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특별사면의 타당성을 심사하는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의 위원 명단을 공개하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무부는 지금껏 위원 명단 공개를 거부해, ‘정부 입맛에 맞는 이들로만 구성한 밀실 심사’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대법원 3부(주심 안대희 대법관)는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상조, 원고 신희진)가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 명단 및 약력에 대한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0일 밝혔다. “법무부의 사면심사위원회는 대통령의 사면권 남용을 막기 위해 구성된 조직인 만큼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위원의 명단 등 최소한의 정보는 공개되는 게 바람직하다”는 1·2심 재판부의 판결을 그대로 확정한 것이다.
2008년 경제개혁연대는 광복절 특사에 앞서 법무부에 사면심사위와 관련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거절당하자 소송을 냈다. 당시 법무부는 “위원의 명단 등이 공개되면 위원의 생명·신체 및 재산의 보호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고, 개인의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하거나 위원회 업무의 공정한 수행이 곤란하다”고 거부 이유를 밝혔다.
이번에 명단 공개 결정이 난 사면심사위원회는 2007년 사면법 개정 때 신설됐다. 대통령의 사면권이 남용된다는 비판을 의식해, 법무부 장관이 대통령에게 사면을 건의하려면 반드시 사면심사위의 의결을 거치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명단이 공개되지 않고, 법무부 장관 등 법무부·검찰 간부 5명이 참여하고 있어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기 힘든 구조다. 심사 회의록 공개도 10년 뒤에나 가능하도록 돼 있다.
지난달 24일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사면을 안건으로 위원회가 소집됐을 때에도 위원 모두가 “타당하고 적정하다”는 의견을 냈다고 법무부가 밝힌 바 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