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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화날수록 더 환하게…‘촛불’ 내리면 안되는 이유

등록 :2017-02-10 14:24수정 :2017-02-10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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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통령은 말 뒤집고
대리인단은 지연 작전
새누리 색깔론 덧칠에
보수세력은 ‘총동원령’
그들의 뻔뻔함 알았지만…
기온이 올겨울 들어 ‘최강 한파’를 기록한 1월14일 저녁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시국행동’이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연 ‘즉각퇴진, 조기탄핵, 공작정치 주범 및 재벌총수 구속 12차 범국민행동의 날’ 촛불집회에서 한 시민이 손난로를 감싼 채 촛불을 들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기온이 올겨울 들어 ‘최강 한파’를 기록한 1월14일 저녁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시국행동’이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연 ‘즉각퇴진, 조기탄핵, 공작정치 주범 및 재벌총수 구속 12차 범국민행동의 날’ 촛불집회에서 한 시민이 손난로를 감싼 채 촛불을 들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3만명. 지난해 10월2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1차 촛불집회에 모인 시민들의 수입니다. 그로부터 두 달도 채 되지 않은 12월3일, 전국에서 232만명이 촛불을 들었습니다. 사상 최대 인원이었습니다. 횃불이 되고, 물결이 되기도 했던 촛불은 대한민국을 바꾸는 힘이었습니다. 누적 인원 1000만명을 넘긴 촛불집회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와 특검의 ‘최순실 게이트’ 수사를 견인했습니다.

탄핵 소추 뒤 2달, 1차 촛불집회 뒤 100여일이 지난 지금. 국정농단에 분노한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두고 대통령 대리인단 서석구 변호사는 “촛불민심은 국민의 민심이 아니다”며 ‘색깔론’을 펼쳤습니다. ‘내란 선동’ 세력이 개입, 주도했다는 주장입니다.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에는 나오지 않고 한 보수 인터넷 방송과 단독 인터뷰를 하면서 “최순실 의혹과 탄핵은 오래 전부터 기획됐고, 촛불집회는 근거가 미약하다”고 말했습니다.

당신이 다시 촛불을 들어야 하는 이유는 더 있습니다.

1. 탄핵심판 노골적 지연

“박근혜 퇴진!” 촛불은 최순실이라는 ‘비선’에게 국정을 내맡긴 대통령은 즉각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라는 시민의 명령이었습니다.

촛불이 한창 세를 불려가던 지난해 11월29일, 박 대통령은 3차 ‘대국민 사과’에서 자신의 거취를 국회의 결정에 맡겼습니다. 당시 그는 “국정 혼란과 공백을 최소화하게 정권을 이양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주면 그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했습니다. ‘신속한 탄핵 심리’야말로 그가 말한 대로 국정 혼란과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일 겁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2차 변론기일이었던 1월5일 대통령 대리인인 서석구 변호사가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재판 시작 전 두 손을 모아 기도하고있다. 공동취재사진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2차 변론기일이었던 1월5일 대통령 대리인인 서석구 변호사가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재판 시작 전 두 손을 모아 기도하고있다. 공동취재사진
하지만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은 대통령 대리인단의 노골적인 지연 전략으로 인해 ‘2월 탄핵’ 대신 ‘3월 탄핵’으로 가닥을 잡은 상황입니다. 만약, 박한철 전 헌법재판소장에 이어 소장 대행을 맡은 이정미 재판관까지 3월13일 임기를 끝내면 탄핵은 단 2명만 반대해도 기각됩니다.

무엇보다 대리인단의 ‘무더기’ 추가 증인 신청이 일정을 발목 잡았습니다. 39명(1월23일 8차 변론기일)을 신청하더니 15명(2월1일 10차 변론기일)을 또 신청한 겁니다. 헌재가 각각 10명, 8명을 받아주면서 22일까지 변론기일이 잡혔습니다.

증인을 불러놓고 제대로 신문을 한 것도 아닙니다. 9일 12차 변론기일에서 대리인단은 조성민 전 더블루케이 대표에게 여러 차례 반복해서 월급을 물어 이정미 재판관이 “이미 답한 부분을 계속 확인하고 있다. (…) 효율적으로 해 달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보다 못한 헌재는 9일 국회 탄핵 소추위원 대리인과 대통령 대리인 양쪽에 오는 23일까지 주장을 정리한 ‘최종 입장’을 제출하라고 요구한 상황입니다. ‘3월 초 선고’가 가시화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관련기사: 헌재 “23일까지 주장 정리 서면 제출하라”…3월초 선고 가시권

2. 눈 감고 귀 닫은 대통령의 ‘버티기’

인정했던 것도 뒤집고, 근거 없는 ‘기획설’까지 들고 나온 대통령의 ‘안하무인’도 촛불을 부릅니다. 지난해 11월20일 검찰 특별수사본부(이영렬 본부장)는 대통령을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공무상비밀누설, 강요 등의 혐의로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 등과 공범 관계로 보고 피의자로 입건했습니다. 11월25일 한국갤럽이 조사한 박 대통령 지지율은 4% 였습니다.

막다른 길에 몰렸다고 생각했던 걸까요. 당시 청와대는 “국민의 뜻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혔습니다. 자신의 ‘진퇴’를 언급한 대통령의 3차 ‘대국민 사과’(11월29일)도 이즈음 나왔습니다.

‘준엄한 국민의 목소리’ 운운하던 이들은 다 어디 갔을까요. 박 대통령은 지난 1월1일 갑작스레 ‘신년 기자 간담회’를 열고 아예 ‘무죄’ 취지의 발언을 합니다. “뇌물이나 이상한 것 뒤로 받고 그런 것은 하나도 없고, (…) 너무나 많은 왜곡, 오보 허위가 그냥 남발이 되고 (…) 누구를 봐주기 위해서 한 일은 손톱만큼도 없었다”고 말입니다. ‘물러나라’는 촛불의 외침, 탄핵 소추의 엄중함 등에 대해서는 아예 모른 체하기로 한 모양입니다.

<정규재 티브이> 화면 갈무리
<정규재 티브이> 화면 갈무리
또 1월25일 보수 성향의 한국경제신문 주필이 운영하는 인터넷 방송 ‘정규재 티브이(TV)’ 인터뷰에서는 ‘최순실 게이트’를 ‘오래 전부터 기획된 것’으로 규정하고, 모든 의혹을 ‘허황된 얘기’라고 주장했습니다. 보수층 결집을 통한 여론 반전을 꾀한 ‘기획성 인터뷰’라는 지적이 나왔죠.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민과의 전쟁 선포”라고 풀이했습니다. 촛불집회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는데요, “근거가 약했다는 점에서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집회와 유사하”답니다.

▶관련기사: 박대통령 “최순실 국정농단 허황된 얘기…누군가 기획”

3. 촛불 폄훼·색깔론…반격 ‘본격화’

‘촛불 막말’이 거셉니다. 특히 새누리당의 반격이 눈에 띕니다. 지난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오시는 국민들의 뜻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비상대책위원회’까지 구성했던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이름을 바꾸고 ‘보수 본색’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9일 정우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청와대에 근접해서 고함을 지르고, 단두대를 끌고 다니는 이런 과도한 홍위병 이상의 잔혹한 일을 하는 사람들을 볼셰비키 혁명이나 어디에서도 보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인제 전 의원은 “촛불집회에 ‘북한이 우리의 미래고 희망이다’ 이런 깃발이 나부낀다”며 ‘색깔론’을 끄집어냈습니다.

1월19일 오후 보수단체가 부산역 광장에서 연 대통령 탄핵 기각 촉구 집회에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오른쪽)과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왼쪽)이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1월19일 오후 보수단체가 부산역 광장에서 연 대통령 탄핵 기각 촉구 집회에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오른쪽)과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왼쪽)이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촛불은 바람 불면 꺼진다”는 말로 되레 촛불을 크게 지폈던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최근 보수단체 ‘태극기 집회’에 참석해 “촛불은 바람 불면 꺼진다고 했는데 이미 태극기 바람에 꺼졌다고 보는데 맞습니까”라고 주장했습니다.

대통령 대리인단도 ‘촛불 막말’에서 빠지지 않습니다. 서석구 변호사는 지난 1월5일 “촛불집회로 무법천지가 됐다. 사실상 대한민국에 대한 선전포고”라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평화롭게 진행된 촛불집회 어디에서 ‘무법천지’를 발견했던 걸까요.

▶관련기사: “박 대통령 잘못 없다” 보수진영 막판 반격

4. 보수세력에 내려진 ‘총동원령’

10일 <한겨레>는 자유총연맹, 고엽제전우회, 재향경우회 등 보수우익단체들이 모인 애국단체총협의회가 ‘3·1절 태극기 국민운동 및 구국기도회’를 주최하기로 했다고 단독 보도했습니다. 애국단체총협의회는 박근혜 정부 초기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자금을 지원한 보수우익단체 목록에 포함돼 있습니다. 정부 지원금을 받는 자유총연맹도 참여할 예정인데 ‘보수 100만명 결집’을 위해 각 지역 지부에 동원령을 내린 상태입니다.

촛불집회에 ‘맞불’을 놓는다며 시작한 보수단체들의 ‘태극기 집회’는 윤상현·김진태 등 새누리당 의원들의 참여와 함께 점차 세를 불리고 있습니다. 침묵하던 박 대통령이 ‘결집 메시지’를 반복해서 내놓자 이를 따라 움직이는 모양새입니다. 박 대통령은 ‘정규재 티브이’ 인터뷰에서 “(태극기 집회에) 고생을 무릅쓰고 나온다는 것을 생각할 때 가슴이 미어지는 심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심지어 대통령 대리인단인 손범규 변호사는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새누리당은 즉시 탄핵 기각을 위한 TF팀을 구성하고 역동적으로 움직여야 할 줄로 안다. 대통령을 구하려고, 더 나아가 보수를 지키기 위해 나서는 저 수많은 애국 시민들을 더 이상 실망시켜서는 안 되는 것이다”고 썼습니다.

▶관련기사: [단독] 청와대·전경련 지원받은 보수단체, ‘3·1절 탄핵반대’ 총동원령

‘제 14차 범국민행동의 날’ 촛불집회가 열린 2월4일 저녁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들이 청와대 방면으로 행진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제 14차 범국민행동의 날’ 촛불집회가 열린 2월4일 저녁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들이 청와대 방면으로 행진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세 싸움을 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거짓이 진실을 덮고, 어둠이 빛을 삼키는 일이 더는 대한민국에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촛불은 오직 그 이유로 처음 불을 밝혔고, 지금도 타오르고 있습니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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