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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2.01 22:10 수정 : 2012.02.02 14:19

“수업 중 ‘천안함 조작설’ 이야기 했다” 학부모 민원
알고보니 동료교사가 명의 도용해 ‘허위 신고’
서울시교육청, 진위여부 제대로 확인없이 수상 취소

서울 ㄱ고 교사 김아무개(41)씨는 지난해 4월 황당한 일을 겪었다. 스승의 날을 맞아 재직 10년 차에 주는 교육감상을 받기로 되어 있었는데 갑자기 취소된 것이었다.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들은 수상 취소 해명은 “수업 시간에 천안함 관련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였다. 결국 ㄱ 교사는 상을 받지 못했다.

그런데 교육청의 이런 결정은 김씨의 ㄱ고 동료 교사 박아무개 (45)씨의 허위 민원 때문인 것으로 경찰 수사 결과 밝혀졌다. 지난해 4월24일 오후 3시46분. 국민권익위원회 ‘국민신문고’ 누리집에는 김씨의 ‘서울시 교육감상 추천 사실’을 문제 삼는 민원 글이 올라왔다.

“김아무개 교사가 스승의 날에 교육감상을 받으신다고 들었습니다. 작년에 김 교사가 천안함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학생들에게 수차례 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 사건은 정부의 조작극이다’라는 내용으로요. 나중에 알고 보니 전교조 선생님이더라고요.”

이 민원글은 이 학교 학부모 최아무개씨가 남긴 것으로 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는 박씨가 무단으로 학부모의 명의를 도용해 남긴 글이었다. 박씨는 김씨 바로 옆자리에서 근무하는 선생이었다.

서울시교육청은 민원 글의 진위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김씨의 수상을 취소했다. 서울교육청 중등인사과 박아무개 장학사는 1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학교 쪽에 확인했더니 이 학교 교감이 ‘김 교사는 전교조 교사이고, 평소 성향으로 보아 천안함 사건이 북한의 소행이 아니라고 말했을 것이다’고 말해 김씨가 수상 자격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한 쪽의 이야기만 듣고 수상을 취소할 수 있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교감이 해준 얘기에 상당한 신빙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고 민원을 남긴 학부모는 연락이 안돼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고 답했다.

그러나 김 교사는 천안함 관련 발언 의혹을 완강히 부인했다. 김 교사는 “학생들에게 ‘천안함 사건은 마음 아픈 사건이다. 정부가 북한 소행으로 밝혔지만 이를 불신하는 사람들이 많다. 죽은 사람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서라도 사건의 원인을 정확히 밝혀내야 한다’고 말했을 뿐 ‘천안함은 북한 소행이 아니다’고 말한 적 없다”고 주장했다.

김 교사 음해글을 남긴 동료교사 박씨는 지난해 10월 또 한 차례 학부모의 명의를 도용해 국민신문고에 다른 동료교사를 비방하는 비공개 민원글을 게시했다. 그러나 이 학부모의 자녀가 퇴학당한 상태인 것을 수상히 여긴 경찰이 수사에 착수해 박씨의 명의 도용사실을 밝혀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건에 대한 경찰의 수사가 시작되자 박씨는 지난 달 25일 김 교사에게 메신저로 명의도용 사실을 털어놓았다. 박씨는 “김 교사에게 화가 무척 나 있어서 피시방에서 그러한 일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허위민원 글로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시교육청은 김 교사의 교육감상 수상을 재추진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박 장학사는 “천안함 사건이 북한 소행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교사는 교사 자격이 없다”며 김 교사가 상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허위 민원을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고 교육감상을 취소한 교육청 담당 장학사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고 색깔론이라는 족쇄까지 차게 돼 명예훼손을 당했다. 특히 옆자리에서 근무하는 동료가 명의를 도용해 민원을 냈다고 하니 충격이다”며 허탈해 했다. 그는 이어 “어떻게 수업 시간에 천안함 관련 얘기를 꺼낸 것만으로 수상결정이 철회될 수 있는지 납득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김 교사 음해글을 남긴 박 교사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아무 것도 답변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허재현 기자 cataluni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