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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손아람 작가 에세이, 인권위 잡지에 ‘누락’

등록 :2015-02-09 16:25수정 :2015-02-09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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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청탁하고도 아무런 통보 없이 싣지 않아
국제조정위의 인권위 등급심사 보류 등 언급
인권위 “내용 탓 아냐…다음호 게재 여부 미정”
소설 <소수의견>, <디마이너스> 등을 쓴 작가 손아람(35·사진)씨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펴내는 잡지 원고 청탁을 받고 글을 보냈지만 글이 실리지 않은 것으로 9일 확인됐다. 인권위가 국가의 인권 침해 사례를 적은 손 작가의 글이 부담스러워 일부러 싣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손 작가는 지난해 12월 말 국가인권위원회 홍보협력과에서 원고 청탁을 받았다. 인권위는 잡지 <인권> 1·2월호의 ‘휴먼필’ 꼭지에 실을 10매 분량의 글을 1월8일까지 보내달라며 작가의 인권 침해 경험이 드러나는 에세이 형식을 요구했다. 2003년 8월 창간된 <인권>은 국가기관에서 발간하는 유일한 인권전문 잡지다. 인권 현안·인권에 대한 논쟁 등 국민들의 인권 감수성 향상을 위해 두 달에 한 권 내는 잡지로 2만2000부가 발행된다. 이 중 ‘휴먼필’은 소설가나 시인 등 문인들이 쓰는 에세이가 실리는 고정지면이다.

손 작가가 인권위에 보낸 글의 제목은 ‘인권의 적은 누구인가’였다. 2012년 서울 마포 지역 성소수자 모임인 ‘마포 레인보우 주민연대’에서 제작한 현수막을 마포구청이 청소년에게 유해하다는 이유로 설치를 불허한 사례, 동성애를 ‘계간죄’라며 처벌해온 국방부의 군형법 조항의 문제점, 용산참사를 부른 경찰의 진압과 국제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에서 한국 국가인권위원회의 등급 심사를 보류한 점 등 작가가 경험한 인권과 관련한 고민을 담은 글이었다. 이전에 실린 다른 작가들의 글이 ‘중환자실에서 짜장면을 먹는 간호사’ ‘연판장 돌리는 경비원’ 등 일상의 소소한 경험에 주목한 것과 달리 국가가 인권을 침해한 사례에 주목한 점에서 차이가 있었다.

손 작가는 8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원고를 보낸 후 연락이 없어 인권위에 직접 물어보니 인사 이동과 위원회 내부 사정으로 발행과 입금이 늦어질 것같다는 말을 들었다”라고 했다. 손 작가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인권위 홈페이지보다 20배 이상의 독자를 확보한 매체에 기고할 생각”이라며 <한겨레>에도 원고를 보냈다. (아래 전문 참조)

인권위는 손 작가의 글의 내용 때문에 일부러 누락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홍보협력과는 9일 “애초 1·2월호에 싣기 위해 청탁을 했지만 당월호에는 손 작가의 글을 싣지 않았다. 원고료는 바로 입금하겠지만 글 게재 여부는 다음 회의 때 논의할 예정이다. 손 작가의 글 대신 지난해 에세이 공모전에 참여한 시민의 글을 게재했다”라고 답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인권의 적은 누구인가?

손아람 작가

“우리가 지금 여기 살고 있다”
2012년, 마포지역 성수자 모임인 마포 레인보우 주민연대에서 제작한 현수막의 문구다. 마포구청은 이 현수막의 설치를 불허했다. 사유는 청소년들에게 유해하다는 것이었다. 나는 분노보다는 의아함을 느꼈다. 그래서 이성애자인 친구들끼리 뜻을 모아 용산구청에 현수막 설치를 신청해 보았다. 마포 레인보우 주민연대의 현수막이 불허되었다는 사실을 들어서 알고 있는 현수막 제작업자는 우리가 신청한 현수막 역시 반려되어도 계약금은 환불해줄 수 없다고 못박았다. 그리고 우리가 신청한 커다란 현수막은 얼마 뒤 이태원 녹사평 대로 앞에 보기좋게 걸렸다. 우리가 성소수자가 아니라서 그런지 아무 문제도 없었다.
“우리는 지금 함께 살고 있다”

인권은 어떤, 누구의, 무엇에 관한 권리가 아니다. 무조건적이며 무차별적인 권리다. 만약 죄수에게는 인권이 없다고 말한다면, 노예에게는 인권이 없다고 말한다면, 혹은 성소수자에게는 인권이 없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세상에 인권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누군가 박탈당할 수 있는 권리는 논리적으로 누구나 박탈당할 수 있는 권리일 수밖에 없다. 그것은 인권의 정의에 근본적으로 위배된다. 왜 ‘인권’인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진 권리라서다. 그렇다면 우리는 권리의 영역은커녕 인간의 개념에 대한 합의에조차 이르지 못하고 있다는 소리가 아닌가?

2013년 개정되면서 이름은 바뀌었지만 군형법의 강간 관련 법조항 밑에는 ‘계간죄’라는 이름의 세부 죄목이 있었다. ‘닭들의 성교’라는 뜻으로 동성애를 일컫는다. 죄목 이름부터가 반인권적이지만 그 내용과 형평은 더욱 문제가 있다. 합의하 성교라도 동성애는 강간에 준해 처벌하는 것이다. 군형법에 따르면 이론적으로 동성애자는 강간보다 더 큰 형량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동성애 현장이 적발되었을 때 연인인 두 당사자는 차라리 강간을 주장하는 게 합리적일지도 모른다. 합의된 동성애는 두 사람 다 처벌받지만 강간이라면 가해자만 처벌받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동성애를 처벌하는 법조항이 군 사기진작을 위해 필요불가결하다고 주장해 왔다. 흥미롭게도 1961년에 쓰인 ‘유엔군간이특수음식점 영업허가 사무취급 세부기준 수립’ 정부 보고서에는 “현지 주둔 유엔군에 대한 위안 또는 사기앙양 면을 고려하여 위안부들의 집단수용시설이 시급”하다고 쓰여 있다. 군대 사기진작을 위해 연애는 처벌하지만 성매매는 권장되었던 셈이다.

마포구청과 국방부는 모두 행정기관이다. 행정기관이라면 보수적이고 신중한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마포구청의 현수막 반려와 군형법의 동성애 처벌 조항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시민의 생물학적 정체성을 이유로 공공기관과 국가기관이 초헌법적 가치판단 하에 차별행위에 가담하다니, 이는 무모할 만큼 급진적인 시도가 아닌가? 인권의 가장 큰 적은 누구인가? 마치 그것이 국가처럼 보이는 것은 착각일까?

용산참사 사건에 대해 강연하면서 국가기관인 경찰의 진압은 물론, 또다른 국가기관인 국가인권위원회의 의결 과정에서 일어났던 사건을 비판적으로 언급했던 적이 있다. 제법 똑똑한 학생 한 명이 손을 들고 일어나 따져 물었다.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에 따르면 한국 인권위의 등급은 ‘A’가 아닙니까?”
그 학생은 아마 이 A등급이란 것이 대학에서 받는 학점 ‘A’와 같은 의미인 줄 알았던 모양이다. 이 질문에는 국가인권위원회 스스로 대답해주어도 좋을 것 같다. 현재 국제조정위원회에서 국가인권위원회에 대한 등급심사가 보류 중이라는 사실과, 이 등급이 만약 ‘B’로 떨어진다면 국가인권위원회의 회원 지위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를. 그리고 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나 역시 무척이나 듣고 싶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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