에서는 전임 대법원장, 전임 행정처장들(대법관들임)에 대한 대면조사는 없었습니다.

저는 판사로서 유무죄를 섣불리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상세한 법리검토를 통해 법관과 법관모임에 대한 사찰, 재판절차 개입에 관한 부분 관련하여 직권남용죄, 직무상 비밀누설죄, 재산신고 내용을 불법적으로 이용한 것 관련하여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죄, 공직자윤리법 위반죄 해당 여부에 관한 수사 필요성을 발견하였습니다. 2017년 2월 최초 조사가 논의되자, 진상을 은폐하기 위해, 관련된 문서를 삭제하고 조사를 방해한 것과 관련하여서는, 공용서류무효죄, 증거인멸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 허위공문서 작성 및 동 행사죄 등의 범죄혐의에 대한 수사필요성을 발견하였습니다.

대법원장의 최종결론은 아직 내려지지 않았고 1~2주 내에 내려질 듯 합니다. 저는 대법원장 또는 최소한 행정처장이 형사소송법 제234조(고발) 제2항(“공무원은 그 직무를 행함에 있어 범죄가 있다고 사료하는 때에는 고발하여야 한다.”)의 고발의무에 따라 고발을 하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급심의 많은 젊은 판사들도 성역 없는 수사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마지막 3차 조사를 시행한 대법원 행정처장(현직 대법관)과 행정처 윤리감사관(고등법원 부장판사)이 포함된 특별조사단은, 2018. 5. 25. 형사상 조치의 필요성이 없다고 단정적으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서울고등법원의 많은 부장판사들과 행정처 고위법관, 많은 지방법원과 고등법원 법원장 등 영향력이 큰 고위법관들은 수사의뢰에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이는 많은 국민적 반발을 초래했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 전 행정처장들(전 대법관들)과 전 행정처 차장 등에 대하여 무려 10여건의 고발이 접수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대법원장과 대법원의 조치를 기다린다면 수사에 나서지 않고 있습니다.

저는 유엔 특별보고관께서 1~2주 내에 한국을 긴급히 방문하여 관련자들을 면담하고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객관적 의견을 사법부, 검찰 등에게 서신 등의 형태로 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한국은 OECD 가입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소송절차와 관련하여서는, 사법행정권자와 판사 사이의 절차외 의사소통(ex parte communication and other communication)조차 법관윤리로 확실히 규제하지 못하는 등 공정성의 외관 측면에서 심각한 후진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선진적인 외국의 사례와 유엔의 국제적 기준을 고려하여, 과연 이러한 행위들이 법관의 독립, 법관의 표현의 자유, 법관 모임과 관련된 결사의 자유 등을 침해하였는지 여부 등에 관하여 객관적 의견을 내 주십시오. 한국에서 이 문제를 정의에 따라 해결하는데 도움을 주십시오. 이는 앞으로 사법부가 인권의 보장을 위하여 판결하는데 있어 가장 필요한 법관의 독립을 확보하는 중요한 일입니다.

전 세계에서 법관의 독립의 침해로 인권이 유린되는 긴급한 사안들이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한국 5천만 국민의 공정한 재판을 책임지는 사법부 전체 3천명 판사들의 법관의 독립, 표현의 자유가 문제되는 중요한 사안입니다.

차성안 판사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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