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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10.29 20:30 수정 : 2009.10.29 21:58

법과 정치 사이에서 이강국 헌법재판소장이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야 4당 의원 93명이 국회의장 등을 상대로 낸 ‘언론관련법 강행처리에 대한 권한쟁의심판’ 사건 결정 선고를 하러 들어와 굳은 얼굴로 자리에 앉고 있다. 뉴시스

헌재, 대리투표·일사부재의 위반 “심의권 침해”
법안 무효청구는 기각…야당 반발, 충돌 예고





거대 신문사와 재벌의 방송 진출을 허용하는 내용의 언론관련법을 지난 7월 국회에서 강행처리한 것은 야당 의원들의 심의·표결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헌법재판소가 결정했다. 그러나 헌재는 이렇게 처리된 신문법과 방송법 등의 효력을 무효화해 달라는 청구는 기각해, 결과적으로 정부와 한나라당의 손을 들어줬다.

정부는 다음달 1일 언론관련법 시행을 강행할 예정이나, 야당은 헌재의 위법성 판단을 이유로 두 법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혀 첨예한 갈등이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29일 민주당 등 야 4당이 김형오 국회의장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심판 사건에서 “지난 7월 국회의 신문법과 방송법 처리 과정에서 다른 의원에게 위임·양도할 수 없는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 침해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신문법의 경우 제안설명과 심의절차, 질의토론을 생략한 것은 국회법 위반(재판관 7명)이며, 대리투표는 그 결과의 정당성에 영향을 미쳤을 개연성이 있다(〃 5명)고 밝혔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재판관 7 대 2 의견으로 신문법 처리 과정에서 권한 침해를 인정했다.

헌재 언론관련법 결정
재투표 논란이 핵심인 방송법 표결에 대해서는 질의토론이 생략됐고, 재적 과반 미달 상태에서 나온 투표 결과는 부결로 봐야 한다(〃 6명)는 의견이 우세했다. 헌재는 전체 방송법 처리 과정에 대해 6 대 3 의견으로 권한 침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헌재는 두 법안의 가결을 무효로 해 달라는 야 4당의 청구는 기각했다. 헌재는 “헌법재판소법은 권한 침해 판단과는 별도로 그 처분을 취소 또는 무효화할지를 헌재의 재량에 맡겨놓고 있다”며, 신문법은 6 대 3, 방송법은 7 대 2의 의견으로 무효확인 청구에 기각 결정을 냈다. 다만, 헌재는 “법안의 효력은 유효하지만 심의·표결권을 침해했다는 헌재의 결정도 유효하다. 앞으로 국회의장이 헌재의 결정 취지에 따라 처리해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이번 결정에 대해 노영민 민주당 대변인은 “헌재가 날치기 처리된 신문법·방송법의 절차적 위법성을 인정하고도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식의 해괴한 논리로 효력 무효 청구를 기각한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명한다”며 “정의는 야당에 있으나 권력은 여당에 있다는 정치적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이날 의원총회를 열어 법안 처리 절차가 위법하다는 결정과 관련해 “김형오 국회의장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며 김 의장 사퇴 촉구를 결의했다.

김영호 미디어행동 공동대표는 “절차가 위법하면 결과도 위법해야 맞다. 헌재 식으로 하면 앞으로 국회에서 어떤 악법도 통과시킬 수 있게 된다”며 “한나라당이 법안을 폐기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조해진 한나라당 대변인은 “위헌 시비의 근거가 종결된 만큼 야당은 헌정 질서를 무시하는 정략적 공세를 그만두고 미디어법 후속 조처 추진에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은혜 청와대 대변인은 “헌재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국회의 의사 절차에 관련된 부분이므로 청와대에서 따로 언급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한편, 헌재는 인터넷멀티미디어법과 금융지주회사법에 대해서는 권한 침해 인정과 무효확인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김남일 이유주현 기자 namfic@hani.co.kr