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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적 재일동포 입국 거부는 부당” 판결 |
재일동포가 한국 국적을 얻지 않은 채 ‘조선적’을 갖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입국하지 못하도록 한 당국의 조처는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재판장 성지용)는 31일 재일동포 정영환(28)씨가 일본 오사카총영사관을 상대로 낸 여행증명서 발급 거부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정씨에 대한 여행증명서 발급이 국가의 안전보장과 질서 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해칠 명백한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정씨는 지난 6월 한국에서 열린 한-일 공동심포지엄 ‘식민지 재일 조선인 사회의 형성과 단체활동의 전개’에 토론자로 나서려고 오사카 총영사관을 찾았다. 정씨는 국적을 한국으로 바꿀 뜻이 있는지를 묻는 총영사관 직원에게 “바꿀 이유가 없다”고 답했으며, 총영사관이 여행증명서를 발급할 수 없다고 통보해오자 소송을 냈다.
정부는 재판 과정에서 ‘국외에서 대한민국의 안전보장 등에 중대한 침해를 야기할 우려가 있는 경우 여권 발급을 거부할 수 있다’는 여권법 조항 등을 여행증명서를 내줄 수 없는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10일 조선적 동포에게 국적 선택을 요구하는 것은 “헌법의 행복추구권과 국적 선택에 대한 자기결정권,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규정한 바 있으며, 법원은 이런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일본 정부는 1945년 패전 뒤 재일동포 가운데 남한이나 북한 국적을 선택하지 않고 일본에 귀화하지도 않은 이들을 조선적으로 규정했다. 한국 정부는 조선적 동포들 중 재일조선인총연합과 관련이 있는 이들이 많다는 등의 이유로 이들의 입국을 막아왔지만, 1990년 남북교류협력법 제정에 따라 조선적 동포들은 여행증명서를 받아 비교적 자유롭게 한국을 오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조선적 동포들에 대한 여행증명서 발급 거부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