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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1.29 19:11 수정 : 2010.02.25 20:59

국정원 잇단 압력 파문
비판적 미술품 철거압박·세종시 주민회유 등
권위주의정권 시절 악습 되풀이 사회적 논란
‘자유·진리 향한 무명의 헌신’이란 원훈 무색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국정원은 ‘원훈’을 ‘자유와 진리를 향한 무명의 헌신’으로 바꿨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최측근 원세훈 원장이 이끄는 국정원에서 ‘무명의 헌신’과 거리가 먼 ‘탈선’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 9월 시민단체에 대한 사찰 의혹을 제기한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에 대해 국정원은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다. 이를 두고 이석연 법제처장조차 “부적절하다”라고 비판했다.

곧이어 국정원은 광주의 설치미술 <삽질 공화국> 철거를 압박했다. 원세훈 원장은 삽질공화국 철거 압박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지난해 12월21일 국회 정보위에서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국정원 직원이 지나가다 그림을 보고 ‘이게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물은 것이 파문을 일으켰다. ‘현장 국정원 직원들이 (현안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은 잘못이며 앞으로는 개별적 행동을 하지 말라’고 내가 직접 지시를 내렸다.”

그러나 얼마 뒤 국정원은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하는 주민들을 회유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지난 1일 당시 임아무개 연기군의원 등은 “국정원 충남지부 직원 2명이 지난해 말 연기지역의 면장, 농협조합장 등을 만나 ‘지역 주민들이 세종시 원안을 주장해도 이명박 대통령이 사과까지 표명했기 때문에 원안이 수정될 것’, ‘원하는 게 뭐냐. 필요한 게 있으면 다 주겠다’며 수정안 지지를 요청했다”고 폭로했다. 국정원은 “사실무근”이라고 항변했지만 주민들의 증언은 매우 구체적이다.

최근 국정원이 시민단체의 <한국방송> 시청료 거부운동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잇따른 탈선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과거의 ‘중정’이나 ‘안기부’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일들이 최근 국정원에서 자꾸 반복되는 것은 왜일까.

박원순 변호사에 대한 소송과 관련해 청와대의 핵심 관계자는 “그게 정권에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국정원이 사고를 친 것이다. 그렇다고 청와대가 나서서 어떻게 할 수도 없지 않으냐”며 난감해 했다. 청와대의 뜻과 무관하게 국정원이 알아서 충성한다고 했는데 결과적으로 정권에 부담만 줬다는 얘기다.

정치권과 국정원 안팎에서는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행정부시장으로 일했던 최측근을 국정원장에 임명하면서 “예견됐던 폐단”이라는 해석이 많다. “아무래도 윗분의 강조점이 다르면 우린 다르게 움직일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 과거 정부에선 대공·시민단체 관련 업무가 축소됐지만 지금은 법치, 경제살리기가 강조되니 직원들도 어쩔 수 없다.” 국정원 관계자의 말이다. 원 원장이 직원 개개인에게 시민단체나 정치권을 사찰하라고 지시하진 않지만, 정권의 ‘입맛에 맞춰’ 활동하다 보니 나오는 폐단들이라는 것이다.


국정원장에게 무한정 힘을 실어주는 이 대통령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정원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대통령의 측근이니 과거처럼 청와대 참모나 정치권의 눈치를 살피지 않고 마음껏 일할 수 있다. 필요하면 언제든 대통령에게 독대보고 일정을 잡는 등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원장을 누가 막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전직 국정원 고위 인사는 “원세훈 원장은 국정원 직원들에게 ‘내가 다 책임질 테니 일하라’고 지시한다”며 “지난해 말 국정원 전직 간부 출신들에게 내부 정보가 흘러가는 것을 막기 위해 ‘퇴직 직원 접촉 금지령’까지 내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인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끊임없이 이런 일이 계속되면서 이명박 정부가 국정원을 이용해 정보정치, 공작정치를 부활시키고 있다는 우려를 씻어내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 2월 26일 알려왔습니다

‘MB맨’ 국정원장의 MB 향한 헌신?’ 기사에 대해 국정원은 원세훈 원장이 언제든 대통령 독대보고 일정을 잡는 등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고 직원들에게 ‘퇴직직원 접촉 금지령’을 내렸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며, 일부 직원이 연기군 의원 등을 만나 세종시 수정안을 지지하도록 회유한 바 없다고 알려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