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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아빠 폭력에 멍든 5살 연수의 ‘SOS’…어른들은 외면했다

등록 :2015-05-04 19:56수정 :2015-05-06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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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이강훈 leebido@daum.net
일러스트 이강훈 leebido@daum.net
[탐사기획] 부끄러운 기록 ‘아동 학대’
② 방관
다섯 살, 연수(가명)가 죽었다. 연수는 유독 집에만 들어오면 똥오줌을 가리지 못했다. 눈물도 많아졌다. 자장면을 다 먹고 고봉밥을 한 그릇 더 비웠다. 그런 아이를 아빠는 때렸다. 다시 울었고, 바지에 오줌을 지렸고, 손톱을 뜯었다.

목격자는 어른들이었다. 신고해야 했고, 그래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주저하고 외면하고 회피했다. “아는 사이” “이번만” 등이 이유였다. 어른들이 연수가 보낸 구조신호를 무시하는 사이, 아빠와 엄마는 약으로 연수의 멍을 지우고, 거짓말로 상처를 변명했다. 어른들이 막을 수 있었던 죽음이다. 판결문과 공소장 등 자료와 현장 취재를 바탕으로 연수의 마지막 6개월을 되짚었다.

뇌출혈로 죽은 연수
학대 신고 의무자들은
구조신호를 목격하고도
응답하지 않았다

사망 2013년 9월21일 밤 11시. 연수를 건네받은 간호사는 “동공-반응 없음”이라고 써 내려갔다. 아빠의 품에 안겨 응급실에 도착한 아이는 이미 의식이 없었다. 당직 의사는 아빠에게 응급처치를 위해 경위를 물었다.

“혼나다가….”

“씻고 나와 방으로 가다가….”

“미끄럼틀에서 넘어져….”

밤 11시, ‘들려온’ 딸의 상태를 아빠는 설명하지 못했다.

“잘 모르겠어요.”

아빠는 더 이상 말하지 못했다. 함께 온 (연수가 고모라고 부른) 새엄마는 침착했다.

“경위는 잘 모르고 평상시에 잘 넘어져요.”

보호자들의 두서없는 진술은 응급진료기록부에 고스란히 남았다.

“같이 내원한 보호자 진술로는 혼나는 과정에서 경기하고 앞으로 꼬꾸라지면서 넘어졌다고 함. 오른쪽 눈 주변으로 피멍. 다친 경위에 대해 물었으나 정확하게 진술하지 않고 잘 모르겠다고 함.”

응급수술이 가능한 대학병원으로 옮겨졌다. 5시간 뒤 연수가 수술대에 올랐다. 뇌출혈은 급성과 만성이 혼재돼 있었다. 머리는 출혈로 가득했다. 연수는 겨우 하루를 더 힘겹게 살았다. 2013년 9월23일 밤 11시였다. 낮 기온이 32도까지 올라간, 가을치고는 무더운 날이었다.

연수의 죽음을 확인하기 위해 경찰이 찾아왔다. 관할 지역의 경관, 과학수사반 등 3명은 연수의 죽음에 대해 역할을 나눴다. 연수는 급성과 만성의 뇌출혈로, 몸의 멍으로 학대를 ‘증거했다’. 연수가 처음 실려간 병원의 응급기록지는 그날의 진실을 담고 있었다. 하지만 이를 살피는 일은 경찰에게는 가욋일이었다. 침묵하는 가족, 병원 사이에서 죽음은 사고사를 의미하는 ‘변사’로 처리됐다.

연수네 식구는 아빠와 연수, 연주 세 부녀와 엄마와 지연이, 지혜 세 모녀가 한 살림을 차린 지 6개월 만에 식구가 줄었다. 아빠는 새 가족을 꾸리기 몇달 전 이혼을 했고, 새엄마도 이혼 경험이 있었다. 연수와 연주는 새엄마를 “고모”라고 불렀다. 지연이와 지혜는 아빠를 “삼촌”이라고 불렀다.

150일 전 아빠가 연수를 데리고 한 대학병원 정신과를 찾았다. 아빠는 연수의 욕설, 잦은 거짓말이 고민이라고 했다. 손톱을 뜯는 버릇도 고쳤으면 했다. 친엄마와 살다 아빠한테 온 지 한 달 만이었다. 정신과 의사는 연수의 얼굴에서 멍자국을 발견했다. 정신과 의사는 아빠에게 경고했다. “다시는 그런 폭력을 사용하면 안 됩니다.”

그들 중 한 명만 눈뜨고 있었다면…

아빠의 발길질을 본 이웃
멍을 확인한 어린이집 교사
머리를 꿰맨 의사와 간호사

그들은 모두
잊히길 바랄뿐…
그 사이 학대는 동생에게 갔다

연수의 이상행동은 원인이 분명했다. 의사가 “잦은 학대 경험(매, 언어폭력)”, “아버지에게 체벌” 등의 내용을 적어 내려갔다. 연수 치료를 위해 가장 급한 것은 아빠를 신고하는 것이었다. 의사는 신고의무자였다. 그럼에도 의사는 경고만 했다.

100일 전 2013년 6월, 베란다에서 벌을 받던 연수가 아빠의 발길질에 힘없이 나가떨어졌다. 이웃이 있었다. 새엄마가 십수년 동안 동네 언니로 알고 지낸 김승미씨가 수박을 자르다 벌떡 일어섰다. 김씨 말고 이웃이 한 사람 더 있었다. 데리고 온 딸의 충격을 걱정할 만큼 연수 아빠의 발길질은 거셌다. 김씨가 아빠를 안방으로 끌고 들어갔다.

“네가 아는 사람이라 넘어가는데… 만약 내가 너를 몰랐다면 아동폭행으로 신고했을 거야. 만약 한 번만 더 그러면 가만있지 않을 거야.”

하지만 그것이 끝이었다.

연수의 구조신호를 무시하기는 어린이집도 마찬가지였다. 2013년 6월 어느 날 한 어린이집. 똥을 눈 연수를 닦아주기 위해 교사가 들어섰다. 엉덩이 밑 허벅지 쪽에 여기저기 가늘고 길쭉한 멍자국이 보였다.

“연수야, 괜찮으니까 말해볼래?”

연수는 거듭된 질문에 “맞았다”고 답했다. 교사는 폭행 사실을 기록했다. 하지만 신고는 없었다. 어린이집 교사는 법상 신고의무자다.

한 달 뒤인 7월 어느 날이었다.

이 교사는 등원한 연수의 왼쪽 눈두덩에 지름 10㎝ 크기의 둥근 멍자국을 봤다.

“왜 멍이 들었어?”

“넘어져서 그래요.”

교사는 결국 ‘고모’한테 전화를 했다.

“거짓말을 해서 혼냈어요.”

돌아온 답은 오히려 담담했다. 교사는 이 또한 일일보고서에 기록했다. 어린이집 원장도 이날을 기억했다. 하지만 원장도 교사도 신고하지 않았다. 이날은 연수가 어린이집에 나온 마지막날이었다.

원장은 이날의 상처에 대해 “신발 모양이 나올 정도로 딱 봐도 맞은 멍이었다”고 기자에게 설명했다. 이렇듯 연수가 몸으로 보낸 구조신호는 번번이 응답받지 못했다.

결국, 연수는 죽었다. 죽음은 사고로 처리됐다. “넘어졌다”는 보호자들의 진술은 의학적 상식과 불일치했다. 경찰은 그 진술을 진실로 받아들였다. 의사와 간호사들은 침묵했다. 어른들은 공모자였다. 병원의 침묵에, 아동보호전문기관도 움직일 수 없었다. 경찰도 학대 정황을 파악하지 못했다. 연수가 죽음으로 알린 마지막 신호 또한 누구도 감지하지 못했다.

동생 닿지 못한 구조신호가 반복되는 사이, 동생은 언니의 고통을 물려받았다. 동생 연주도 언니처럼 손톱을 물어뜯었다. 배꼽을 뜯다가 생채기를 냈다. 밥을 편식했다. 남들이 보는 앞에서 많이 먹었다. 모든 게 맞을 이유였다. 새엄마 딸인 지연이는 경찰서에서 “삼촌(아빠)이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고 진술했다.

멍은 일상다반사였다. 아빠는 학대를 멈추는 대신 성실하게 약을 발랐고, 먹였다. 동네 병원에는 가지 않았다. 새엄마는 그 이유를 경찰에서 말했다.

“일단은 때린 게 드러날까봐 무서웠어요.”

동네 약국에서는 당시 이들을 기억하지 못했다. 타박상에 바르는 약은 흔하다. 학대는 약이 멍을 지우는 시간보다 잦았다. 이번에는 연주의 구조신호가 시작됐다. 10월 어느 날, 연주는 ‘두피의 열린 상처’를 한 병원에서 치료받았다. 연수의 죽음이 있은 지 한 달이 지나지 않은, 그 죽음이 사고로 결론이 난 것과 같은 시기다. 병원에서는 연주의 상처가 학대의 결과라는 것을 몰랐을까. 새엄마는 급정거하는 차 안에서 다친 상처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의학적 소견을 참조해 폭행이 원인이라고 판단했다. 병원은 침묵했다.

“연주가 사나흘 아니면 일주일 결석하고 오면 그때마다 상처가 있었고 멍이 들어 있었어요.”

연주가 다닌 어린이집의 담임교사는 연주의 멍을 기억했다. 12월에는 소변에서 피가 비쳤다. 닷새를 결석한 1월, 열흘을 결석한 2월 어김없이 몸에는 멍이 들어 있었다.

어린이집 담임교사가 기억하는 멍의 횟수만 10여 차례, 어린이집 원장도 대여섯 차례를 기억했다. 얼굴에 긁힌 상처와 볼과 이마 쪽의 멍, 팔, 다리, 엉덩이 부위에 몽고반점과 같은 멍자국…. 교사가 밝힌 멍의 기억은 표적지처럼 정확했다. 피와 멍을 본 교사들, 이들도 신고‘의무자’였다. 하지만 신고하지 않았다.

아빠의 발길질을 목격했던 김승미씨가 다시 그 집을 찾은 것은 연수가 죽고 나서다. 동생 연주의 얼굴이 심상치 않았다. 멍이 오른쪽 얼굴 반을 가릴 정도였다. 며칠 뒤 다시 찾아 연주 얼굴과 어깨의 멍을 확인했다. 김씨는 친엄마를 찾아 나섰다.

연수 친엄마는 큰딸의 죽음도 해를 넘기고 나서야 알았다. 자신의 보험 처리를 위해 서류를 떼던 과정에서였다. 죽음을 의심하기 힘들었다. 배운 사람이, 여유있는 사람이 키워야 한다는 생각에 남편에게 맡긴 두 딸이었다. 하지만 살아남은 연주가 얼굴에 멍을 달고 산다는 얘기를 듣고는 연주를 그냥 둘 수는 없었다.

곧바로 아동보호전문기관에 도움을 구했다. 2014년 5월, 연수와 연주를 아빠에게 보낸 지 1년2개월, 연수가 죽고 연주가 학대를 물려받은 지 8개월 만이었다. 아빠는 집에서 체포됐다. 경찰은 연주의 학대를 수사했다. 그러다가 8개월 전 연수의 죽음에 수상한 점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수가 숨지기 이틀 전 실려간 병원의 응급기록지를 지나쳤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결국 아빠는 자신의 범행을 자백했다. 아빠는 연수의 죽음을 사고로 가장해 사망보험금까지 수령했다.

아빠는 5년형을 받고 복역중이다. 새엄마는 벌금형을 받고, 자신의 두 딸을 키우며 산다. 연주는 친엄마에게 돌아갔다. 더이상 식탐을 부리지 않는다. 대소변도 의젓하게 스스로 해결한다. 수사를 맡았던 경찰도 가끔 안부를 주고받는다. 이웃은 기자에게 그들이 “잘 살고 있다”고 했다.

연주에게 언니 노릇을 곧잘 했다는 연수는 어떤 아이였을까. 일일보고서 몇 줄로 추측해볼 뿐이다. 그 안에서 연수는 다섯 살 꼬마 그대로다. “바람이 시원하다”고 이야기하고, 웃는 얼굴과 우는 얼굴을 하며 즐거워하고,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다.

연수는 어린이집이 더 좋았을까. 오후에 선생님 차량이 가면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일일보고서(김연수)

7월2일 “바람이 시원하다며 이야기함.”

7월4일 “그림 그리기를 좋아함.”

7월5일 “오후 시간 선생님 차량 가면 눈물 보임.”

7월8일 “거짓말 횟수가 조금씩 줄어들고 있는 거 같음.”

7월11일 “웃는 얼굴, 우는 얼굴 해보면서 즐거워함.”

7월15일 “얼굴, 눈에 멍들어 옴.” “거짓말을 해서 혼났다고 함.”

7월16일 “세수 깨끗이 하겠다고 이야기함.”

7월18일 결석

연수는 죽었지만, 모두들, 별일 없이 산다.

연수의 멍을 목격한 어린이집 교사와 원장, 발길질을 본 이웃, 응급실 의사, 간호사, 수술을 한 의사, 사고사로 결론 낸 경찰, 다 무탈하다. 연주의 머리를 꿰맨 의사, 피와 멍을 본 어린이집 교사도 하나같이 사건이 잊히길 원했다. 이들 또한 별일 없이 잘 살고 있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일러스트 박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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